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어바인 스타벅스 안에서 벌서 45분을 기다렸다. 바깥온도가 한여름밤의 기온이어서인지 스타벅스안은 에어콘을 너무 세게 틀어놓아서 가벼운 다운코트에 목에는 스카프까지 두르고 차가운 한기를 피해 요리조리 햇빛을 찾아 자리 옮기기를 서너번째. 마침내 내가 기다리던 나를 구경시켜 주신다며 바쁘게 뛰어오신 00님은 차를 운전하시면서 계속 늦어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의 말씀을 하셨다.

마침 저녁때가 되기도 하였지만 00님께서는 나에게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라구나 비치를 구경시켜주신다며 차를 라구나 비치 쪽으로 몰고가시면서 오랫만에 만나 보는데도 별말씀이 없으시며 웬지 조용하셨다. 그라더니 나에게 시장하지 않느냐고 물어오셨다. 물론 저녁때가 훨씬 넘어서 슬슬 배가 고프기도 하였지만 워낙에 바쁘게 뛰어오신것 같은 00님께 배가 고프다는말을 수가 없었고 또한 감기 기운 때문에 식욕도 그다지 좋지 않아 괜찮다고 하니 00님은 차를 라구나 비치 쪽으로 운전해 가시면서 계속 입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다지 예민 한성격이 아니다. 아니 무딘 편인데 같은차를 타고 가면서 앞쪽에서 계속 소리를 내니 신경이 쓰이며 불편한마음이 들어 00님께 “저!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물어보니 00님은 잠시 아무 대답도 안하시다가 한숨을 길게 쉬시더니… “얘기가 긴데요, 하시면서 한번 한숨을 길게내쉬히고 지금 입에서 소리가 나는것은 며칠전 어금니 두개를 빼셨는데 양쪽의 어금니가 없어지니까 빈자리가 불편해서 혀가 자꾸 이가 빠진 쪽으로 가서 소리를 내게 되는것으로 어금니 두개가 없으니 음식을 씹을수도 없고 또한 입모양도 불편하여서 생각이 많으시단다. 00님은 나보다도 서너살이 어린분이라 노쇠로 인하여 어금니 두개를 뺏다고 하긴 그렇고 해서“아니? 무슨일로 이를 두개나 빼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00님은 한번 길게 한숨을 쉬시더니 “글쎄요? 제가 뺏는지 모르겠네요! 라면서 한숨을 길게 내쉰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니, 이분이 바쁜 나를 굳이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살살 꼬드겨서 ( 멕시코에서 봉사하는 일이 힘이 들었기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이곳에 있는 사우나에서 푹쉬고 싶었었다). 비치고 뭐고 안가겠다는 나를 라구나 비치 쪽은 여행자도 모르는곳인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봐야한다길래, 게다가 지금 시간쯤엔 저녁노을이기가 막히다며 시간 관계상 갈까 말까 망설이는 나를 00 아내되시는 분이 모시고 다녀와야된다고 했다며(이분 사모님은 몇년전 내가 베이커스 휠드에 세미나 하러갔다가 이곳에 참석하셔서 나의 강의를듣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왕팬임을 밝히시는 분으로 마음씨 좋고 사랑이 많으시기로 유명하시다. 내가 폐렴으로 고생한 것을 아시고 대추와 생강 계피를 넣고 오랫동안 달인 액기스를 만들어주시고 지난해에는 직접만드신 된장과 고추장에 심지어 백년초 발효액을 만들어주셔서 기침할때면 차로 마시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일하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오셔서 나를 그분말대로 “모시러” 온것이다.(이런대접이 때로는나를 너무 황홀하게 한다.)

잠시 긴한숨을 내쉬던 00님은 “저레지나 소장님 사실은요 지난얼마전 000님들의 모임에 갔었는데 그날따라 은퇴하신 00님들 현역에 열심히 뛰고 계신 00님들 40여분들이 모셨는데 지역에 새로 오픈한 치과 의사가 모임을 갖고있는 00님들에게 칫솔과 치약을 하나씩 선물로 주면서 자기가 새로 개업한 치과에 대해 설명회를가졌는데, 그날 많은 00님들께서 치과보험이 없으신걸 아시고 또한 보험이 있으셔도 보험 커버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를 설명을 하면서 쬐그만(작은 튜브, 여행용) 치약 하나와 치솔 그리고 치실을 플라스틱 봉투에 한분에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이가 흔들리거나 이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무료로 이를 뽑아준다고 해서 이날 참석하신 대부분의 00님들께서 그렇치않아도 부담스런 금액 때문에 평소에 쉽게 가지 못했던 치과에 대한 한을 푸시려고 그랬는지 마치 아이들이 과자 받을 사람 손드세요? 하면 두손다들고 저요! 저요! 하면서 받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처럼, 많은 분들이 뽑는데 동의 하시면서 며칠후 치과의사가 개업한곳으로가서 이를 뽑았는데, 별문제 없는 이도 이참에 공짜로 뽑아준다니까 이날 많은 분들이 빼고자 하는 이들을 단체로 뽑았단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뽑힌분들이 이를 해서 넣어야하는데 이를 해넣으려고 하니 어금니 하나를 해넣으려면 옆의 이두개에 연결해야하기때문에 한개를 해넣는데 거금 $3.000.00씩해서 두개니까 $6,000.00 내셔야 이를 해주신다는것이다.

말하자면 이날 친목회에 모이신 40여분의 00님들중 한두개 이를 빼신분들이 1/3 이신데 이분들이 새로 개업하신 똑똑한 치과의사님의 비지니스를 살려주는데 커다란 힘이 되어주신것이다. 나는 00님이 운전하시는 차뒤에 앉아서 잠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 이를 빼는것은 공짜라구? 그럼 이를 뺀다음엔 어찌 하려구?

어금니가 있어야 씹을 텐데…

00님은 나에게 설명을 하시면서도, 내가 그럼 이를 빼신다음 어떻게 하시려구 하셨어요? 라고 물으니 근데요, 제가요, 그때는 생각을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되어도 정말 잘못됬지 제가 생각은 못했는지 몰라요 라면서 여전히 입에서 소리를 낸다.

00님에 물어보았다. 근데 어금니는 뽑았어요? 00님은 평소에 잇몸이 약해서 어금니가 흔들거렸는데 불편해서 뽑고나니 불편해졌다고 00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 숨을 쉬기가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생각해보라. 공짜로 이를 뺀다고 뒤에 무슨일이 생길지 생각도 않하고 입을 ~ 하고 벌리고 있는 00님의 모습을오마이그리고 치과의사기 아주 영악하게 똑똑하다 라며 생각해보며 치과의사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다른곳보다도 저렴한가격에 이를 심어드립니다 라는 치과 의사 한동안 돈걱정 없겠군!

많은 차량을 헤치고 00님의 어금니 뽑힌 사연을 들으면서 도착한 라구나 비치에는 더운 날씨여서 바닷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의 무리로 발을 디디기가 힘들정도였다. 그래서 잠시 저녁 노을이 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어금니 빠진 00님의 차를 타고 내가 묵고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나와 함께 동료들에게 똑똑한 치과의사 얘기를 해주며 우린 너무 웃겨서 죽는줄 알았다. 웃다가도 슬픔이 몰려왔다. 영악한 치과의사님의 의도는 과연 돕는것이었을까? 아니면 비지니스가 목적이었을까? 00 등의 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