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건지

공부, 공부를 해야 했다.

아니, 설사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책상에는 앉아 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쉬려고 소파에 앉거나 왔다갔다하면 엄마의 눈이 재빠르게 돌아가며 00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었다.

그러다가 00 조금이라도 쉬려는 모습을 보이면 엄마는 소리를 질러댔다.

! 내가 누구때문에 지금까지 혼자 사는줄 알아 ? 내가 누구때문에 이렇게 일하는줄 아냐고? 너가 그러고 앉아있으면 되는것이 뭐냐? 우리집에 돈이 많냐, 변변한 인맥이있냐, 아니면 그흔해빠진 남자라도 있어서 아비라도 있냐, 아무튼, 지금 머리싸매고 공부만 해야 ! 지금 네가 쉴시간이 어디있냐? 빨리 네자리로 가서 책이라도 들여다봐라!”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려니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퍼서 잠시 일어나 방안에서 서성거리며 왔다갔다 하는중이었는데 엄마의 매서운 눈초리가 00를살피는가 싶더니 연이어서 뭘하고 있냐는 핀잔에 이어 드디어는 엄마의 푸념이 나온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다보던 00는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방으로 다시 갔다. 그리고는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00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아니, 친구들을 사귈시간이 없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안놓치려고 한눈을 팔지 않고 선생님만을 주시하다가 쉬는시간이 되면 다른과목을 미리 예습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00 항상 학교에서 탑을 달렸다. 우등상, 최고 노력상, 베스트상을 받아냈다.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는00 참으로 기특하게 생각했다.

친구들이 쉬는시간에 운동이라도 함께하자구 불러도 00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편했다. 혼자서 복습하고 예습하고 준비하다보면 운동이나 다른것에 시간을 돌릴수가 없었다.

00 친구들하고 노는것보다도 공부하는것이 즐거움이고 편안했다.

학교에서 하라는 준비물은 최선으로 준비를 했다. 선생님이 시키는것은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하여 열심으로 준비를하고 점검해보고는 다시 확인을 하고 뭐든지 몇번씩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00 공부를 아주 잘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마치고 남들이 가기가 힘들다는 훌륭한 의대에서 좋은성적으로 졸업도 했다. 대학생활동안 학교의 활동은 무조건 피했다.

나가면 돈쓰는일이라 그냥 공부만 했다. 가끔씩 동아리에 들자고 연락들이 왔지만 00생각엔 시간 낭비라 생각이 들어 무조건 거절을 했다. 그리고는 공부,공부, 공부만을 했다.

00 기관지 전문분야의 훌륭한 의사가 됐다.

나이가 되어서 몇차례 선을 보았다. 그런데 선을 볼때마다 상대방은 00 훌륭한 조건에도 퇴자를 놓았다. 선을 보면 그자리가 웬지 불편했다. 선보는 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그냥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을때가 많았다.

00 어머니는 자식이 의사 된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다녔다. 00 병원에서도 연구에 몰두하는 아주 열심인 의사선생님이었다.

그런데 00 외로웠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해도 사는것이 재미가 없었다. 시간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여행도 하면서 놀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놀아보지 못한 00에게 친구도 없었지만 어쩌다 친구를 만나도 금방 화재거리가 없어져서 상대방이 무료하게 하품을 하는것을 보게되면 00 바쁘다며 자리를 일어섰다.

00 혼자인게 편했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않고 혼자 밥먹고, 혼자 커피마시고, 혼자 일하고, 혼자 걷는것에 익숙해진 터라 누가 옆에 있으면 불편하고 마치 남의 옷을 입은것 같이 껄끄러웠다.

결혼적령기를 훨씬 넘었다. 몇번의 선을 보았지만 매번 적당한 이유를 들어 퇴짜를 맞다보니 이젠 선볼 생각도 하지못하였다.

이젠 벌써 40줄에 들어섰다. 어쩌다 우연찮게 식당에 밥을 먹으러갔는데 식당에서 서브하는 아줌마가 아주 친절했다. 00 무뚝뚝함에도 아랑곳하지않고 00에게 최대의 예우를해주며 다정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식당도 이곳으로만 갔다. 매번 똑같은 음식을 시켜먹어도 음식이 맛이 있었다. 아니 음식을 먹는데 00 편하게 해주는식당 서브아줌마의 편안함이 좋았다. 얼마후 그식당에서 서브하는 아줌마가 00보다 5살이 많다는것을 알게되고 그아줌마가 2아이를키우면서 혼자 산다는것을 알게되었다.

00 아줌마가 아주 편했다. 아줌마하고 있으면 웬지 푸근했고 그동안의 외로움이 없어지는것 같았다. 그식당에 들른지 8개월이 되던 때에 두사람은 이미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00 식당에서 서브하던 000를데리고 00 엄마에게 소개시키러간 , 문앞에서 엄마의 고함소리와 함께 접시가 날라오고… 00 집에도 못들어가고 되돌아왔다.

엄마는 기대했던 아들이, 자기가 최선을 다해 공부만 시킨 아들이, 자기의 인생을 걸었던 아들이, 뭐가 부족해서 나이도 많고 자식까지도 딸린 여자를 좋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다.(누구의 작품인가????)

그래서 너무나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00 집으로 돌아간후 이젠 70 가되어 나이가 많은 어머니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자식을 소개해 보기로 하고 아는 연줄을 통해 며느리감들을 아들에게 한면씩 한명씩 소개해주기 시작을했지만 아들은 몇번씩 엄마가소개해 여자들을 안만나겠다면서도 어머니의 강짜에 선보는 자리에 나갔다와서는 어느날 어머니에게 감히 인생은 내가 살꺼니까 참견말라!” 면서 자기는 누가 뭐래도000하고 결혼을 하겠다며 선언을하고는 두사람은 얼마후 두사람만의 결혼을하고 살게 되었다.

아내가 데리고 온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섰는데 웬지 아이들은 새아빠인 00 불편하게 생각을 했다. 00 아이들하고 노는법을 몰랐다.

아니, 아내가 000하고도 재미있게 지내는 몰랐다.

00 의사로서 열심히 일만했다. 일이 고되면 술을 마시면서 취한 상태로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살기도했다. 술을 마시면 용기가 생겼다. 마치 내가 되고자 했던 재미있는 사람이 될수가 있었다. 술을 마시면 웬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술은 00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항상 바쁘게 사는것 같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느라 아내는 아이들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다녔다. 역시 여자가 있는 집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집안은 아이들의 소리와 아내의 존재로 시끄러워졌는데 00씨는점점 시끄러운것이 싫어졌다. 워낙에 혼자서 조용히 공부만하고 살아서인지 누가 주위에서 맴돌면 불편했다. 집안에서 발자욱소리가 들리면 예민해졌다. 짜증이났다. 책을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소란스러우면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는 스텝대디를 피해 방으로 숨어들었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남편이 못마땅한 아내는 남편을 피해 아이들과 함께 어디론가로 나갔다. 그리고는00씨가 술에 취해 잠이들고 나면 집으로 들어왔다.

00씨의 어머니는 자기가 기대했던 며느리를 보고서는 기회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