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괜찮아!

나는 내 두손을 꼬옥 포개어 팸의 손을 잡아줍니다. 팸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팸의 하얗고 맑은 얼굴과 고개를 숙인 팸의 가느다란 여린 목줄기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아파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입니다. 팸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리고는 팸에게 묻습니다.
‘팸! 속이 상하면 울어도돼, 화가나면 울어도 돼,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 괜찮아….’
팸은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다보며 웃음을 짓고있습니다. 행복한 웃음이 아닌 기가막힌 웃음 어색한 웃음.
팸은 이제 19살 입니다. 환경이 좋았고 부모님을 잘 만났다면 아니 팸의 나라가 좀더 잘 사는 나라였다면 지금쯤 예쁜 청바지에 화사한 티셔츠를 입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평범한 예쁜 소녀일 것입니다.
팸은 동유럽에서 왔습니다. 팸은 아주 가난한 가정의 맏딸입니다. 팸의 엄마는 팸이 13 살 때 죽었고 팸에게는 3명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팸의 아빠는 전쟁중 다리를 다쳐서 다리 하나가 없으며 아빠는 한다리를 가지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여기저기 다니지만 아빠는 수입이 없는 때가 더 많아서 팸의 식구들은 늘 배가 고팠습니다. 팸의 나라는 가난한 동유럽에서도 힘들게 사는 나라입니다. 전쟁을 많이 치루어서 나라 전체가 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팸의 나라에 미국에서 가정부로 일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안되고 외모도 반듯해야 하는 조건이어서 많은여자들이 지원을 했지만 그 중에서 팸하고 다른 두 여자 아이들만 상상으로 그려보는 꿈의 나라인 미국으로 가게된 것입니다. 팸은 아빠와 동생들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뽑히어 루트를 통해 미국으로 오게된 것 입니다.
장시간의 비행기를 바꾸어 타며 몇명의 일행들과 함께 오랜시간에 걸려서 미국엘 도착하였습니다. 정말 미국은 상상의 나라입니다. 팸의 나라에서는 전력이 약하여 불을 켜놓을 때가 많지 않은데 여기는 밤인데 환하게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팸과 두 여자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한자리가 아닌 여기저기에 떨어져서 앉아서 왔기에 서로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큰 대형 도시인 N시에 도착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잠깐 눈인사만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을 인솔하고 온 잘생긴 H는 이들이 함께 모여있으면 각기 흩어져 있어야 한다며 이들을 분리 시켜놓았습니다. 이들이 눈만 마주쳐도 H는 눈을 부라리며 이들을 협박했습니다.
“Stay separate otherwise you are in trouble!”
이들이 공항에 내리자 공항에서는 낯선 남자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들을 커다랗고 긴 리무진에 이들을 태운 후에 한참을 달려서 어느 한적한 곳에 있는 으리으리하게 큰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집안에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팸 또래의 여자들이 아주 많이 있었는데 이들은 팸의 일행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말을 하려고 하는 듯 했으나 함께 있는 나이가 많은 여자의 눈치를 보느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냥 슬픈 미소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이들과 함께 이들을 인솔해 왔던 그 남자 H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팸과 두 명의 여자애들은 집안에 있는 많은 방 중에서 각각 한 방에 배치를 받고 저녁식사 후에는 배정한 방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팸은 너무나 피곤했던지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무엇인가 답답한 마음에 일어나려고 했으나 팸은 몸과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질 않았습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난 팸은 자기에게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고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팸과 함께온 여자아이들이 먹은 음식물에는 아마도 수면제가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느라고 마주친 두 여자애들도 밤사이에 큰 일을 치른듯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집안의 주인인 듯한 나이먹은 여자가 팸 그리고 이들에게서 여권을 보관해 주겠다며 여권을 안 내놓으려는 이들에게 협박조로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Now on, your guys listen to me, If you don’t listen to me you can’t see your family anymore.
이날 이후로 팸은 매일밤 전혀 모르는 남자들과 함께 밤을 지내야 했습니다.
남자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어린 팸을 유린했습니다 (팸은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나도 눈물이 나오네요…)
팸 ! It is ok, you don’t have to tell me anymore!.
나는 팸의 케이스를 받으며 이미 팸에 관한 인포메이션을 다 알고 있거든요.
팸은 매일매일의 삶이 죽고만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나라에서 자기가 maid를 하며 돈을 벌어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아프신 아빠 그리고 동생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나 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팸은 매일매일 낯선 남자들에게 시달려 몸과 마음이 지쳐서 죽고만 싶어서 몇번씩 자살을 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임신을 할까봐 미리먹으라는 약을 한꺼번에 먹고 죽으려고 해보았지만 며칠 동안 아파서 몸이 더 힘이 들었을뿐 죽을 수가 없었고 긴 줄로 목을 매고자 목에다 긴 줄을 걸어보았지만 곧이어 달려온 이들에게 죽도록 매를 맞으며 오히려 감시받는 상태가 되었고 혼자서는 화장실도 갈 수 없는 감시의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팸하고 함께 온 여자아이들은 한 집안에 있으면서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밤 팸이 또 한번 소동을 버렸습니다. 팸이 살펴보니 화장실 쪽으로 창문이 하나 있어서 그 창문을 통하여 탈출을 하려다가 아마도 방안에 있던 CCTV에 팸이 안보이자 곧 달려들어 온 남자에게 붙잡혀 죽도록 매를 맞았습니다. 남자들은 닥치는 대로 집어서 팸을 때렸고 발길질로 걷어찼으며, 팸은 너무나 많이 맞아서 이제는 아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팸의 얼굴과 온몸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멍이든 팸을 보일 수 없는 이 곳의 조직들은 팸을 혼자 격리 시켰습니다. 물론 cctv와 함께 …… 팸은 정말 오랜만에 쉴 수(?)가 있었습니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고 매번 탈출을 시도하거나 자살기도를 하는 팸이귀찮아진 이들은 팸을 다른 주에 있는 술집으로 팸을 팔아버렸습니다.
팸은 술집에서 일을 하면서 남자들의 시중을 들던 중 그곳 단속반의 함정수사에 걸려서 매춘혐의로 경찰에 구속 되었습니다.
경찰의 조사과정 중에서 팸이 다른 나라에서 온 여학생인 것을 알게된 국선 변호사가 팸을 도우며 팸이 자기나라로 되돌아가도 어쩌면 조직단에게 죽을 수도 있다고 탄원을 하여 (그런 CASE가 있다고 함) 팸은 이곳에서 거주비자를 받을 수가 있었고 팸의 안전을 위하여 팸이 이름을 세탁한 후 머리도 염색시킨 후 전혀 무관한 이곳 시애틀로 보내지게 된 것이고 내가 팸의 케이스를 2년 동안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팸을 바라다보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저렇게 갸냘프고 여린아이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지면에 쓸 수가 없을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팸을 생각하면 세상이, 참으로, 아니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그럴 수 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