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화가 쉽게 나는 거지!

K 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상담실안을 왔다갔다 하는것이다.한참을 왔다갔다 하던 K 에게 Are you OK? 하고 물어 보았으나 아예 대꾸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상기된 얼굴로 시계추 처럼 왔다갔다 하는 K 를 바라보기만하였다.
아하 ! 또 힘든일이 생긴거구나? 아니! 별일이 아닌일가지고 또 마음이 상한것 이겠구나?
어쨌든 이럴때에는 그냥 기다려주면 된다.

잠시동안 상담실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분을 삭이던 k 는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이되었는지 그제야 나를 돌아다보며 아까 물어보았던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 I am better now 그러고나서 상담실소파에 철퍼덕 주저 앉아 소파 깊숙히 자릴잡고 눈을 지긋이 감는다. 한참을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기고 있는 K 에게 Do you want some tea? 라고 물으니 그린티 한잔을 부탁해도 되는가 묻는다.

나는 우리사무실에 있는 몇가지의 그린티중에서 티백이 아닌 찻잎을 우려내서 마시면 좋다며 잘아는 00씨 가 한국에 다녀오시면서 선물로 주신 보성 티를 찻잎과 함께 섞어서 차한잔을 내려서 주었다. 그냥 티백을 만들어주었다가 화가 난상태에서 급하게 차를마시다가 차 한잔에 사레가 걸릴까봐서이다.

K씨는 차한모금을 마시더니 자기가 왜 이렇게 화가 나야하는지 자기도 이해가 되지않는단다. 그리고는 오늘있었던 일들을 설명을 하는것이었다.

K 는 이곳 시애틀에서 잘나가는피아니스트이다. 그리고 씨애틀의00 대학에서 피아노 강사로 있다. 키가 훌쩍 크고 예술가 다운 외모에 머리를 길게 길어서 뒤로 묶은후 포니테일을 하고 다니는데 00 가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선율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피아노를 치는모습에 그냥 빠져들어버린다. 많은사람들이 노래를할때 어떤 사람은 소프라노로 또는 바리톤으로 그런데 어떤 사람의 노래에는 사람의 혼을 느끼게 하는 그런 노래가 있다. 듣는사람이 느낄수가 있다. 그런데 00가 피아노를 칠때면 듣는사람이 숨을 쉬는것조차 조심스럽다. 피아노소리에 마음이 그냥 빠져들어가기때문이다.

00의 기억에 00의부모는 자주 싸웠다. 심하게 싸웠다. 부모가 싸우고 아버지가 화가나서 문을 쾅하고 닫고 나가면 엄마는 이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00는 혼자였다. 집에는 특별히 놀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00는 엄마가 치던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혼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배운 키를 사용해서 00혼자만의 곡을 혼자서 만들어 치기 시작을 했다. 피아노를 치면 00는 너무나 행복했다. 피아노를 치면 엄마의 비명소리도 아빠의 화난 목소리도 그리고 날라다니는 접시들의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피아노를 치다보면 배가 고픈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00가 15살이 되면서 00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연주회를 다니게 되었다. 물론 연주회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만 있는것이 아니었다. 00의 재주에 관심을 갖은 M에이젼시로부터 계약을 하고 00 에게 매니저까지 따라 다니게 되었다. 00는 여러곳으로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어린나이에 돈도 벌수있었다. 00의 엄마는 그동안 세번의 결혼을 더 하였으나 세번 다 실패를 보았다. 그동안 새로운남편들과의 사이에서 아들만 셋을 더얻게 되었다. 엄마는 세아이를 키우느라 00의 연주회에 다따라 다닐수가 없었다. 00는 여러곳을 매니저하고 다니면서 특별히 매니저형(?) 아저씨(?) 하고 정이들었다.

그런어느날 연주회를마친날 연주회를마치고 피곤을 풀라고 매니저형이 건네준 조그만 알약을 먹고난후 잠에 떨어져 버렸다. 다음날아침 00는 자기 에게 밤새 무슨일이 생겼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가슴이 떨리고 두려웠다. 그리고 자기가 이 애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자기는어떻게 될까? 고민을하였다. 매니저 형은 00에게 00를 제일로 사랑하는사람은 자기라고 했다. 그리고 어린00에게( 16살)매니저는39살이었다. 둘의 사랑은 변치않을꺼라고 했다.

그런데 00가 19살이되던 어느날 우리둘의 사랑이 변치않을꺼라고 맹세하며 다짐을 주던 매니저가 자살을해버렸다. 미성년자 강간죄로, 00를 만나기전에 다른 소년에게 있었던 일로……

00는 매사에 쉽게 화가 났다. 아무것도 아닌일에도 화가 났다 화가나면 어찌할바를 모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다. 그리고는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다. 화가나면 숨도 쉬기 힘들었다. 무참히 당하며 참고 있었던 거짓사랑의 손길이 징그럽게 느껴지며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하던 자기의 모습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 아니 부모가 알수가 없었다) 엄마아빠에 대한 분노때문에 화가났고, 한없이 몸을 씻어도 씻어지지않는 상처 때문에 화가났다. 아무에게도 할말한번 못해보았던 어린시절의 고통이 화가 났으며 엄마아버지의 싸움소리에 구석진곳으로 피해다니며 숨어서 불안에 떨고 있는자기의모습에 화가 났다. 아버지가 화가나서 엄마를 두들겨 팰때에 먼발치에서 당하는엄마를바라만 보고 숨을 죽이고 울음을 삼켰던 그순간이 화가났다. 모든것에 화가 났다.

오늘도 00는함께 사무실에서 일하던 00의 How was your holiday plan? Are you going to visit your parents? 직장동료는 아무생각없이 00의 어깨를 툭툭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때에는 고향에 갈 것이냐고 물었던 것이고 00는 직장동료의 평범한질문에 별안간 숨을 쉴수없는고통이 밀려오며 상처를 당하던 자기의 과거 의 고향이 연상되며 잠시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모든것이 정지되어버리는상황에 도착하였던것이다.

00는 나에게 애기를 한다.
I don’t want anyone to touch my body. It is my body .No one can’t touch me……..
별안간 자기에게 트라마타이즈되어진 어린시절의 고통스런순간들이 아무렇치도 않았던 직장동료 손길에 되살아나며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진것이었다.

00는 지금 나이가 사십대이다. 많은시간 이지났다 그리고 본인의 삶도 많이 안정되어졌는데도 가끔씩 고통스러워한다. 00와 나는 가끔씩 만난다. 오늘도 별안간 전화가 왔었다. 시간좀 내줄수있느냐고? 아니 시간을 내어달라고? 00가 나에게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을 하고서도 나의사무실에와서 오자마자 아는체도 못하고 자기의 고통속에 빠져있었던것이다.

00 나는 지금 차한잔을 마시며 인생에 대해서 애기를 한다. 우리의 삶의 여정속에서 기가 막힌일들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것이라고, 그리고 오늘을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면 ,오늘에 감사하다보면 어제의 고통도 작아지는날들이 점점 많아 질꺼라고.. 그리고 세상에는 악한이들보다는가슴따뜻한 사람들도 꽤 있어서 00의 고통도 사람들의 고통도 위로받을때가 있다고…… 그리고 서로위로해주는마음이 있을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는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