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해방

2년여 기간을 끌어오던 이혼이 오늘 마무리 되는듯 했습니다.

그 동안 양쪽의 변호사가 합의를 보지 못했기에 오늘은 미디에이터로 또다른변호사가 두 부부 양쪽의 변호사와 함께 5층에 있는0 씨의 변호사 사무실과 11층에 있는 남편의 변호사가 있는 방을 오가며 합의를 중재하다가 밤 11시가 되어서야 합의서에 싸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0씨는 남편을 만날수는 없었지만, 아니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합의를 하려는 자리에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고 남편 역시도 함께 살아온 20 년이라는 생활을 끝내는 시간인 오늘 그 자리에 하루종일 남편이 선택한 변호사와 있었으며11 시 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날수가 있었습니다.

양쪽의 변호사는 자기사무실에서 그리고 두 변호사를 합의의 자리로 끌어온 미디에이터 변호사와 5층과 9층을 오르락 내리기를 수십 번 결국 20여 년간 살아온 0씨와 남편은 갖고있는 재산을 반씩 나누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다운타운 변호사 사무실까지 가는 데는 버스를 이용했기에 이미 밤 11시가 넘어선 시애틀의 다운타운은 버스가 끊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0씨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 지금 다운타운에 길거리에 있는데 너무 무섭고 힘이 들어요 미안하지만 저 좀 픽업 해주실래요? ”. 이미 시계는 밤12 시를 가리켰습니다.

0씨가 말을 합니다.

“20 여 년을 살아오는 기간 동안이 너무 재미없고 너무 힘이 들었기에 이혼이 되고 나면 너무나 시원하고 섭섭해질줄 알았는데 왜 이리 슬프지요?”

0씨는 계속 말을 했다 .”이혼을 하면 날아가고 싶었는데 왜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힘이 없지요?”

0씨가 이혼소송을 하면서부터 0씨는 불면증이 생겼답니다.

잠을 자다가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고는 하면서 그래도 남편이 살아오는 동안에 잠깐 씩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었던 생각들이 생각이 나서 밤을 지새우며 고민도 했답니다. 0씨는 평소에 머리를 베개에 대기만 하면 잠을 쉽게 자던 사람인데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마치려고 결정을 하기까지 그리고 소송이 진행되는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답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꿈속에서 남편이 무섭게 뜬눈으로 쫒아오는 꿈을 꾸고는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이나 앉아있다가 또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그래도 잠이안오면 앞마당을 거닐기도 하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하였답니다.

남편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사람인데 0씨에게는 너무 심하게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첫 번째 결혼생활 때의 상처 때문인지 무슨 일이든지 자기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를 하며 0씨하고는 어떤 일이라도 상의 하는 법이 없으며 0씨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너같이 무식한 게 뭘 알려고 해?” 라고 핀잔을 주기가 일쑤이고 영어가 부족한 0씨는 미국생활을 오래한 남편에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일들에 어려움이 생길 때에 질문을 하게 되면 남편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0씨가 필요한 서류작성 등을 하려면 0씨는 이웃들에게 물어보러 다녀야만 했습니다.

남편하고 살았던 20여년동안 씨애틀 가까이에 있는 관광지조차 가본적이 없습니다. 남편은 항상 바쁘다며 동행을 원치 않았고 또0씨 자신이 운전을 잘 못하기에 0씨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아도 그냥 참았습니다. 남편은 아는 척 하지 않고 방해만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두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었지만 남편은 첫 번째 결혼해서 얻은 자녀들이 있어서인지0씨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들을 별로 예뻐 하지 않았습니다. 0씨는 남편의 따뜻했던 점을 생각해보려고 애를 써봅니다. 그러고는 얘기를 합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생각이 안 나네요…”

0씨는 계속 말을 합니다. “아니! 무엇 인가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그런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요?”

남편은 아주 무뚝뚝 했습니다. 집에 손님으로 와서 함께 밥을 먹던 사람들이 반찬이 맛있다고 칭찬을 하면 남편은 “그것도 못하면 이 집에서 나가야지!” 라며 0씨를 멸시하는 발언을 하여서 0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남편이 기분이 좋아 보이면 0씨는 남편에게 살살 애기를 해봅니다. “ 저 있잖아요? 사람들있을때에는 좀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주면 안되나요?”

남편은 아예 들은 척도 안 합니다. 그리고는 0씨에게 욕을 해댑니다.

“ 지0하고 있네”

0씨가 남편의 발목을 붙잡고 매달리며 “나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라고 애원을 하는 데에도 남편은 “야! 너 이 집에서 지금 당장 안 나가?” 라며 두 눈을 무섭게 뜨면서 협박을 하던 날 0씨는 남편 의 냉대와 무시하는 행동을 이제는 아니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가을 날에 0씨는 남편 이 문밖에다 내다 놓은 옷가지를 쑤셔 넣은 검은색 쓰레기 백을 집어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래! 이젠 그만두자!”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해도 해도 너무해!”

“참고또참고 또 참으려고 했는데 정말 이젠 아니야!”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친구 집을 전전하는며칠동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어떻게 혼자서 살아가야 하지!”

“이혼을 하게 되면 나는 뭘 먹고 살아야 하지?”

“남편은 뭐든지 다 자기 것이라는데?”

“나는 항상 속없이 웃고 다녔거든!”

“나도 남편의 따뜻한 말이 그리웠는데…”

“그리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그 동안 함께 살아왔던 그 많은 시간들의 상처들이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생각이 날 때면 0씨는 두 손을 불끈 쥐고는 몸에 열이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몸에 있는 열을 식히기 위해 집을 나와 동 네 한바퀴를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정말! 나쁜0이라고”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못되게 하는 거야?”

0씨가 나의 사무실에 찾아 와서 이혼을 하고 싶다고 상의를 해왔을때에 나는 어떻게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본인의 상처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얘기를 할때면 내 가슴도 0씨의 아픔에 저며왔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이혼으로 가기 전에는 두부부가 상담을 받아보면서 상황을 돌이켜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애기를 해주었는데 0씨는 “어떻게 레지나 씨가 나에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나보고 또 살아보라고요?” 라면서 울음을 토해냈었다.

지금 0씨는 합의 이혼이 된 서류들을 갖고서 내사무실에 찾아왔다.

“레지나 씨, 그렇게 바라던 헤어짐인데 왜 이리 슬픈가요?”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 해방의 날만 기다렸는데 지금 이혼이 끝나고 자유롭게 된 내가 왜 이렇게 아프고 슬프나요?”

0씨가 살아온 시간이 슬프고 힘들고 아팠었지만 그래도 삶의 정이라는 것 때문에 헤어짐은 아픈 거다.

0씨는 이혼하면 좋을줄 알았는데 힘이 든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이 복받치는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