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똥 밟은거라구!

0씨는 비몽사몽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마자 아직도 꿈나라를 헤메이고 있는 남편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당신 아직도 자? 음.음.음 남편은 0씨가 묻는말이 들리기는하는지 뜻모를 대답만하고는 다시 잠 속에 빠져 있습니다. 0씨는 아직도 지난밤의 꿈이 생생하여서 이 생생한 꿈이 사라질까봐 빨리 남편에게 애기를 하고 싶습니다. 요즈음은 금방 있었던 일들도 돌아서며는 잊어버려서 한참을 생각해야 됩니다. 때로는 잊어버리는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남편하고 말다툼을 하고 나서 며칠 후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생각이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남편에게 뭐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해보다가는 에이 그만두자!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0씨는 꿈이야기가 너무나 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잠을자면서 코까지 드르렁 드르렁 고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려봅니다.
참 많이 늙긴 늙었네! 얼굴 피부는 늘어져서 쭈굴거리고 그 좋던 피부색깔도 여기저기 검버섯이 요란합니다. 남편은 지난여름 시어머님이 편찮으셔서 한국으로 뵈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공항에서 마주친 남편은 커다란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베기지 클레임 있는 곳으로 걸어나왔습니다.
남편은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을 푹 숙이고 무슨 독감이라도 걸린 사람모양 큰 마스크로 얼굴 전면을 가리운 채 마치 도둑질한 사람이 얼굴을 가리우려고 하는 것처럼 불안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저만치 마중나온 아내를 보자 손을 흔들며 다가옵니다.
0씨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아니 저게 뭐지? 하면서도 주위의 사람들 보기가 공연히 미안스러워 저만치서 반갑다며 빠른걸음으로 오는 남편을 바라다보며 뒷걸음쳤습니다.
남편은 이왕에 한국에 나간 김에 얼굴에 핀 반갑지 않은 검버섯들을 뽑아내는 시술을 하고 햇볕을 쬐면 안된다는 의사의 권고아래 챙이 있는 모자에 며칠 동안 세수도 못하고 검버섯이 있던 자리에는 무슨 하얀 크림을 콩알 만큼 여기저기 바르고는 그것을 감추려고 얼굴의 2/3는 덮일 만큼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걸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곧 나와야할 숨소리가 잠시 멈춥니다. 그래서 0씨는 남편을 흔들며 깨워 봅니다. 요즘들어 남편이 무호흡이 잦은 것 같습니다. 코를 골다가 숨을 깊이들이마시며 잠시 숨이 멈춘 듯하면 0씨는 걱정이 되어 남편을 흔들어 깨웁니다. 그러면 그때야 남편은 응 뭐야? 라며 잠을 다시 자곤 합니다. 남편이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보았는데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지만 0씨는 아이 이사람이 이렇게 가버리면 나는…….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해봅니다.
0씨는 남편을 다시 흔들어봅니다. 남편은 몸을 옆으로 돌리더니 뭔데 자는 사람 깨우느라고 그래? 라고 중얼거리듯이 묻듯이 또다시 잠에 빠집니다. 남편이 내뿜는 숨길에는 온갖 머리아프고 골치아픈 냄새가 0씨의 정신을 바짝 깨웁니다. 아이구 웬 냄새가 이렇게 지독하지?남편이 내뿜은 독한 냄새가 공중으로 퍼질 즈음 0씨는 또다시 남편을 흔들어 깨워 봅니다. 여보자냐구? 남편은 잠이 덜 깬 목소리에 뭔데 아까부터 나를 잠도 못자게 괴롭히고 있어 그래!
젊었을 때 같으면 잠자는데 깨웠다고 길길이 날뛸 남편인데 나이가 든 남편의 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없습니다. 음 음 나 조금만 더 자고 이따가 애길 하자. 거의 애원조입니다.
0씨는 당장이라도 남편의 눈을 까뒤집어서 깨우고도 쉽지만 생각을 고쳐 먹습니다. 아이구 이사람도 매일같이 치킨 다듬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꺼야! 좀 더 자게나두자.
0씨는 생각을 하다가 조바심이 나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어디서 복권을 살까? 어느 가게가 확율이 높은 거지? 0씨는 어제밤 꿈속에서의 내용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다가와 견딜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꿈속에서 0씨는 많은 사람들 무리하고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는데 게임의 마지막 휘날레 때에는 백만 불짜리 래플티켓이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던 모래사장 안에 숨겨져 있는데 그 래플티켓을 손으로 찾아내서는 안되고 발로 헤쳐내어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 룰 이어서 0씨도 열심으로 한참이나 여기저기 모래사장을 헤쳐가며 백만 불짜리 래플티켓을 찾으러 다니는데 저만치에서 와와와라는 함성이 울리더니 백만 불짜리 래플티켓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꿈속에서 0씨도 함성이 나는 곳으로 가보니
게임의 주최측에서는 래플티켓을 발로 헤쳐서 찾아야하는데 손으로 헤쳐서 찾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모두들 다시 고개를 숙이고 래플티켓을 찾으러 다니던 중 0씨에 발에 무엇인가 걸려 거들쳐내보니 백만 불짜리 래플티켓이 담긴 작은 플라스틱 공이었습니다. 꿈속에서 백만 불을 탔다고 너무나 좋아하다가 잠이 깨었는데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서 0씨는 흥분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남편이 부쉬쉬 눈을 뜨더니 그래 잠자는 나를 그렇게 깨우더니 그래 무슨 애기야 해봐?
0씨는 여보! 여보! 어젯밤에 ……….. 꿈이야기를 감정을 섞어서 실감나게 설명을 하고나니 남편은 아무감정도 없이 심드렁하게 응 당신 지뢰를 밟았군! 당신 오늘 조심해 당신 오늘 똥 밟은 것이라구!컥 하고 가래끓는 기침소리를 하더니 화장실로 향합니다.
0씨는 남편의 심드렁한 말에 화가 납니다.
그래! 내가 저렇게 재미없고 무신경하고 부정적인 남자한테 뭘 기대를 해! 공연히 내 입만 아프지! 라며 스스로를 위로를 한 후 그래도 나니까 저 남자하고 입때까지 살아왔지!라고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0씨는 부부가 하는 가게로 가기 전 집 앞 골목 입구에서 차를 멈추고 7/11 스토어에 들러서 주머니에 들어 있는 캐시를 통 털어 복권을 샀습니다. 주머니에는 $63.00이 있었습니다.
가게 가까운 곳 파킹장에다 차를 주차해놓고 가게까지 걸어들어오는데 머리에 뭐가 떨어지는 것 같더니 날아가던 갈매기가 똥을 찍하고 싼 것이 앞머리를 거쳐서 이마로 흘러내리더니 눈에 갈매기 똥이 들어갔습니다. 눈이 너무 아파서 눈을 뜨지를 못하고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눈을 씻고 나서도 눈은 한참 동안 따끔거리고 아팠고 빨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지 않나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 아침에 어제딜리버리해 놓은 치킨을 다듬기 시작하다가 보조로 일하는 멕시칸 처녀 마리아가 나오자 0씨는 마리아와 함께 박스를 싣고 튤리를 가지고 차로 향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코스트코에 가서 가게에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사서 차에 실어두었기에….
차에 도착해보니 0씨의 차오른쪽 창문이 깨져 있고 문은 열어져 있었고 급하게 차의 트렁크를 열어보니 트렁크 안은 아주 싹 빈 채였습니다. 가게에 필요한 차에 실어두었던 모든 물건들이 아예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0씨는 고개를 흔들며 생각해봅니다. 이거 뭐야? 잭팟이 아닌거야? 정말 똥밟은 것인가?
그리고는 감성적이다보다 감정적이기도한 자기하고는 달리 이성적인 남편의 말이 생각이 나며 남편이 참으로 위대해 보였습니다. 그래! 남편 말이 맞는거야
나 오늘 조심해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