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언니가 대장암 수술을 받느라고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했다. 언니가 치료를 받기위해 집을 떠나자 항상 언니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형부는 풀이 죽어서 리빙룸에서 안방으로, 안방에서 서재로 왔다갔다 한다.

그 큰키(형부의 별명은 이틀이다. 너무 길어서 이틀만에 엄마뱃속에서 나왔다고 해서)에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모양이 주인잃은 망아지 모양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형부와 산책을 가기로 했다.

“형부! 우리 산책할까요?”

“ 그럼, 좋치!”

형부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양말도 제색깔로 골라 신고 리빙룸에 서계신다. 그런데 난 별안간 몸에 한기가 돌며 몸이 아프다고 신호가 온다. 어제 경기도에있는 고아원 4군데를 돌면서 방문을 하고 보육원생 들하고 얘기도 나누고 다니느라 하루종일 강행군을 했는데다가 날씨가 뜨거워서 조금 몸에 무리가 왔었나보다.

그래서 형부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후 잠시 누었는데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형부는 내 머리맡에 그냥서서 내가 잠이깨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형부, 어딜 가려고요?” 하고 물으니 “몰라” 라고 대답을한다. “그런데, 왜 옷입고 서있어요?” 라고 물으니 “몰라”

형부에게 미안한 마음이들어 몸이 너무 무겁고 천근만근같은데 나는 나자신에게 자기암시를 준다 .

“레지나채! 지금 몸이 잘쉬었으니 개운해질꺼야!” 라면서 반복적으로 얘기를 한다. “이젠 괜찮아졌어!” 머릿속의 생각을 바꾸기를 몇번째, 몸이 일어나도 괜찮다는신호가 온다. 그래도 일어나는것이 쉽지가 않다.

내가 일어나자 형부는 나에게 묻는다

“처제, 오늘 학교 안가?”

형부는 중학생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부에게 대답을 한다 “ 형부 저 지금학교는 갔다왔고 지금은 형부와 산책갑시다.”

언니가 병원에 입원하기전 부탁을 했다. “막내야! 네가 있는 동안 만이라도 형부 데리고 산책을 해줘.”

형부는 산책 나가자는 나의 말에 아주 신이났다. 그리고는 아까 입은옷 위에다 또 옷을 입는다. 그래서 “형부, 오늘날씨 좀 더운데 지금 입은 쟈켓은 벗지요? 형부는 “아니,입을래” 하고 끝이다.

형부와 함께 인왕산 산책로를걷는다.

산책로 옆에는 진달래가 만발을 해서 주위가 온통 진달래 밭이다.

김 소월님의 “진달래꽃”이 생각이 났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라 가시는 길에 고이즈려 뿌려드리우리다.”

혼자서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을 암송하며 걸어가는데 형부가 보이질 않는다.

형부는 말없이 저만치 앞서가고있다.

언니가 부탁을 했다.

“막내야, 형부는 금방 한얘기를 전혀 기억을 못하니 순간 순간 얘기를 계속 해 주어야 해.”

“그래,” 내가 형부에게 잠깐 기다리라면서 진달래 냄새 맡으며 시상을 외고 있을때 형부는 잠깐 만 기다리라는 말을 잊어버리고 가던길을 그냥 게속 간것이다. 숨을 헐떡이며 형부 뒤를 쫒아 한참을 걸었다. 산책길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돌부리가 여기저기 뾰족히 솟아있어서 나는5분간격으로 “형부, 여기 조심하세요…” “형부, 여기에 돌있어요…..” 형부는 “응! 알았어. 고마워! 얘기해 주어서…” 라면서 땅바닥을 보면서 아무표정이 없이 걸어가신다. 한참을 걷던 형부가 그냥 자리에 주저 앉는다.

“형부, 왜 그래요?”

“나, 다리아파…”

“그래요? 그럼 우리 여기서 쉬고 갑시다.” 형부와 나는길가에 넓적하게 누워있는 돌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다.

형부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더니 “아이구, 이쁜 우리처제” “언제 학교 마치지?”

난 아무렇치도 않게 “형부, 조금있으면 졸업하고 대학엘 가야해요.”

형부는 “응! 그래?” “ 대학교에 가면 내가 우리 막내처제 뭘해줄까?”

“형부가 뭘해주고 싶은데요?” 형부는 “예쁜옷 사줄까?” 라며 묻는다.

“롯데 호텔 지하 중국집에가서 정식요리 사줄까?” 라며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의 얘기를 하신다.

“응! 형부 맛있는것 사주세요.” “그래! 그럼 우리 롯데 호텔 지하에 있는 중국집에가서 전체요리 시켜먹고 처제도 성인이되니까 워커힐 호텔안에 있는 체리바에 가서 내가 와인 한잔 사줄께?” 그때에 체리바는 외국인들만 들어갈수 있었는데 형부는 체리바에 들어갈수가 있었다. 형부 친구가족이 하던 곳이었던가? 그랬다.

(지금도 워커힐에 체리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요, 형부 기대할께요…”

형부와 나는잠시 쉬었던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걸었다. 걸어가는 길에는 많은 아주머니들이 얼굴에는 화생방 경보가 난것처럼 눈만 내놓고 온얼굴을 마스크로 뒤집어쓰고 다녀서 좀 답답해보인다.

이유는 황사때문이란다. 나는 아직 잘모르겠는데……한참을 잘걷던 형부가 다리가 아프다며 더이상 은 안걷겠다며 아예 바닥에 주저 앉는다.

나는 형부를 달래본다. “조금만 더가면 되니까 자! 우리 걸읍시다.”이미 자리를 잡고 주저앉아버린 형부는 아예 꼼짝을 안하고 요지부동이다. 이럴땐 할수없다

내주머니에서 사탕하나를 꺼냈다. “형부, 이것 뭔지 아시죠?’

“사탕이네! 나줄래?”

“형부, 일어나 걸으면 사탕줄께요!”

달콤한 사탕 한알에 형부는 신이나서 다시 씩씩해진다. 우린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래도 조금더 걷다가 형부는 또다시 주저 앉는다. 다리가 아프시단다.

아! 내가 나만 생각하고 좀 무리를 했구나. 너무 많이 걸어왔다. 그래도 되돌아가야하니 어쩌지?

형부를 쳐다보며 “형부, 우리 동요 놀이 할래요?”

형부는 “나, 음치야!” 라고 말한다. 그래서 “형부, 나도 음치인데 동요는 괜찮아. 우리 동요 부릅시다.” 하고 살살 달랬더니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형부, 우리 동요노래 부르다가 저만치 어묵장사 있는데 까지 가면 어묵 사드릴께요!”

“그래, 정말 어묵 사줄꺼야?”

형부와 나는 입을 모아 송아지, 산토끼, 나비야, 햇볕은 쨍쨍, 과수원길 ,아빠하고 나하고, 엄마가 섬그늘에, 등을 부르면서 걸어간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빤짝 모래알은 빤짝 조약돌로 밥해놓고 …….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라오너라 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고 오너라……..

동구밖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형부는 얼마나 신이나는지 입가에 침을 튀겨가며 노래를 부른다. 마치 국민학교 학생같다. 그럼, 나는 형부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으며 칭찬을 해준다.

“참! 잘하세요.” 우린 집근처까지 다왔다. 그런데 저기 어묵장사가 있는데 형부는 내가 약속한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친다.

그런 형부를 나는 불러세운다. “형부, 우리 어묵먹자.”

형부는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언니한테 혼나는데…”

형부의 치매가 심해지면서 형부는식사한것을 잊어버리고 항상 먹을것만 보면 달라고한다.

잠깐 살펴보지 않으면 언젠인지 모르게 냉장고안을 다비워논다.

언니는 그런형부를 달래기도 또는 협박도 해가며 형부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게 하고있다. 물론 몸무게가 많이 나가게 되면 성인병도 생길터이고 5피트2인치인 언니가 6피트3인치인 형부를 돌보기가 쉽지않으니까는……

형부는 잘나가던 대학교 건축학 교수였었다. 강의도중 혈압관계로 쓰러지신후 치매로 발전되었다.

형부가 긴꼬치에 꿰인 어묵을 한입 베어 물으며 함박웃음을 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