말할필요가 없었는데? (2)


막내여동생의 절규에 가까운 얘기들을 들으면서 옆의 둘째언니는 동생의 손을 가만히 잡아쥐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큰언니는 막내동생의 얘기를 들으면서, 아니, 어쩜 그럴수가 있었니? 그래! 어쩜 그럴수 가 있니… 정말 힘들었겠구나, 어떡하니… 네가 그렇게 힘든일을 당한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우리가 모랐다는 것은 정말 미안한일이였다. 아니, 그리고 어떻게 그런일이 네게 있을 수 가있었니… 넌 얼마나 아파겠니! 정말 미안하다. 어떡하니, 잊어버려야지! 어떻게 그 인간이 그렇게 했는지… 000씨의 큰언니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면서 막내 여동생을 부둥켜안고 한없이울었다.


모두의 눈물이 잦아들즈음 000씨는 “언니, 내가 16살이 되던해에 내가 엄마에게 그동안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일들을 얘기하는데 엄마는 나를 미친년 취급하면서 소리지르고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말라고 그랬어, 그때 내가 얼마나 죽고싶었는줄 알아?” 그래서 그날 밤 내가 집을 나가서 서울역에 있는 직업훈련소에가서 하룻밤자고는 신당동 어딘가에 식모로 소개받고 일을 하는데 내가 밥을 앉치는데 밥을 제대로 못했다고 주인아줌마가 나를 다시 직업소개소로 되돌려보내서 다시 집으로 왔던거야. 언니,며칠동안 집을 나갔던 딸이 집으로 들어왔는데 엄마는 내가 어디 갔었는지,

무엇을 했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지나갔어, 난 엄마도 싫어 어떻게 내게 그럴 수 가있어!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큰언니는 얘, 막내야 엄마가 지금 80줄이시다. 지금 그런것을 핸들 할 만한 능력이 없으시지, 그냥 잊어버려라! 네가 지금 잘 살고 있듯이 최선을다해서 살다보면 잊혀지지 않을까? 그리고 참, 미안하다! 네가 얼마나 힘이들었는지! 네가 얼마나 아팠었는지! 알아주지 못한것 정말 미안해! 세자매는 길가의 커피샵 의자에 앉아서 눈물을 쏟으며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나의 사무실에 잠깐만 들르겠다고 하신 000씨이야기이다. 물론 000씨의 허락을 받고 이이야기를 쓴다. 000씨가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것은 내사무실에 들른지 서너번째쯔음 이었다. 난 바쁜데 별 할얘기도 없이 내 사무실에 들러서 차 한잔 청해서 먹고가는000씨를 살펴보니 무슨 할 얘기가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어느날 날을잡고 사무실에 조용한음악을틀어놓고 000씨와 차를마시며 000씨의 분위기를 살피는데 별안간 눈물을 흘리면서 000씨가 터놓은말이다. 그로부터 1년간 000씨와의 만남이 있었고 난 000씨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수있는 정신과 전문가를 소개해주고 함께 통역에 참여하게되었다. 000씨의 증상은영어로 ‘kleptomania’ 이다. 상처로 인하여 물건을 본인도 모르게 훔치는데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결국 물건들은 남을주던지 때로는그 장소에 다시 갔다놓고는하는데, 어떤 기억이나 상처 등으로 인해서 극도의 텐션을 느끼면 불안감이 엄습하여 본인도 모르게 그 불안감을 정리해버리기위하여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는 한다. 이 증상의 사람들은 때로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그런 행동이 나올수가있다. 물건을 훔치는동안은 자기가 받았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을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되며 자기는 당연히 훔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이런 증상은 정신과전문의의 치료받아야된다. 000씨가 내 사무실에 방문한지 1년쯤 될 무렵 난 000에게 정신과전문의의 도움을 받을것을 권해보았고 마침 사무실 선배가 운영하는 카운셀링 오피스에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까지 그사람에게000씨가 상담받으며 이제는 그 문제에서 벗어난듯 할 때엔 000씨가 자기의 가족들 중 언니들에게 얘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해 얘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마친후 며칠후에0000씨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난 장기간의 출장으로 몸이 약해져 심한 감기로 고생중이라 000와 약속 날짜를 미루다보니 000씨가 섭섭하다며 자기가 문제가 많아서 피하는 것 아니냐며 물어왔다. 그리고 자기가 언니들에게 괜히 얘기한듯 싶다며 얘기를하고나니 언니들이 가족모임에 자기를 배제시키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해왔다.


그래! 상처가 이렇게 무서운거다. 얘기를 한후에는 또 염려가 되는거다. 자기가 얘기를 했기때문에 자기를 따돌림 한다고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무한한 인내가 필요하다. 아니 000씨 언니들의 더욱 자상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너무나도 아파서 신음하며 피흘리며 살아온 000씨 인생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것이다. 그런데 다들살기가 바쁘다. 그래서 50줄에 들어가는 동생을 붙잡고 “그래! 너 아프겠구나. 힘들었겠구나.” 이런 얘기를 자주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닌거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 상처는 남아있고 사람들은 각자 자기생활에 바쁘니까 아픈사람이 어려운거다. 아무리 몸이 벅차고 힘들어도 000씨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어제는 몸 컨디션이 훨씬 나아졌다. 000씨가 내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펑펑쏟는다. “선생님, 산다는것이 쉽지않네요,

말하고 나면 시원 할 줄 알았는데 걱정만되고 괜히 얘기한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