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이른아침에 앞뜰에 있는 야채를 심어논 텃밭으로 나가서 이틀전 옮겨심은 깻잎 하나가 잘자라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열흘전 가까운 한국 마켓에서 깻잎 모종 10개와 상추 호박… 등을 사와 동백나무 아래에다 심었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심어논 야채들이 아무리 물을 주어도 시름 시름 앓고 있는 모습이었다. 땅을 파보니 동백나무가 서있는 땅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자갈들 뿐이었다. 동백나무는 30년전에 심은 것이라 이미 뿌리가 든든히 자릴 잡고 이 척박한 땅에서도 튼튼히 자라고 있었다.

이날 저녁 나는 우리 가족들과 함께 동백나무 건너편 옆집 담장 옆에 하루종일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곳에 예쁘게 블락을 쌓아서 선을 그어 놓고 너서리에서 좋은 흙을 사와서 조그만 텃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에다가 깻잎 모종 상추 호박등을 옮겨 와 심었다.

야채 모종들을 옮겨 심어 놓고 정성으로 돌봤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나혼자서 중얼거리며) “애들아 잘잤니? 좋은 하루야 예쁘게 자라렴!”

옮겨진 깻잎등은 매일 매일 싱싱하게 자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이들을 옮겨 심은 후 동백나무 주위에 좋은 흙을 덮어주려고 하다가 한쪽 구석에서 처음에 우리집으로 올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한 깻잎모종 하나가 힘겹게 겨우 서있는 것을 보았다. 딱한모습으로 ……

그래서 모종삽을 갖다가 살짝 들어올리니 뿌리에 흙이 붙어있지 않은 상태로 딸려 올라왔다.

이 깻잎모종을 새로 이사간 식구들이 있는 한쪽 햇빛이 잘 쬐는곳에 정성껏 심으며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치 지금으로 부터 17년전 우리집으로 온 우리집 강아지였던 데이지가 생각났다. 데이지는 어미 테리가 낳은 새끼들 중 가장 미숙하고 볼품없이 태어났었다. 강아지를 우리가정에 주기로 한 자매는 가장 미숙한 강아지를 나에게 가져가라고 했었다.

이미 다른새끼들은 다른사람들이 점 찍어 놓았다고…….

우리 아이들 역시 다른 강아지 보다는 가장 작은 그리고 형제들 틈에서 제대로 얻어 먹지도 못하고 있는 아기를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집으로 와서 지극 정성으로 데이지를 돌봐 왔었다. 데이지는 우리집 식구가 된 지 17년동안 너무나 귀한 우리가족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개와 함께 생활을 해 왔지만 데이지처럼 좋은 성품의 개는 많이 보지를 못했다. 데이지는 우리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건강하고 충직하고 성격이 좋은 로얄 개로 성장했다.

이틀전 이미 자리잡은 깻잎들을 따라 자리를 잡은 베이비 깻잎은 오늘 아침에 살펴보니 아직도 다른 깻잎에 비해서 왜소하고 작지만 ‘싱싱한모습으로 살려주어서 고마워요!’ 라는 모습으로 반기고 있었다.

나는 심어논 야채 식구들에게 물을 주면서 이야기를 해본다. “애들아 잘 자라렴! 그리고 좋은 하루가 되어질꺼야…..” 라며

나를 만나러오는 고객중에 0라는고객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타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 로비로 들어서는데 사무실 입구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앳된 금발의 청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냥 지나쳐서 내사무실로 들어갔는데 왠지 이 청년에게 마음이 쓰였다. 다시 로비로 나와 밖을 내다보니 이 청년이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왠지 슬픈 얼굴을 하고.

우리 사무실은 등록된 사람들이 아니면 문이 열어지지 않기에 나는 밖으로 나가 이 청년을 사무실 로비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따뜻한 차 한잔을 주면서 말을 시켜보니 배가 고프단다.

사무실 키친에는 늦은 밤에 일하는 고객들이 가져가려고 준비해 논 샌드위치가 있어서 샌드위치 두개를 이 청년에게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다 먹기를 기다려 말을 시켰다.

“My name is Regina what is yours?

Tell me about who you are? ”

청년은 17살이었다. 집을 나온지는 며칠이 되었고 며칠동안 다운타운 하이웨이 브릿지 밑에서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배도 고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막연하게 우리사무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단다.

‘그래! 정말 이곳으로 잘 와주었어!( 왜 가슴은 벅차오르지? 아하! 딴 나쁜데로 가지 않게 되어서 그리고 우리눈에 뜨게 해 주어서, 그래 넌 정말 이곳으로 온것이 우리의 그분이 보내주신거야)’

아하! 아직도 이 거리의 때가 묻지 않은 소년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 보면 잠시 마음에 동요가 일어난다. ‘내가 어떻게 해 볼수는 없을까?’ 고민을 하며……

0은 보기에는 마약을 한다거나 알콜을 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잠시 0와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0는 4살 때 부모님이 자동차사고로 고아가 되어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었단다. 부모가 사고로 죽으면서 남긴 보험회사에서 지급된 보험금은 작은 아버지의 관리 안에 들어갔고.

작은 아버지 부부는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부부였으나 상습적으로 코케인을 하는 부부였단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0에게 학대를 해서 0는 자라면서 외롭고 힘들게 슬픈생활을 하다가 며칠전 작은 엄마의 냉정한 학대에 참지 못해 집을 나와서 며칠째 친구집을 다니면서 지내다가 방학을 맞은 친구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갈곳이 없어져서 이 곳으로 나와 지낸지가 사흘째 되는 날이란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 아직 이곳 홈리스 사람들의 생리에 물이 들지는 않았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우리 사무실 인근에 있는 youth homeless program( 청소년 홈리스 프로그램에서 카운셀러로 일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 Hello! Ed,

We have a young man, this young man need place to stay.” (에디야 우리사무실에 지금 청소년이 와 있는데 내가 그 곳으로 데리고 갈테니 잘 좀 보실펴줄래?)

나는0을 데리고 청소년 홈리스 프로그램에서 하우징 스페샬리스트로 수고하는 데릭에게 함께 갔다.

0는 이 날부터 이 곳에서 지내며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소개해 준 곳에서 일을 하면서 지내다가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학교엘 다니며, 그런데로 제법 잘 지내었으나 늘 외로워하고 이곳에 있는 청소년들하고 잘 섞이지를 못했었다.

어쩌면 이 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섞이지 못한 것 들이 더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청소년 대부분이 약물중독 증상들이 있으니까는……..

어느날 0이 묶고 있는 쉘터에서 데릭에게 전화가 왔다.

“레지나, 지금 0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한번 와 줄 수 있겠어?”

“왜 병원에 있지?” 라고 물어보니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 곳에 적응도 되지않고 심리적인 불안감에 자살을 시도 했던것 같단다.

하버뷰 병원에 도착해보니0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천정을 바라보는 0의 눈이 무척이나 힘들고 고달프게 보였다.

그래도 병실에 들어선 나를 반기는모습이라 다행이었다.

0이 피곤해 보이는 상태라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 볼수도 없이 잠시 0를 바라보다가 내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내머리가 내마음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저애를 어떻게 하지?’

‘저애를 어떻게 하지?’

그날부터 내머릿 속은 0의 생각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고 아팠다.

밤새도록 생각하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내가 이 아이를 돌보아 주어야겠다는 생각 이었다. 우리직장의 카운셀러들에게는 너무 많은 케이스들을 대하고 있기에 사적인 감정으로 대하다 보면 일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다 도움을 주어야할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내가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직장에 나와서 친하게 지내는 데비하고 상의를 해 보았다. 데비는 “Regina. Don’t put you in difficult situation.”( 절대로 감정적으로 도우려고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돕길 바래 그리고 너에게 중요한건 너희 가족들을 돌보아야 해)

‘그래 맞다! 나는 혼자가 아닌거야 우리 가족들의 동의도 있어야 하고 또한 백인인 0이 동양 가족인 우리집에서 잘 융화가 돨 수 있는지도 쉬운 일이 아닐꺼야? 많은 생각을 한 후에 나는 0의 빅 시스터가 되어 주기로 하고 0이 퇴원을 한 날부터 이주일에 한번씩 0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0의 학교에도 찿아가 학교 카운셀러하고 0의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0과 함께 한국마켓안에 있는 식당에서 한국 음식인 불고기도 시켜먹고 0을 데리고 바닷가도 거닐며 0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즐거워하며 함께 속상해 했다.

0에게 내가 좋아하는Moon light sonata도 들려주며 0에게 우리 아들이 갖고 다니는 CD플레이어도 선물 해주고 가능하면 0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 0은 나에게 새로 사귄 여자친구를 소개하기도 하며 한국인 아줌마와 백인 청년 모자는 아주 친해져서 우린 가끔씩 우리가 진짜 부모자식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씩 함께 중고시장을 누비며 샤핑도 하면서 0하고 함께 한지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0은 공부를 잘해서 씨애틀에 있는 000대학엘 장학생으로 들어가더니 졸업하고 난 후에 직장은 텍사스에 있는 00회사에 가게 되었다.

0이 상속받았던 부모님의 유산(자동차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보험금)은 나를 도와서 홈리스들의 베네핏을 위해 일하고 0의 변호사님이 0의 작은아버지를 상대로 싸워주어서 남은 돈은 얼마되지 않지만 찾아주었다.

0의 변호사님은 홈리스들의 베네핏을 위해서 무료로 뛰어주시는 정말로 좋은 일들을 말없이 하시는 분이시다. 이분 때문에 내가 더 많은 일들을 쉽게 할수 있기에 나도 이 분을 돕고 있다.

다시 들어가며 겨우 생명만 지탱하고 있던 깻잎이 옮겨 심어져서 푸르른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듯이 0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마치고 요즘 같이 취직하기 쉽지 않을 때에 텍사스에 있는 00 회사로 가게 된 것이다. 이미 0은 예전에 내가 처음 본0이 아니다. 이지적이고 잘 생기고 자신이 있는 당당한 젊은이로 자란 것이다.

0이 직장에 합격 된 날 0은 한손에는 하얀색 데이지 꽃다발과 쵸콜릿 박스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맻혀서 나를 찾아왔다.

‘Dear Regina,

Thank you for your loving support!

Here I am now, because from your loving support.

앤티 레지나, 나를 사랑해 주고 함께해 주어서 고마워 지금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관심과 사랑때문이야!’

나는 가슴에 무엇인가 꽉 막힌것처럼 벅차올라서 말을 못하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있는 0의 눈물을 닦아주며 “0야 네가 잘 따라와 주며 최선을 다하고 주위에 유혹에 빠지지 않아서 정말 대단해.”

“0야 너는대단한 사람이야.”

어느새 0를 안아 주는 내 눈에서도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