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천근만근의 상처를 안고서

카모메일 티 한박스, 파스 한박스, 돼지감자 세알 , 맛나게 지은 찹쌀 잡곡밥 두공기, 정말 몸이 피곤했다.
넘 피곤하니까 입에서 막 열이 났다. 어릴때 만화영화에서 본 용가리 입에서 처럼
누군가가 성냥불로 내입에다 불을 훅 붙이면 마치 불이 확 솟아나올것 같다.
아하! 사람들이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
정말 바빴다. 거의 매일 매일 한달 동안을 여기저기로 뛰어다니고 전화통에서는 불이 났다.
내가 봉사하는 단체에서 기금 마련회를 한다는데 매번 똑같은 것을 하는 것은 별로재미가 없다.
그래서 머리를 짜고 계획을 한것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보자는 결론이 났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줄 훌륭한 지휘자님도 주위에 계셨다. 이분이 작곡한 동요를 cd로 들으면서
일이 힘들어 지칠 때에는 위로를 받는다. 즐거움을 주는 음악이기 때문에. 한국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아니 상업적인 음악인들의 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벨뷰에서 바텔로, 씨애틀에서 에버렛으로, 훼드럴웨이에서 린우드까지 뛰어다니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았다.
피아노치는 분은 한국사람들과 공연한적이 있다는 분을 섭외했다. 아침엔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매번 만나도
그상태가 그상태인 홈리스 고객들의 상황들에 지쳐서 등위에서 주먹질도 해보고…( 절대로 하면 안되니까 마음속으로 ) 눈을 홀겨보기도 하면서 지쳐버렸고, 낮에는 오케스트라 준비하느라 그야말로 끼니때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뛰어다니며 준비를 하면서 기진 맥진 했었다.
아는분이 물어왔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돈이생기냐? 밥이생기냐? 그래! 돈도 밥도 안생긴다.
아니! 밥값으로, 커피값으로 내 지갑에서 나가야 했다. 한 두잔 커피 산것을 가지고 꼬낏 꼬낏 영수증 모아서 돈주세요! 하기엔 좀 그렇구! 밥 한끼 산것을 가지고 돈을 청구하기엔 이 단체가 필요한 돈이 너무나 많았다.
지난해 이단체는 건물을 구입했다. 아직도 부어나가야 할 돈이 반이 남았다.
이달의 내주머니 사정은 단원모집 하느라고 다니다 보니까 적자이다. 그런데 왜 하느냐구?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내겐 아무것도 생기지 않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살다보면 누군가가 덕을 볼수가 있다.
그 덕을 보는것이 내가 아닐수도 있다 . 우리가 열심히 뛴 결과를 누군가가 이용하고 사용할수 있다면
그것이 봉사하는 목적이다. 내가 할수있음에 뛰어보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구성하느라 정말 날라 다녔다.
아하 ! 내게 날개가 달렸더라면 빨리 날라다니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친구들 하고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려니 요구하는 수고비가 너무 비쌌다.
이친구들을 한사람씩 만나서 지금 비영리 단체 기금마련인데 도와줄수 없느냐구 사정해 보았더니
자기네하고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란다. 하기야 뭐, 한국사람들도 아닌데 내 맘하구 똑같을라구!
한국 연주자들도 더러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연주자로 모아졌다. 연습할 시간은 없다.
연습도 돈을 주어야 하니까! 그래서 당일 1시간 30분 일찍 연습을 하고… 드디어 당일,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공연은 불 협화음으로 음악에 음자도 잘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불안, 초초였다.
이들이 연습하는 옆에서 난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많은 봉사자들이 테이블을 쎄팅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난 이들의 연습하는 무대옆에 자리를잡고 이들의 연주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늘이시여…..를
외치고 있었다. 이상태로 무대로 올리기엔 절 가슴에 천근만근의 상처를 안고서 상담을 통해 보는 사람 사는 이야기
망이다. 평소엔 말수도 없으시고 조용이 웃으시는게 매력이신 지휘자님의 두팔이 나비처럼,
때로는 독수리처럼 움직이며 힘차게 연주하는 연습을 보고난 후(난 이때에 알았다. 이분이 물 만난 물고기 처럼 판을 벌이는것을 보고 사람은 겪어보아야 안다는것을…..) 한시간 반만에 올려진 무대에서의 연주엔 차이콥스키, 브라암스,
그리고 매들리로 엮어진 쾌지나 칭칭나네와 아리랑이 울려퍼졌고 사회보느라고 계속 서있느라
내발은 그때서야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쳐있는 내발을 쉬게하느라 쭈그리고 앉아있던 내눈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물론 짧은시간의 훌륭한 연주도 감동을 주었지만 그동안 이리뛰고 저리뛰어다니며 준비했던 나 자신에 대한 감사와 수고비도 없이 훌륭한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이끌어준 지휘자님에 대한
감사와 안도의 눈물이었다. 이날 난 우아하게 보이려구( 영화 촬영을 하는것도 아닌데…) 평소에 안하던 눈화장까지
하느라 눈썹에 꺼먹칠 까지 했다. 너도 제대로 화장좀 하고 다니라며 일년전에 언니가 사준 눈 화장품을 꺼내어
눈썹에다가 거울을 보며 입벌려가며 눈썹화장도 했다.( 그런데 여자들이 눈썹 바를땐 왜 입을 벌릴까? )
난 시력이 안좋아서 웬만하면 눈에다 아무화장도 하지않는다. 6살부터 안경을 껴왔기에 시력이 더 나빠질까봐 이다.
그런 내가 이번 행사에 사회를 본다구 눈썹까지 길게 칠했더니 ( 누가 내 눈썹까지 볼까봐 ) 토요일 밤이 지난 일요일에는 눈알이 토깽이 눈처럼 빨갛게 되어서 밤새 눈알이 쓰라렸고(아들이 눈에 넣으라고 바이진을 사왔다.) 좀 멋있어
보이라구 핑크색 쟈켓에 잘 어울리는, 평소엔 거들떠도 안보던 자주색 뾰쪽구두를 신고(우리나이에 항상 화려하게
차려입구 하히힐을 삐딱거리면서 걸어다니는 그누구도 나는 존경한다.) 우아하게 사회본다며 세시간을 버텼더니
내 몸무게 지탱하느라고 고생한 나의 두발에서는 열을 내며 살려달라며 신음을 하구 내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그래, 오늘은 쉬어야 돼 , 오늘은 쉴거야, 그래도 지친몸을 이끌고 사무실엔 가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피곤하지 않은 척 하면서) 봉사하느라 지쳐서 사무실 일 소홀히 하면 이 미국직장에서 근무태만으로
이젠 일도 그만두고 봉사만 열심히 하라구 할까봐. 난 할일이 많아서 돈도 벌어야하는데.
오늘 낮에 우연히 만난 진0씨가 레지나 씨, 엄청 피곤한가봐 눈이 빨개요. 그래 눈이 죽으러가는 염소 눈처럼 빨갛다.
(어릴 때 천식으로 기침을 많이 한다구 엄마가 시골에 사는 친척에게 부탁하셔서 염소 한마리를 대전에서
서울 우리집까지 끌고 왔었다. 염소를 푹 고아 먹으면 천식에 좋다구! 그때 나는 우리집 뒤뜰에 묶인 염소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염소의 눈을 들여다보며 죽어야하는 염소를 생각하며 찔끔 찔끔 눈물을 흘렸다. 염소도 죽는줄을 알고 울었는지 눈알이 아주 빨갛게 되어 었었다 . 물론 난 비릿한 염소탕을 입에다 강제로 먹이려는 엄마와 인생 최대의 사투를 벌였다. 나는 끝까지 그릇채 입을 벌려 부어도 죽어두 안 먹겠다구 버텼고, 결국 염소탕은 동네 아저씨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염소탕이 우리집 솥단지에서 없어질때까지 우리 할머니의 지청구를 노래처럼 들어야 했다. 저 망할놈의 가시내 좋은것 해주어도 저렇게 안먹으니 천식으로 기침만 해봐라! 라고…
그 이후로 난 기침이 나올라치면 입안으로 삼키느라 숨을 고루 쉬면서 어떻게든 기침을 참아내느라
얼굴이 빨갛게 되었었다. 그래, 오늘은 일 마치자 마자 집에 들어가면 무조건 그냥 쉴꺼야, 쉴꺼라구.
집에 와서 무거운 궁둥이를 아예 소파에 푹 파묻고는 난 절대 때려 죽인다구 해도 집에 있을꺼야 결심을 하구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데 전화 벨이 벌써 몇번째이다. 자꾸 울리는 전화벨에 내 무거운 궁둥이가
밍그적거리며 일어나 전화를 찾아서 받았는데 00씨가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레지나씨, 나, 지금 넘 외로워요.
나좀 만나줘요… 했다.00씨를 6시 18분에 만나서 8시38분까지 2시간 동안 그분의 미국 생활사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내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려구 했고 내 가슴은 들썩들썩 하였지만 깊은 심호흡으로 나의 동요를 물리쳐 버리며
아닌척 하느라 애를 썼다. 이야기를 하시는 분의 눈도 빨개지면서 눈물이 고였지만,
그리고 이분의 손이 부르르 떨렸지만 난 이분의 손을 잡아주면 나도 터질것 같아서 테이블 위에서 흔들리는
손을 그냥 바라만 보았다. 오랜시간 아무가족도 없이 혼자서 작은 아파트에서 사람들과의 만남도 없이 혼자서 밥을먹구, 혼자서 티비보구 , 혼자서 걷구, 암수술 하고, 혼자서 아파서 신음하구, 아파하다가 전화를 하셨단다.
레지나씨 나, 넘넘 외로워요, 나좀 만나러 와줘요. 얘기를 하는 이분의 가슴엔 천근만근의 무게를 안고 있는 듯 해보였다. 한참을 얘기를 하시던 이분의 얼굴을 쳐다보니 어딘가에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속상하고 가슴아프고 괴롭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 보였다. 이분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참으로 고우시고 여리시고 가냘퍼 보였다.
이분의 긴 인생사를 가슴아프게 듣고 일어서려는데 이 분이 내손에 들려주는 그로서리 백엔 여러가지가 들어있었다.
레지나씨 머릿속이 복잡할 때엔 카모메일 차한잔 마시고 쉬세요.
레지나씨 지난번 컬럼 읽다보니까 허리가 아프다면서요. 허리 아플때 밤에 자기전 허리에다 이 파스 붙이고
잠을 자고나서 아침엔 떼세요. 너무 오래 붙이고 있으면 살색도 변하고 효과도 없어져요.
레지나씨 속이 쓰리고 아플때엔 이 돼지감자를 꼭꼭 씹어서 먹으면 속이 편안할꺼예요.
레지나씨 절대로 빈속으로 있지 말아요. 레지나씨 식사시간 놓쳤을때엔 이 잡곡밥 반찬없이 먹어도 맛이있을꺼에요.
그리고 우리 홈리스 고객들을 주기위해 샀다는 컵라면 한박스가 있었다. 난 오늘 힘든사랑을 주기위해 왔지만
오히려 사랑을 받고 돌아왔다. 글쓰는것 쉬어 볼까? 생각했다가 다시 결심을 했다.
이분이 몸이 아파서 누워있으면서 힘들때에 내가 쓴글을 읽으며 또 다른세상을 만나보구,
다른사람의 아픔에 함께 울고 함께 웃는다고.
문학이 뭔지 문자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휘갈겨쓰는 막글에 감동을 먹는다구. 그래서 난 결심을 했다.
난 박 터지는일이 있어도 글을 써야하구…
컴퓨터 들여다 보느라구 두 눈알이 올빼미처럼 튀어 나올라캐도 글을 써야 한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