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에서

한국에 오기전부터 나는 꼭 가고싶은 곳을 미리 목록을 정해놓고 있었다.

제일 로가고 싶었던 곳은 작곡가 홍난파님의 생가 이었다.

홍난파님은 한국의 슈베르트라고 불리우는 분으로 우리들이 어릴때 즐겨부르던 고향생각, 봉선화, 오빠생각등, 아름답고 정감이 가는노래 들을 많이 작곡을 했다.

특별히 여러 노래들 중에서 나는 “오빠생각”이라는곡을 너무 좋아한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때……

내가 이노래 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국민학교 5학년때 나는 이노래로 콩쿨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고( 참가상?) 나의 사랑하는 오빠 두분이 원치 않은 병으로 너무 젊은 나이에 3일차로 돌아가셨기에…..

홍난파님 생가에 들러서 그분에 대한 곡 들과 두오빠들을 생각해 보며 조용히 노래도 불러보고 그분이 앉아 계셨다는 곳에 잠시 앉아 보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음악가가 살던 곳에 와 본느낌이 행복했다.

또 가고 싶은 곳은 전통시장 이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 얘기할 필요가 없다. 말없이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나면 끝이다. 그후에 난 뒤를 돌아다 본다. “어디 얘기할 사람 없소?”

매일 열리는 시장이아니라 5일 장에 가고 싶었다. 한국으로 오기전 인터넷을 통하여 미리 3일장에 가고 싶다고 검색을하니 나오질 않아 한국에서 자주 시애틀에 오시는 어르신께 여쭈어 보았다.

“어르신, 3일장 열리는곳은 어디입니까?”

어르신은 껄껄껄 웃으시며 “레지나씨, 사람이 죽으면 열리는 곳이3일장 인데 거긴 뭐하려고 가려고?” 라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내가 가보고 싶어하는 전통시장 그리고5일장 에대해서 소상하게 알려주셨다.

오늘 나는 친구와 함께 새벽에 일어나 6시40분 전철을 타고서 모란시장에 왔다.왜 이름이 모란시장이지?

아직 8시가 않 되어서 인지 장에는 아직은 그다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지만 더러 장사하러 나온 상인들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입구 왼쪽에 들어서니 머리색깔은 훌로리다 오렌지칼라 같은 색으로 염색하고 몸에 꼭끼인 검은 색의 타이즈같은 바지에 (이 아줌니 몸의 굴곡이 아주 확실히 보여서 민망 했다) 금색 샌달로 멋을 낸 30대의 여자가 각종 화려한 원색 으로 진열장 이 꽉 찬 메니큐어에 이름이 생소한(하기야 이름이 알려졌어도 한국화장품을 접한지가 하도 오래라 잘모르지만 ,내가 아는 화장품은 아모레 하고 쥬단학이라는 화장품 정도였는데) 화장품들을 파는 화장품가게를 열고 있었다. “아니 화장품도 좌판에서 파나?”

오른쪽에는 가축파는곳이다. 깃털이 꿩처럼 하늘로 솟구치고 벼슬이 빨갛다못해 쌔빨간 장닭들이 철망으로 만들어진 우리 안에서 꼬꼬댁 거리며 서로 빨갛게 독이 오른듯한 눈으로 자리 싸움을 하고 있었고 또 앞쪽으로는 지저분한 (오리는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아무데에서나 뒹굴어서 지저분해 보였다.) 오리들이 (원래 하얀색 이었는지 먼지와 진흙에 뒹굴어 회색이 된것인지?) 식구들 20여 마리 들과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한쪽 구석에서는 노란 병아리 들이 종이 박스 안에서 삐약삐약 하면서 서로 몸을 파고들며 따뜻한 온기를 찿고 있었다. 병아리가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용감한 병아리 두마리가 친구들 병아리 들의 몸을 헤집으며 디디고 올라서더니 별안간 박스안에서 밖으로 훌쩍 뛰어내리더니 옆의 커다란 고무다라에 물받아놓고 갯가에서 주어온듯한 다슬기를파는 아줌마가 세워논 자전거 밑으로 도망가다가 눈치가 백단인 병아리 파는 아줌니의 큼직한 손 에 잡히여 다시 박스 안으로 되돌려졌다. 나는 도망가려는 병아리를 보며 “그래! 빠삐용 병아리야, 어디든지 가버려라!!!!” 라면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병아리들을 뒤로 하고 옆집으로 건너가려는데 “아이! 이게 뭐지?” 누런색의 십여마리의 개들이 철망안의 우리안에 갇혀있는데 나는 잠시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옆에 함께간 친구에게 물어보니 영양탕 (아니!먹을게 많은 시방세상 에서 뭔 영양탕을 개로 ?)으로 잡아 준단다.

개들은 잘 훈련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혼줄이 나가서인지? 내가 가까이가도 한마리도 짖지 않고 있었고 개장 가까이에가서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아무 기척도 없이 꼬리만 살랑살랑 거리며 슬픈 눈으로 앉아있었다.

개를 파는사람들은 내가 개를 사러온줄 알고 내옆 가까이로 와서 “(싸모님?) 실한것으로 잡아서 먹기좋게 다듬어드리지요.” “싸모님 집에 가셔서 하나도 만지지 않게 잘 양념까지 해드리지요.”

우엑! 내 비위가 역해 지더니 그러잖아도 이곳에 와서 먹는것 신경쓰느라 제대로 들어간것 없는 비위약한 내 위장에서는 역방향으로 나오려고 올라오고 있고….그렇잖아도 쉽게 눈물이 나는 내 대책없는 눈에서는 눈물이 한방울씩 뚝뚝뚝……

“어쩌면 애네들은 한마리도 짖지 않는것일까?” 그저 끙끙거리는 소리도 들릴듯 안들릴듯……

“개들은 자기들의운명을 알고있는것일까?”

“맞아! 개들은 알고있는거야 !”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애네들은 삶을포기한거겠지.”

나는 이순간 우리집 깡패인3파운드의 스카우트 (치와와) 하고 우리집 로얄 프린세스인 데이지 (포메리안) 생각이 났다.

잠시 멍 한상태가 되어 있으려니 함께간 친구가 “레지나, 너무 감상적이 될 필요없어!” 라며 자기가 필리핀과 캄보디아에 스케치 여행 갔었는데 그곳 사람들이 원숭이 고기를 아주 맛있게 뜯어 먹고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속이 상해서 머리에서 김이 날뻔 했는데 (친구에게 원숭이는친구같은존재) 개들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면서 무엇을 먹든 남의 먹는것에 대해서는 말할것이 아니란다. 그래서 나는 친구 옆에서 한바탕 물러나 다구쳤다. “그래! 그럼 너도 영양탕인지 뭔지 먹는다는 얘기야?”

친구는 나의 질문에 “물론! 나는못먹지, 그리고 절대로 안먹지!” “ 나도 강아지를 기르니깐 내가 안 먹는다고 해서 다른사람들이 먹는것이 잘못 된것 이라고 비난 하는것은 옳치않아!”

“아! 내 친구 들은 왜 이다지 똑똑한 애들만 있지?” 그때 난 깨달았다. 왜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을 하고 있고 내친구는 그것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것을……

나는 내 눈물을 외면하며 연필로 스케치하기에 열중인 친구가 공연히 섭섭했다.

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그자리를 떠나서 골동품가게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어떤이가 개를 샀는지 개장 이있는곳 에서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개의 외마디 비명소리에 너무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찔끔 흘리며 몸서리를치면서 얼른 그 자리를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나! 여기 오지말걸…” 하고 말하니 친구는 “얘! 정신차려, 이게 삶 이야.”

화가로 활동 하고 있는 내친구는 스케치북을 꺼내어 시장안 정경을 스케치 하면서 나에게 꽃무늬 손수건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귓속말로 “얘! 너 우는것 저 사람들 (개장수들)보면 여기 발도 못붙여, 우린 지금 여기에 있을수 없다구! 그러니 눈물 거두시길!”

조금더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각종 한약재료 들을 모아놓고 파는 곳 이었는데 처음보는 약재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궁둥이 버섯이라는지,하수오라든지…..

나는 아까 개장있는데서 들려온 비명때문에 마음이 울적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 친구는 나를 한참 째려보더니 “야! 니가 공주냐?” “니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게?” “나도 오늘 강의 빼먹고 너모시고(?) 여기까지 온것 아냐?(친구는 대학에서 서양화 강의를 하고 있다)” 라면서 나를 한바탕 야단을 친후에 친구가 데리고 간곳은 뻥튀기 아저씨가 뻥튀기 기계를 지구본 돌리듯이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서 빙글빙글거리며 돌리고있는 곳이었다.

뻥튀기 아저씨 가게는 이미 일찍부터 시작을 한탓 인지 강냉이랑 쌀을 튀겨놓은 튀밥이랑 잔뜩 쌓여 있었고 또 다 먹은 1갤론 짜리 미제 토마도 깡통 들안에는 튀길차례를 기다리는 마른 옥수수, 누릉지 ,잘 말린 떡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있었다.

내가 어릴 때에는 우리동네에 춤추는 뻥장이 아저씨가 있었다. 이 아저씨는 뻥튀기를 돌리다가도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틈만 나면 혼자서 뻥튀기 하는곳을 왔다갔다 하며 춤을 추고 있었고 어떤 때에는 함께 춤추는 상대방도 없는데 한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붙잡은듯이 허리를 부여잡은 모습으로 한바퀴를 빙그르르 도는것 이었다. 우리들은 아저씨의 신나는 춤에 빠져서 넑을 잃고 춤을 추는것을 보다가도 맡긴 뻥튀기가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해댔지만 아저씨는 정확한 순간에 기계를 멈추고 뻥튀기를 알맞게 튀겨냈다. 그리고 아저씨는 빈병을 입에다 대고 “자! 아그들은 귀막고, 아기 가지신 분들은 뻥소리에 놀라서 아기떨어지면 나 책임 안질테닝께 빨리 집에 가셔서 아기 낳으실 준비하시고” 라면서 혼자서 중얼 대시더니”

“자! 뻥이나갑니다. 뻥이요” 라면서 뻥튀기 기계가 열리는 순간 자욱한 연기에 손오공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연기를 피우며 우리를 눈도 못뜨게 하더니 연기가 가신뒤엔 하얀 튀밥이 커다란광주리에 가득히 담기었다.

나는 뻥튀기 장사만 오면 엄마의 치마 자락을 붙잡아 끌며 뻥튀기를 해달라고 졸라대었고 엄마가 우리 형제들의 성화에 못이겨 뒤주에서 쌀 한되를 꺼내어 튀겨준 튀밥을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깨에 힘을 주면서 한주먹씩 동네 아이들에게 퍼주며 으쓱대다가 (그깟 뻥튀기가 뭐길래!) 평소에 맘에 않드는 도나스집 딸을 만나면 “000, 너 이것 먹고싶니?” “그럼 내편할래? 안할래?” 라면서 협상을 시도하다가 울엄마의 매서운 눈초리에 기가 팍죽어 슬슬 뒤를 따라오곤 했었다.

친구와 나는 이곳저곳 좌판에 있는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살것 같은 모습으로 기웃거리다가,(그래야 더친절했다, 나중에 우리가 물건도 안사면서 구경에 열을 올린것을 안 상인들은 동짓달 매서운 찬 바람처럼 돌아서곤 했지만… ) 저만치 식탁 같은것을 펴놓은 좌판에 사람들이 꽤나 모여 있어서 슬금슬금 가보니 좌판에는 뻔쩍이다 못해 광이 나는 금맥기로 목걸이와 팔찌에 화려한 보석들로 장식을 한 가짜 보석들을 순박한 촌로들이 끼어보고, 빼보고 목에 걸어보고 하는중 이었는데 신기한것은 내가 보아도 가짜가 분명한 금맥기 가짜 보석들을 이 야바위 아저씨 하는말이 “이금맥기로 말허저믄 금이 넘 비싸게 멕히니까 금을가루로 맹글어서 맥기혀서 입힌것이라(이해가 안되는대목 이다 비싼금을 갈아서 입혔다는얘기가?) 세수할때도 목욕할때도 절대로 안벗겨지니까 자! 싸게들 사세요! 사요! 기회는 오직 한번뿐입니다?” 라며 물이 넘치는큰 대접에다 싸구려 목걸이 팔찌를 집어넣다 뺐다 하는것이다. “자 !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습니다!” 라며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얼굴이 볕에 그을려 빤짝거리며 탄 시골 노인부부가 물건을 집어 드는것을 보게된 내가 친구에게 “얘! 저사람 거짓말 너무 심하다. 그리고 저 할아버지 할머니 진짜사면 어쩌지?” 라는 나의 걱정스런 말에 “어이, 시애틀 촌언니 ! 저사람들 저거 다 짜고치는 고스톱 인것 몰라? 저 앞에 있는사람들 다 바람잡이야 그러니 걱정말고 그대나 넘어가지 마시용!잉!”

“그리고 오늘 우리 그냥 편하게 구경하자구!”

“사던지 말던지 저사람들 일이거든!” “넌 구경온거구 나는스케치 하러온거 잊어부렀소?” 라며….

그런데 어쩌냐? 나는 해온일이 사회 복지사이고 지금도 하는일이 사회 복지사인데……

친구에게 한바탕 훈시를 듣고 찜찜한 마음으로 모란시장 구석구석을 누리고 다녔다. 그래도 나는 마음속 으로는 “그 야바위같은 장사꾼이 노인부부에게 바가지씌면 어쩌지!” 라며 고민을 하면서…

진심으로 노부부들이 가짜 금목걸이 안사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