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말이 위로가 될까요.

외국에 살다보면 애국자가 된다든가?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른 나이에 미국에 왔기에 한국의 정치는 배울기회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관심밖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에는 우리의 선조들이 분명히 피땀흘려 노력한 것임이 분명할것이다.

미국생활 30여년이 훨씬 넘어가면서 어쩌다 한국엘 가게 되면 미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정적인 환경과 푸근함에 마치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될것같은 여유가 생기는것이 과연 나만 그런것인지도 모른다.

지난해에 방문했던 한국은 그야말로 재미 있었다.

문밖을 나서면 쉽게 만날수있는 사람들,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지천으로 있는 먹거리들,

문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부딪치는 사람들의 행렬들…….

이런것들이 너무나 좋았다. 이곳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차를 타고 나가야만 원하는 것을 할수있는 지리적 조건이어서 미국에서 처음 사시던 엄마는 우리가 자리를 잡게되자 훌쩍 다시 한국으로 떠나셨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성공해서 재미있고 복되게 살라 하시면서 당신이 어디를 가야하든 자식들에게 부탁을 해야하는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서 그야말로 어느날 작정을 하시고 훌쩍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갈 고국이 엄마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이곳, 미국에 사시면서도 돌아갈 고국이 없었다면 엄마는 가슴에 뜨거운것을 삼키며 살아가셨을 것이다.

엄마는 우리들을 자리잡게 해주시고 고국에 돌아가셔서 이웃들과 함께 모여 양푼에다 밥도 비벼먹고 진달래가 만발하는 봄이면 꽃분홍 옷으로 치장을 하시며 봄맞이 여행도 하시면서, 문만 열면 지척에 있는가게에 가셔서 돼지고기 한근을 끊어다가 신김치와 함께 보글보글 끓여서 이웃 친구들을 모아 김치찌개 점심상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가끔씩은 미국에 사는 딸내미들 준다고 경동시장에 가셔서 고추를사셔서 깨끗이 씻은다음 말려서 가루를 내어 혹시나 봉투가 터질쎄라 몇번씩 꽁꽁 동여매여 우리들에게 보내주시기도 하였다.

나는 엄마의 손길이 담아있는 마른반찬 거리들을 메일로 받으면 엄마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면서 너무나 감사해서 아끼고 아끼고 먹다가는 결국은 상해서 버릴때도 있었다.

우리에게 엄마가 있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가 언제든지 돌아갈수있는 조국이 있다는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맘이다.

이번에 한국에 너무나도 대형사고가 났다. 배가 뒤집혀진다는뉴스를 접하면서는 하루도 한국뉴스를 거른적이 없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배를 탔다가 사고로 배안에 갇혀있을 사람들, 즐거운 마음으로 소풍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던 우리의 아이들이 선실에 갇혀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숨을 쉴수없는 아픔에 가슴을 쳐댔다.발을 동동거렸다.

배는 완전히 뒤집혀지고 아직도 여러가지 이유들로 원인구명은 되지않으며 배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그냥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그많은 우리의 꿈들이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아이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괴롭게 아프고 외로웠을까?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민다.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쉬는것도 어렵다.

이제 마악 피어나는 꿈송이들이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재난에 얼마나 놀래고 기가막히며 분노하며 괴로웠을까?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너무나 미안하다.

세월호 사건을 대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우리교포들도 분노하고 있다.

우리들의 자식들을 잃어버린 것처럼 땅을 치며 아파하고 있다.

누구나 아플것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세월호가 사고를 당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기도회 모임이 있다.

기도의 힘이 얼마나 발휘할수 있을까?
세월호의 사건을 보면서 지난 911 사건을 생각해본다.

그날 나를 포함한 전직원들과 함께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트레이닝을 받던 도중 별안간 트레이닝이 중단 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향해서 돌아오는길에 웬지 모를 두려움에 불안해했었다 .

집에 도착한후 얼마 안있어 우리하고 너무나 친하게 지내던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주 다급한 목서리로 레지나씨, 기도 부탁해! 원형이가 거기에 있어!”

원형이가 꼭대기에 있어! 원형이가 직장을 얻어서 뉴욕으로 간지 두달만에, 꼭대기에 있는 회사에 있단 말이야!”

전화는 끊겨지고 우리가족들, 나의 친구들은 911 사태로 두빌딩이 불기둥이 되어서 불기둥을 탈출하려고 높은빌딩에서 뛰어내리던 사람들을 뉴스를 통해서 보면서, 불기둥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려고 묵묵히 계단을 올라가던 소방수 아저씨들의 비장한 모습들을 티비를 통해서 보면서 하나님, 부처님……. 찾으며 절규를 하며 기도를했다.

며칠동안 잠을 못자고 수척한 얼굴로 모임엘 갔는데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인텔리의 000씨가 내뱉은 말에 나는 제정신을 잃고 000에게 대들었다.

000 씨는 평소에 조용하던 내가 그야말로 길길히 뛰면 난리를 치차 그자리를 떠나 버렸다.

대학다닐때 운동권이었던 000 911 사건을 보면서 미국놈들 맛좀 봐야 하는데, 기회에 정신을 차려야지!”

이말을 뱉은 000 얼굴에 들고있던 물컵을 던져버리며! , 당장 이곳에서 사라져! 빨리 사라지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꺼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비규환에서 생명을 잃으며 죽어가는데 이기회에 미국놈들 정신차리라구! ! 네가 사람이니? ! 네가 인간이니?”

잘난 인간은 미친듯한 나의 모습에 질겁을 하며 그자리를 떠났다.

원형이의 부모님은 믿어지지않는 원형이의 죽음 소식에 정신을 잃고 실성을 하여 다시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많은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원형이가 돌아오겠지! 라며 기다리면서 그방을 그대로 놓아두고 기다리고 있으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원형이의 할머님은 이북분이셨는데 함흥 냉면을 정말 맛갈스럽게 하셨다. 할머님은 우리가족들을 아주 예뻐하셔서 추운겨울에도 냉면과 갈비( 할머님의 갈비는 세상이 만들수없는 귀한맛!) 만들어서는 우리를 불러다가 먹이시며 먹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하시다고 했다.

원형이는 추운날 밖에서 그릴에다 갈비를 구우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곤 했다.

잘생긴 원형이의 얼굴엔 행복함이 넘쳐났었다.

우리의 아들 원형이는 맨꼭대기에서 일을 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원형이는 죽기전 마지막 전화를 했었다 .

엄마, 너무 뜨거워요!”

원형이의 할머님은 손자의 죽음을 아신후 다음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원형이가 불로 사라진 이후로 원형이의 부모님은 집안에 히터를 내려버렸다.

불에 타죽어간 아들때문에 몸에서 열이 난다며 ……..

지금도 원형이의 모습이 눈에 밝힌다. 그리고 보구싶다.

세월호 참사의 가족들, 그리고 물속으로 사라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