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딱지

두 명의 간호사들은 아무런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 모습으로 0의 바지를 주욱 잡아 당기더니 바지를 벗기고 그냥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그냥 펼쳐 놔두었다. 그리고는 싱크대의 물을 틀더니 수건에 물을 적신다음 적신 타올로 0의 벌겋게 부어버린 0의 사타구니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대고 있었다. 물론 앞동네에 달린 생식기도 구석구석 그리고 몸을 옆으로 눕히더니 뒷동네 까지도 샅샅이, 궁뎅이를 양쪽으로 벌려서 들여다 보며 물수건으로 딲아낸다. 나의 고객이었던 0는 그 아픈중에도 하체가 드러나는것이 부끄러운지 기력이 없는 두 팔을 휘적거리며 자기의 벗기어진 하체를 가리워 보이려고 허공에 두팔을 휘적이고 있다. 나는 별로 조심스러워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간호원(?) 보조원(?) 에게 0를 좀 살살 다루어 줄 것을 부탁 하였다.

0에게 가족이 있어도 이렇게 다룰까?

정말 화딱지 나네!

0는 벌리어진 그리고 확연히 드러나 있는 자기의 벗기어진 모습이 불편하고 부끄러운지 기력이 없는 두 손을 휘적이며 덮을 것을 찿고 있었다.

나는 간호원 두사람이 잠깐 싱크대로 간사이에 침대 발밑에 벗기어진 바지를 집어다가 0의 하체를 가리워 주었다. 그리고는

It is OK!

Do you want me to go out until you’re done? (네가 잘정리되어질때가지 나가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기력이 없는 목소리로 If you don’t mind it is ok (네가 괜찮으면 여기 있었듯 되는데……) 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래 ! 내가 진작 나왔어야 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릴 것을 ……. 아이구 ! 눈치 없는 내머리!

0는 나하고 일 년을 만나든 고객(homeless) 이었다. 지금 나이는 63살 4살 때부터 평생을 길에서 살아왔다. 0가 4살때 헤로인에 중독되었던 엄마 아빠는 무슨 신나는일이 있다고 교대로 감옥엘 갔다. 그것도 아무 피붙이도 없는 0를 남겨두고 물론 0는 포스터홈에 맡겨졌다.

0는 포스터 아이들만 전문적으로 키우는 집에서 구박덩이로 살았다. 키도 작고 못생긴데다가 입천장은 파열되어서 수술을 했다. 모두들 0들 놀려 대었다. (언청이라고)포스터 부모님들은 좋은 분 들이었지만 대여섯명을 위탁하느라고 일일히 마음 써가며 신경을 써줄수가 없었다. 그래서 0는 위의 형들의 발길에 채이며 구박을 받았다. 0는 눈치만 보고 살다가 9살이 되면서 무서운 형들을 피해 3번째 집으로 옮겨졌다.

새로운 집은 괴롭히는 큰형들은 없었지만 포스터 맘이 엄청 차가운 사람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안그런것 같은데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는 냉정하고 무서웠다. 9살의 0는 외로웠다. 그리고 따뜻한 정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11살이 되던 해 어느 날 학교 쉬는 시간에 운동장 한구석에서 발로 모래를 비벼가며 혼자 놀고있는 0에게 00가 나타나서 핑크색의 알약을 주면서 이것 먹으면 심심 하지 않을 거야! 그날이후로 0와 00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자! 이제 나에게도 친구가 생긴거라구 !

엄마 아빠가 없어도 외롭지 않았다. 약만 먹으면 슬픈 생각이 나질 않으며 행복해졌다. 점점 약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생님 지갑에서 돈을 빼내어서 약값을 했다. 포스터 엄마 아빠 주머니를 살짝 열어서 약값을 빼내었다. 슬픔이 와서, 못견디면, 외로워서 눈물이 나면 핑크색약을 먹었다.

핑크색 약은 요술쟁이였다. 0들 아무런 슬픔이 없게 만들어 주니까. 0는 약만 먹으면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13살 때 있던 집에서 도망을 나왔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63살까지 길에서 살았다. 먹을것은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었다. 잠은 아무데서나 다리 뻗고 누우면 되었다. 추울땐 캘리포니아로 원정을 갔다. 물론 히치하이크를 하거나 걸어서…….

어쩌다 막일을 해서(공사판에 서) 돈이 생기면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고향도 아닌 시애틀로 돌아왔다. 그는 시애틀이 그냥 좋았다.

날씨가 좋으면 파이오니아 아지트에서 homeless 친구들과 함께 잔디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미 약기운이 몸에 퍼진 0의 눈에 보이는 하늘은 붉은색도 되고 파란색도 되어지며 무지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다보면 행복 해진다. 약이 깨면 0는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또 다시 약을 찾는다. 이젠 팔뚝에도 다리에도 주사 바늘을 찌를 데가 없다.

0에게 cancer란 친구가 찾아왔다.

Cancer란 친구는 어쩌면 좋은 놈이다.

헤로인에 취한 상태에서 다쳐서 찾아간 병원에서는 늘 ) 0를 이상한 사람 보듯하며 제대로 취급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0가 cancer 가 걸려서 찾아간 병원에서는 0를 아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그래서 0는 cancer 가 좋다. 이 놈 때문에 내가 사랑을 받으니까는?

그런데 통증이 너무나 아프다. cancer 란 놈이 이미 장을 점령하고 위까지 그리고 간까지 퍼진 cancer 놈이 너무너무 아프게 한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까 푸른색의 옷을 입은 간호원도 하얀색 가운의 잘생긴 의사도 또 쓰레기 통을 비워주는 청소하는 아줌마도 나를 무시하던 세상 사람들도0에게 친절하고 따뜻하다.

0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이 인생에서 자기의 황금기라고!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냥 고개를 숙이며 그래! 라고 대답하며 눈물이 보일까봐 그냥 that’s good 해버렸다. 뭐가 좋다는 거지?

아이고, 안아프면서 cancer 걸리면 안될까? 너무 아프다. 그래서 배에다 살짝 손을 올려 놓았다. 그래도 아프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나의 고객이었던 0가 생에 마지막 남은 한 달을 보내려 이곳 호스피스로 왔다. 물론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0는 그저 나의 고객이었을 뿐이니까는……

그런데 나는 0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연락의 끈을 잡고 있었다. 내가 사무실을 옮겨 가면서도 내 연락처를 주었었다. 연락이 안될까 봐, 어디서 혼자 죽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0는 연락처를 안주어도 잘도 찿아왔다. 시애틀 homeless program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나 !

0가 힘들어서 아플 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날때 그리고 즐거운일이 있을때 연락하라고.

0는 가끔씩 전화를 해왔다. 어떤때는 예고도 없이 내사무실 앞에 짠하고 나타났다. 몇 년 전 에는 사귀는 여자 친구라며 얼굴이 얽은 멕시칸 처녀하고 함께 나타났다. 자기도 폼재 보려고 멕시칸 처녀의 어깨를 감싸며…….

나는 여전히 길바닥을 헤매고 다니는 0를 쌀쌀 맞게 대했었다. 제대로 좀 살아보라구!

0에게 다운타운 4가에 있는 허름한 정부 아파트도 얻어 주었었다.

0는 내가 발품 팔아 다니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얻어준 스튜디오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답답하다며 시애틀의 비오는 밤길에서 헤매이다가 친구들과 길바닥에서 잠을 잤다. 나는 그런 0에게 은혜를 모르는 (무슨은혜?) 정신없는 0이라고 욕을 해가면서도 0의 끈을 놓치 않았다. 0의 외로움을 알기에……

0는 어떻게 알았는지 바뀌어진 내사무실을 잘도 찿아왔다. 내가 어디에 있어도 찿아 올 것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전 0는 세상에 혼자 있는것이 외롭다며 연락을 해왔다. ㅇ는 이미 병원 한 구석을 차지하며 누워 있었다. 이미 장에 생긴 암수술을 한번 마치고.

0는 따뜻한 사랑이 뭔지 모른다. 언젠가 따뜻한 사랑은 어떤느낌일까? 라고 물은 적이 있다. 63년 동안 느껴본 사랑이 생각이 안난단다.

호스피스의 쇼셜워커와 마주 앉았다.

0는 병원의 치료를 거부한 상태이니 지금부터 이곳에서는 아픔을 덜어주는 진통제를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혹시 염증이 오거나 뉴모니아가 오면 약을 줄까? 라고 묻는다. 0는고개를 가로 젓는다. 숨이차면 산소호흡기는? 그것도 싫단다. 그냥 안아프게만 해줘! 0는 행복하게 가고 싶단다.

누구나 살아가는 삶이다. 그 삶의 길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 , 따뜻하고 ,구수한 저녁밥 냄새가 폴폴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랑을 0는 모른다. 그런 작은 사랑도 모르는 0를 간호원들이 살살 다루지 않으니까는 화딱지가 난다.

화딱지가 나서 못 견디겠다. 0가 살아온 인생이 너무 슬퍼서 화딱지가 난다. 많은 사람이 느껴본 사랑을 0 어떤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0의 삶에 화딱지가 난다. 몸에 암세포가 퍼지면서 자라는 데도 더 이상 손을 못대게하는 0에게 화딱지가 난다. 그래! 아니 어쩜 0가 옳은거야 ! 0는 행복해지고 싶은거야…….. 안아프고 싶은거야……..

나는 아프면 함께 해주는 가족이, 사랑하는 친구가 , 형제가 있는데, 아무도 0들 모르니 화딱지가 난다.

9살 때였든가 땅따먹기(왜 내가 여기에다 목숨을 걸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하다가 앞집돼지(?) 언니의 속임수에 땅도 다뺏기고 머리채까지 끄들려 분해하던 내가 화딱지 난다고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는 화딱지에서 딱지떼어버리면 화가 없어지는거야! 라고 말을 해주셨었다.

나는 지금 화딱지가 너무 난다. 그런데 엄마가 뚝 떼어버리면 화가 안 난다는 그딱지를 떼어버릴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