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땐?

3주째 연락이 두절된 우리 프로그램의 고객 00 집에 무조건 찾아갔다.0집에 도착해서 문을 한참을 두드리니 나의 고객인 0는 잠이 덜 깬 얼굴에 머리는 까치집을 이고서 what’s up? 이라며 문을 열다가 문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고 급하게 옷매무새를 만지며 Regina, I am sorry! I didn’t know you are coming to visit me. (레지나 나는 네가 나를 방문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웬일이지?
나는 0의 말에 조금 화가 나기도하고 한심한 생각도 드는 터이라 내가 하는 말이 곱지가 않다.
Well. I been calling you so many times but you never answered so how could I reach you?
(너! 내가 얼마나 많이 너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너는 내전화 아예 받지도 않으면서 나보고 어떻게 연락을 미리 하라고……)
속으로는 0의 말에 화가나기도지만 힘있는 사람은 나이고 00는 나의 homeless 고객이다. 내가 힘이 있다고 화가난다고 내 마음대로 말을 하거나 고객을 대하게 되면 그것은 바이올레이션이다. 그래서 속상하고 짜증스러운 상황을 꾹 참아본다.
그리고는 올라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최대한 상냥하게 May I come in(들어가도 괜찮니?) 하고 물으니 0는 나에게 지금은 정말 안된단다. 집안도 엉망이고 그리고 마음 준비도 되지 않아서 너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할 준비가 안되어 있으니 내일 다시오란다. 그래서 나는 0에게
아니! 네가 너에게 전화를10번도 넘게 했었고 또 너는 나에게 3주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너하고 대화의 시간이 꼭 있어야하는데? 내가 뒤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질 않자 0는 나에게 사정을 한다. 그럼 두 시간만 달란다. 두 시간후에 집을 다치워놓고 레지나하고 애기를 할 수가 있단다. 나는 0에게 두 시간은 내가 기다릴수가 없으니 30분 동안 밖에서 기다릴테니 30분안에 집안정리한 후에 너의 집안에 들어가 애기를 하자구?
0는 30분가지고는 안된단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어디 갔다오란다. 그래서 나는 0에게 대충 집안을 정돈을 할 시간을 주고자 이렇게 말을 했다.
0야! 나는지금 어디 갔다올시간도 없고 또 파킹 장소도 없어서 나갔다오기 싫으니 여기서 기다릴테니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30분 후에 보자구!
0는 문앞에서 기다리겠다는나의 말에 기운이 다빠진 목소리로
OK! If you want to stay here, nothing I can’t do. (네가 그런다면 할 수 없지 뭐!라고 말하며 문을 닫고 안으로 사라져갔다.
그때부터 나는 30분 동안 마치 숨어있는 도둑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사관처럼 0의 집쪽을 살펴보며 0의 집 문밖에서 살펴보고 있었다.
정확히 30분이 지나자 나는 또다시 0집의 문을 두드렸다.
몇 번의 문을 두드리자 0는 주눅이 든 모습으로 문을 열면서 Dear, Regina If you cangive me little more time I can clean up clearly”좋은(?) 레지나 네가 나에게 시간을 더 준다면 내가 집안을 깨끗이 치워놓을 수가 있을텐데 네가 시간을 안주니까…..
0는 지금 자기집이 지저분한 것은 레지나가 시간을 안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애기이다. 결국은 자기 집안이 지저분한 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고 내가 말도 없이 들이닥치고 또 두 시간만 달라는데에도 안주었기 때문에 집이 지저분한 것은 레지나 네 책임이라는 애기이다.
아! 정말 이럴때에는 어릴 때 앞집 언니와 싸우느라고 머리끄덩이 서로 움켜 잡고 뒤엉캐댔던 것처럼 0의 금발의 긴 머리채를 붑잡고 한번 휘둘러대고 싶다.
9살때 동네아이들과 땅따먹기하다가 계속 눈속임을 하며 땅을 따가던 앞집 옥순이 언니를 용의주도하게 살펴보든 나는 너무나 화가나서 아무말도 없이 감히 옥순언니의 탐스러운 긴머리채를 잡아쥐었었다. 물론 옥순언니 몸집이 나보다 배나 크고 (옥순언니 집이 빵집을 했었다) 동네 아이들의 대장격인지라 아무나 쉽게 대들 수 없는데 나는 진짜 겁도 없이 여왕님(?)의 몸에 손을 댄 것이다. 곧 내 머리채는 옥순언니 손에 잡히어 마구잡이로 흔들려 대었고 내 손에 잡히었던 옥순언니의 머릿채는 옥순언니의 강력한 힘에 의하여 이미 제자리를 찾아가버린 뒤였었다. 그때에 막내동생인 내가 몸집이 나의 배나 되는 뚱보 옥순언니에게 잡히어 사경을 헤메는 것을 보게된 막내오빠는 미사일처럼 달려와 내 머리채를 잡고 있던 옥순언니의 손에 일격을 가해 내 머리채도 풀려났고 그날 저녁나는 머리 공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부어서 밤새도록 끙끙대었으나 엄마에게 혼날까봐 쉬쉬 참으며 밤을 새웠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화가 나도 다시는 누구에게도 손을 댈 생각도 안 하게 되었다.
항상 고쳐야할일을 애기할 때마다 남의 탓을 하는 나의 고객0의 모습에 나는 지쳐 있었고 눈속임하는 0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쌓여 있던 풀리지 않았던 화가 폭발할 것 같고 머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날 지경이다.
우선 내가 폭발해보았자 내게 돌아올 것은 별로 없다. 케이스를 제대로 핸들 못하면 일을 그만두는것이 우리 사무실에서 내가 가질수 있는 옵션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homeless 이들을 도와주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라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라이프 스킬코치이니까…….
집안은 대충급하게 치워놓은것 같고 리빙 룸에는 잡동사니들로 구석 구석 차 있어서 정신이 없는데다가 싱크대에는 며칠째 음식을 해먹고 쌓아놓은 그릇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지저분한 크고 작은 그릇들이 용케도 탑처럼 쌓여 있는점이 신기할 정도 이다.
아이구! 웬 옷가지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Where did you get these clothes?
0의 얼굴을 보니 왠지 불안하다. 나는 리빙 룸을 지나서0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는 산더미같은 옷가지들로 산을 이루고 있었으며 바닥에도 군데군데 널려놓은 잡동사니들로 정신이 돌 지경이었다.
아이구 이게 뭐야?
방안에는 풀이 죽은 강아지 한 마리가 이불더미에서 눈만 빼꼼이 내놓은 채 끙끙거리며 불시에 들어온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개가 여기저기 똥싼 흔적이 있고 배설물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이다.
아니! 애네들은 냄새도 안나나?
나는 0에게 Do you know we can’t have an any pet in this building?(너는 이 건물 안에서 동물들 못 기르는 것 모르니?)
0는 아무말도 없다.
나는 0에게 이곳에서 동물 키우면 위법인 것 알지?
0는 아무 말도 없이 자기는 개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잠깐 맡아 있는 중인데 이따가 친구가 찾아갈 것이란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구?
메스터룸을 지나서 아이의 방으로 가려니까는 0는 나를 붙잡으며 레지나, 지금 그 방은 치우지 못했단다. 얼굴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니 다음번에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0의 얼굴을 돌아보며 최대한의 편안한 얼굴로 0를 바라보며 왜냐하면 내가 손님을 무시하거나 쉽게 대했다고 고발할 수도 있으니까……
아이의 방에 들어가니 0 의 아들은 학교엘 갔는지 없고 머리를 어깨까지기르고 팔뚝에는 문신으로 도배를 하고 눈썹있는데에 눈고리를 두 개쯤 한) 남자가 숨죽이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멋적은 얼굴로 하이!라고 하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1시간전에 왔단다. 결코 여기에서 잠을 잔 것이 아니란다.
0는 싱글 맘이다.
우리프로그램은 프로그램에 들어오고자 하는 homeless들에게 이곳트렌지 셔날 홈에서 이년 동안을 살 수 있게 해주면서 몇 가지 지켜야할일에 싸인을 하게 했었다. 누구든지 자기가 번 수입에서 1/3 렌트비 그리고 학교를 가든지 아니면 기술을 배워야 하든지 아니면 직장을 가든지 하여야 하고 집안은 깨끗이 정리정돈해야하고 카운셀러는 아무때고 이곳을 방문을 할 권리가 있고 이집안에 우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가족 외에는 잠을 못자게 되어있고. 누구든지 이곳에서 하루밤을 묵어야할 경우에는 우리프로그램에 먼저 연락을 해서 와서 잘사람에 관해서 백그라운드 체크엎을 해야하며……
남자친구도 역시 부쉬쉬한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는데……
가끔씩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이 싫어진다. 내가 뭐 형사도 경찰도 아니고 또 내가 이사람들의 부모도 아닌데…… 잘못하는것 지적해야하고 가르쳐야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곳에 들어와 룰을 지키며 잘 따라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0는 정말 힘이든다. 그런데 어쩌지!
내 직장 상사에 보고 하면 0가 이곳에서 쫒겨나가야하고 보고를 안 하면 내가 곤란해지고.봐 주어도 힘이 들고 또 그냥 보고하면 0가 우리 프로그램에서 나가야하는데 이렇게 추운 겨울에 어디로 나가라고 해야하는가? 정말 머리가 아프다.
0는 어릴때 9번이나 포스터홈을 옮겨다닌 슬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아끼고 잘해주고 싶은데 해도 해도 너무 한다.어떻게 해야 0도 살고 나도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0를 붙잡고 감정에 호소해보았었다. 너를 사랑한다고 나는 네가 행복하고 잘살아갈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너의 인생이 잘되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애원비슷하게 설득도 해보았다.
정말 0에게 주어진 이 환경들이 (렌트비는 2년 동안 수입의 1/3 만 내면 되고 수입이 얼마이든지 간에…..) 정기적으로 카운셀리을 받을 수가 있고 여러 갖; ㅣ 혜택을 주며 보통사람들처럼 살 수 있게되기를 도와주는데…… 0가 앞으로 막살아갈 인생을 볼 것 같아서, 지나간 삶처럼 또 힘들게 살아갈 길을 막을수가 없기에…..
그런데 정말 힘이든다. 그리고 마음이 안좋다. 아! 이럴땐 난 어떻게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