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기 때문에

매일 신문과 매주 나오는 신문을 모아서 박스에 담아 한 달에 두번씩 찾아가는 곳이 있다. 신문은 이미 구문이 되어 버렸지만 이 신문들을 가지고 가면 아주 좋아하실 분이 있다. 이분은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곳에 혼자 계신다. 지난해까지는 불편하여도 휠체어를 타시며 차이나타운내를 밀고서 다니시기도 했지만 한쪽 손을 못쓰시면서 밀고 다니는 휠체어가 균형을 못 맞추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순간이 생기기도한다. 그런데 워낙에 강한 성품이시라 남이 말려도 자기가 원하시면 하시는 분이라 나는 이분에게 항상 ‘조심하세요’ 라고 부탁드린 후 비가 오거나 어두운 날에도 눈에 잘 뛰는 네온컬러의 쟈켓을 하나 마련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 좋은 쟈켓 도네이션 해주신ㅇㅇ님 감사합니다)

이곳은 내가 음악 테라피로 몸이 불편하신분이나 정신적인 고통이 있는 분들을 돕는 기관이다. 보통성인들의 음악치료에는 클래식한 음악이 많이 들어가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는 클래식한 음악을 들려드리면 쓰나미 맞은 것처럼 다 주무시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고 흥겨운 음악놀이를 통해서 본인들이 갖고 있는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보며 기억력을 돕는 것이다. 음악 테라피 시간에는 “ Twinkle Twinkle little star, 빤짝 빤짝 작은별, Ring around Rosie…… 미국 아이들이 쉽게 부르는 동요이다.

클래스가 시작이 되면 20여 분이 휠체어를 끌면서 또는 워커를 밀고서 들어온다. 어떤 분은 한쪽 발을 목발에 기대어 겅중거리시며 오시고 월남할머님 “와”는 뚱뚱한 몸이 무거워서 숨이 차서 힘이 들어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들어온다.

항상 말없이 살짝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 MR wong은 사알짝 들어와서 제일 구석에 앉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그리고는 소형 심벌즈를 가져다가 자기 무릎 앞에 놓고 기다리신다. 한쪽 몸을 거의 쓸 수가 없어서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허리가 잘 펴지 않는 00님은 지금 50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교실로 들어선다. Good morning sunse? 라며.

자! 이제 피아노를 치는 유니스 할머님만 오시면 시작할 수가 있다. 유니스 할머니는 정신도 좋고 몸도 그다지 나쁜 상태는 아니시다. 그런데다가 젊었을때 교회에서 피아노를 반주하여서 우리크래스에는 꼭 필요한 분이시다. 이분은 자기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셔서 가끔씩 억지떼를 부리며 자기존재를 확인해 볼때가 있다. 공연히 목에다 힘주고 싶어서.

자기에게 신경을 덜 쓰는것 같을때면 반협박조로 피아노를 그만치신다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할머님을 달래다가 안되면 우리 클라스에 계신 모든 할머님들에게 함께 유니스 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유니스 플이즈! 그러면 유니스 할머니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숨긴 근엄한 얼굴로 우리클래스에 앉은 우리 모두를 쭈욱 들러본 후에 다시 피아노를 쳐주신다.

나는 속으로는 아이구! 저 꼴통할머니! 하면서 작은 분개를 해보지만 그래도 할머니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지켜본다. 유니스 할머니도 외로운 분이라 무엇이든지 자기 만의 관심이 필요하니까? 유니스 할머니는 클라스를 리드하는 사람은 나인데 자기가 지도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가끔씩 음악에 별 재주가 없는 나를 혼내기도 한다.
Regina, you have to make sure that part 1 has breath long?
레지나, 지금 노래하고 연주하는 파트는 숨을 크게 쉬어야해?

아이구 이 꼴통 할머니.…빤짝 빤짝 작은 별이라는 동요에 무슨 긴 숨표, 작은 숨표가 필요한지? 어린이 동요 아주 쉬운 곡을 신 나게 연주해보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클래스에서 유니스만큼 귀여운 잘난체(?) 부리는 분도 없다. 유니스의 지적에 나는 그래! 그럼 내가 다시 할께? 그리고는 다시 시작한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눈을 살짝 홀겨보며…..

할머니들은 짝짝이, 트라이엥글 작은북 심벌즈 등을 노래에 맞추어 흔들면서 치시다가 나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교실 밖에 카페 테리아로 나가며 원을 그리며 연주공연을 한다. 휠체어 타는 분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밀어주고 혼자서 잘못 걷는 분들도 한 바자욱한 발자욱 내딛으며 이곳 카페테리아 안을 원을 그리며 돌다보면 다리운동, 그리고 노래하느라신이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밝아진다. 그리고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자율신경을 도울 수가 있다.

이분들하고 한 시간정도의 음악치료가 끝나면 우린 다시 자리에 앉아서 내 몸이 수고했다고 각자 자기 몸을 만져주며 칭찬을 해준다.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오른손으로 쓸어주며 “내 몸아 오는 너 수고 했구나. “그리고 나서 앞에 사람의 등을 살짝 토닥거려준 다음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 서로 쳐다보며 I love you!라고 외치며 클래스를 마친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치료 클래스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를 아껴주신다. 주머니에 꼬낏꼬낏 싸놓은 밀키 사탕을 나만 먹으라며 살짝 주시기도 하고(너무 눌어 붙어서 찐득찐득거리지만) 어떤 중국 할머니는 언젠가 내가 중국알몬드 쿠키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알몬드쿠키 두 개를 사셔서는 휴지로 싸고 또 싸고 하여서 나를 주신다고 꺼내셨는데 이미 알몬드 쿠키는 반쯤 가루가 되어 있었었고 기뻐하며 받았지만 쿠키의 모습과 과자를 싼 휴지를 보니 ( 아마도 휴지는 몇 번씩 입을 딱으시고 그래도 아까워하셔서 고이 두던 것(이곳은 동양이민자들할머님들이 많이 계셔서 휴지도 쓰고 또 쓰시고 하신다) 먹을수가 없어서 나중에 먹겠다고 하니까는 지금 당장 맛을 보라신다. 할머니의 수고에 감사한마음으로 먹어야겠지만 도저히 먹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이곳에서 디렉터로 일하는 친구 이자 후배인 프랭크의 얼굴을 바라보니’ 프랭크는 넉살좋게 할머니 나도 좀 주십시요 하면서 내 손에 들리어진 쿠키를 자기가 뺏아간다.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워낙에 프랭크를 좋아하니까. 이 할머니도 그냥 프랭크를 쳐다보시기만하다가. 할머니는 프랭크에게 뭐라고 야단을 치시더니 나를 쳐다보며 보고 나중에 프랭크 몰래 또주시겠단다.
Thank you frank!

이곳에 한국할아버지가 계시다. 어쩌면 이분은 찾아오는 이들이 거의 없으시다. 성격도 보통이 아니시지만 주위에 거의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아들 둘이 있는데 한 아들은 군대를 따라다니느라 이곳 시애틀에 없고 큰아들은 웬일인지 지금은 연락도 잘 안 하신단다.

그래도 어쩌다 오긴 오는데 영어권이라 할아버지하고는 속시원히 애기를 나눌 수가 없다.

신문 박스를 할아버지 방에 내려놓으며 자! 저 레지나 예요? 어떠세요? 하고 물으니 벽쪽을 바라보며 누어서는 뒤돌아 보지도 못하시며 ‘나지금 너무 몸이 아파서 죽겠어요”라고 말하신다. 그래서 내가 간호원에게 알릴까요? 하고 물으니 간호원이 방금 다녀갔단다. 그런데 그 간호원x이 맘에 안 드신단다. 본인이 달라는 약을 안주고 그x이 원하는 아무 약이나 가지고 왔단다. 아마도 페라노이아 이신 것 같다.

나는 너무 오랜시간 만난 분이라 이분을 잘알기에 “아! 그러시구나” 정말 그x나쁘네요 하고 맞장구쳐드리니 할아버지는 겨우 돌아누우시며 자기 맘을 알아주는 듯한 나에게 마음을 여신다. 그래서 할아버지 내가 뭐 해드릴 일 없을까요? 하니 김치가 먹고 싶으시단다. (네가 사고 싶으면 사란다)그래서 인근에 있는 일본 마켓에 가서 거금$00를 들여(한국마켓에 가면 큰 김치 한병을 살 돈이니까) 김치 8oz를 사다드리고 할아버지가 예전에 교회 다니실 때 좋아했다는 찬송가를 불러주마고 하니 그러면 해봐요!라고 말씀하신다.(이분은 항상 네가 좋으면 해봐라라는식이시다. 자기만의 자존심을 누려보시는거다)

나는 내가 좋아하며 외우고 다니는 찬송가중에
“Shacked –led by heavy burdenneath load of guiltand shame” 험한 세상 나그네길…….
할아버지는 내가 삼절을 다부를 때가지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노래를 마치자자! 이젠 됐어! 라신다. 이분은 사랑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소리가 어렵다.

언젠가는가까운 친구하고 함께 왔었는데 이분의 말투가 너무 꽤씸하다며 뭐하러 찾아다니는가 물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애 이분이 이 허세라도 안부리면 무슨 재미가 있겠니?

할아버지방에서는 오랫동안 누워계신데다가 환기가 안되어서 콤콤한 냄새가 났다. 나는 할아버지 방문을 열고 잠시 환기를 시킨 후 잠시 할아버지의 넉두리를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 저 사무실에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는 얼마전 암수술이후기력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를 살짝 안아드린 후 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오늘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