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국

추 한 박스를 사서 계산을 하려는데 카운터에서 일하시는 분이 “레지나씨 배추는 한 박스씩 사다 뭐하려구 사가는가? 묻는다.
김치 담그고 나머지는 국도 끓여야지요.
누가 다 먹는데?
먹는 사람이야 많지요.

집에 도착하여 배추를 다듬는다. 퍼렇게 생긴 껍질들은 떼어내어 광주리에 담아 놓고 뽀얀 속살의 배추들은 네 등분을 하여 소금물에 절여 놓았다. 마침 아들아이가 보고 있다가 엄마 내가 할께요? 라면서 내가 갖고 있던 칼을 가져가더니 쉽게 배추를 잘라서 만들어놓은 소금물에다 담가 놓는다.

그리고는 엄마! 김치 담기 전 제가 다 씻어 놓을께요라면서 엄마는 나중에 양념을 만들어주기만하면 버무리는 것도 자기가 할테니 엄마는 힘든 일 하지 말란다.

말만해주어도 고마운데 내가 김치를 만들거나 베쿰을 하려고 하면 아들아이가 자기가 하겠다며 내가 하던일을 빼앗아가서 자기가 쉽게 해결해준다.

남은 배추 잎들은 배추를 다듬으면서 올려놓은 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뜨거운 물에다 집어넣으며 배추 밑둥이가 뜨거운 물에 숨이 죽어 내려갈수록 위에서 눌러서는 커다란 솥안이 가득 차게 배추잎들을 담고 뚜껑을 살짝 덮어서 끓는물이 넘치지 않게 해두었다.

얼마후 솥안에 있던 배추잎들은 삶아져서 우거지가 되어 건져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거지들을 싱크대에 쏟아넣고 찬물을 부어서 뜨거운 열기가 식기를 기다린 다음 우리집 가족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거지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였다.

결혼을 해서 우거지 껍질을 벗기는 것을 보신 시어머님이 한마디 하셨었다. 배추는 줄기가 있어야하는데 왜 겁질을 벗겨 버리는가 하고?

나는 그때에 시어머니 말씀도 맞는 듯하여 우거지국을 끓일때에도 우거지 껍질을 벗기는 것을 중단하였었다.

시어머님이 따뜻한 날씨가 좋으시다며 캘리포니아 딸집 근처로 이사를가시면서 나는 김치를 담그기전 생기는 우거지로 국을 만들때면 또다시 우거지를 삶아서 식힌 다음 물기를 빼서는 우거지 배추 껍질을 벗기여 내었다.

함께 둘러앉아서 내가하는 일을 재미있어 하며 함께 하는 우리가족들에게 삶아져 있는 배추 한 잎를 꺼내어 들고 시범을 보인다. 이미 삶아져 부드러워진 우거지 줄기 쪽을 손가락으로 밀면 배추 껍질이 밀려난다 밀려난 배추겁질을 잡아 쭈욱 벗어내면 껍질이 벗기어지며 부드러운 우거지만 남게된다.

어느 추운 겨울 내가 국민학교 때 6학년때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엄마는 오빠와 나에게 그리고 직장을 찿는다며 우리집에 와서 묵고 있던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까지 부르시더니 잠바를 단단히 입고 장갑을 끼고는 엄마와 함께 시장엘 가지고 하셨다.

엄마는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 구르마가 쌓여있는 곳으로 가시더니 이미 구르마 주인에게는 애기가 되었는지 구르마 작은 사이즈 하나를 정하셔서 구르마 안으로 들어가 구르마를 끌어내시면서 시장 안으로 향하셨다.

엄마가 구르마를 끌고서 멈추신 곳은 김장배추를 산더미같이 샇아놓고 있는 송씨 아저씨씨가게였다.

송씨아저씨와 엄마는 이미 애기가 다 되어 있는 듯 배추가 샇여 있는 한쪽에 샇여 있는 배추잎들을 엄마가 끌고간 구르마에 담기 시작하였다. 물론 함께 간 우리들도 함께 엄마와 함께 배추잎을 구르마에 담기 시작했다.

배추잎을 다 구르마에 싣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느길에 나는 엄마에게 물어 보았다. 엄마 우리 김장했는데 이거 왜 필요해요?

엄마는 우리집에서 잔치하려고 그러지! 라면서 대답을 하셨다. 엄마 잔치엔 떡을 해야지 왜 배추잎으로 잔치해요? 라는 나의 질문에 글쎄! 나중에 보면 안다라면서 더 말씀을 안 하셨다. 구르마를 끌고 가는 엄마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을 때 즈음엔 집에 와있던 아버지 친구아들인 00 오빠는 엄마와 교대를하여 구르마를 끌고 오빠와 엄마 뒤에서 밀고 나는구르마가 가면서 떨어지는 배추잎들을 다시 구르마에 올려놓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가다가 엄마는 시장 입구에서 고구마를 구워파는군고구마 아저씨에게 군고구마네 개를 사시더니 우리들에게 추운 겨울에 빨갛게 언 얼굴에 따뜻한군고구마를 살짝 대어서 녹히라며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는 따뜻하고 달콤한 군고구마를 얼굴에 대었다가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먹으며 군고구마의 따뜻함이 추운날씨에 얼어 있는 몸 속까지도 따뜻하게 해주었다.

집에 도착한 구르마에 쌓여있던 배추잎들은 우리집 뒷마당에 걸려있던 무쇠솥에서 삶아지고 다 삶아진 배추잎 우거지들은 광주리에 옮겨져서 우리 형제들 앞으로 배당되었었다. 우리들은 삶아진 우거지 앞에 모여앉아 엄마가 보여주는 우거지 껍질을 벗기는 시합을 하였다. 엄마는 우거지 한줄기를 들어보시더니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밀어서 껍질이 벗기어지신 것을 쭈욱 밀어서 벗기어 내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우리 형제들은 겨울방학이라 특별히 신 나는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우거지 껍질 벗기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엄마는 우리 형제들과 집에 와 있던 여러 사람(우리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북적되었다)들에게 제일 껍질을 많이 벗기는 사람들에게 상품으로 꽈배기를 내걸고 우리의 경쟁을 부추키셨다.

다 벗기어진 껍질은 뒷마당에 퇴비로 쓰여지고 보드러운 우거지들은 커다란 다라에 담겨져서 엄마의 손에 의해 된장 고추가루 마늘 그리고 엄마가 항상 준비해놓은 멸치가루 등과 함께 버무려져 이미 만들어진 육수(멸치와 무 그리고 마른새우) 물에 넣어지며 맛있고 구수한 냄새의 우거지국이 끓여지고 있었다.

우거지국이 다 끌여질 때면 우리집에는 시장안에서 좌판을 놓고 콩나물 장사를 하는 성희 엄마, 시장 한구석에서 떡을 받아다가 파는 인옥이 엄마, 무릎 아래가 없어서 자동차타이어를 잘라서 무릎에다 대고 상체로 밀며서 복사판 카셋트를 팔던 00 오빠(죽어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는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가 고구마 장수 아저씨의 등에 엎혀 집으로 왔다. 엄마가 끓여놓은 배추 우거지 국 냄새는 구수하게 온 동네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우리집 안방 건너방 뒷방 마루에는 사람들로 북적 대며 우거지국에다 밥을 말아서 훌훌 불면서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로 가득찼었다. 맛있게 우거지국을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입가엔 행복한 웃음이 피워오르고 있었다.

나는 우리아이들과 함께 껍질을 벗긴 우거지들로 엄마가 해온 그대로 마늘 된장 그리고 고추가루 멸치가루를 넣고 주물주물 무친다음 한솦 국을 끓였다.

우거지국은 정말로 맛이 있었다.

우리아들은 엄마! 엄마가 해 준 우거지국은 입안에서 그냥 melt해버려요라면서 엄마를 추켜준다. 그래서 나는 아들아이에게 말한다. 왜냐하면 엄마가 끓이는 우거지국은 할머니의 사랑이 함께 들어가 있거든…….

다 만들어진 우거지국을 식혀서 일회용 봉투에다 담았다 그리고 냉동고에다 넣어두었다. 내일 아들아이가 학교로 돌아가야하는 편에 가지고 갈 음식 목록중에 한가지이다. 그리고 또 컨테이너 몇 개에 우거지국을 담아넣고 플라스틱백에다 나뉘어서 담았다. 나를 만나러 오시분들로 혼자서 계시는 분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