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몇년전 나의 어머니는 생떼같은 아들 둘을 한꺼번에 잃으셨습니다. 두 아들을 아버지가 잠들고 계신 집안 장지에 묻고서 산을 내려오시면서 어머니는 눈물한방울도 흘리지 못하시고 말한마디도 못하셨습니다.

온 가족들은 오빠의 장례식 에서 펑펑 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우리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그 두아들의 장례 절차를 하나하나 잘 지켜보셨습니다. 작은아들은 화요일에 세상을 떠나고 또 장손인 큰아들은 토요일에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을 땅속 깊이 묻으면서도 어머니는 눈물한방울도 못 흘리셨습니다.

그리고는 장례에 참석하신 사람들을 초청해서 음식점에서 대접을 하면서도 어머니는 꿋꿋하시며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셨습니다. 식사는 물론 물한모금도 마시지 못하셨습니다.

천국잔치를 다 마친 후 사람들을 다보내고 집에 도착하신 어머니는 문앞에서 아예 실신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루이틀 잠을 주무시는것같이 누우셔서 꼼짝을 못하시기를 며칠째 저희 형제들은 거의 외국에 살기에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못하고 어머니의 상태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사시다가 이곳에 사는것이 불편하시다며 한국으로다시 돌아가셨거든요.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계시던 어머니는 어느날 일어나시더니 미음을 끓여달라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정성껏 끓여 놓은 미음 한숫가락을 떼시더니 또 울음이 터지셨습니다. 수저를 손에다 쥐시고 수저로 상을 치시면서 우시기 시작했습니다.

어이구…. ..아들아 ……어이구 ……아들아…..

이제는 연세가 있으셔서 왜소해진 어머니의 몸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있으신 것인지 우시고 또우시고 그러다가 기운이 빠지셨는지 또 실신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웃옷은 눈물로 흠뻑 젖은 옷이 되었습니다. 우리형제들은 이러다가 어머니마저 돌아가실 것 같아 우리들은 눈물을 감추어야했습니다.그리고는 쓰러지신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어머니는또 이틀을 그냥 잠만 주무셨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셔도 된다고 하셔서 집으로 오신어머니는 또 눈물을 흘리시며 통곡을 하셨습니다.

아이구 우리아들들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아이구 내가 죽어야지 왜 너희들이 먼저 간것이냐…..

나는천국에 가는것도 싫다. 지금여기로 불러다 달라면서 이미 떠나버린 아들들을 목이메이게 찾았습니다.
내가 부끄러워서 어떻게 살수가 있느냐…..
어머니는 앉아계시나 누워계시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어떻게 생떼 같은 아들둘을 보내고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볼수가 있는가?’하고. 사람들보기가 부끄러워 어디엘 가실수가 없다고, (나이많은 나는살아 있는데 왜? 젊디 젊은 아들들 그리고 잘난 아들들이 먼저 가야만 하는가하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시며 내가 무슨자격으로 이밥을 먹느냐며 우셨고 그래도 산목숨이니 한술을 뜨는자기 자신이 밉다고, 어머니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괴롭다고…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집안구석구석에 있는 오빠들에 대한기억들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것만 같아서 문앞에서 기다리다가 밤늦도록 문앞에서 서성이시며 또 우셨습니다. 하루가 지날저녁무렵이면 아들사진을 꺼내어 들고 그사진을 바라보며 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형제들도 자기의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매년 오빠들의 기일이 가까이오면 어머니는 또 몸져 누워버립니다.

어머니를 돌보아주시는 분하고 오빠의 장지에 다녀오는 도중 시골동네의 흐르는 개울가에 친지 어른들과 동네분들이 모여서 저만치 개울 아래쪽에 청둥오리 한마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있길래 어머니는 무엇을하고 계신가? 하고 물으며 가까이 가시니 어르신한분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얼마전부터청둥오리 한쌍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지내다가 새끼 오리 6마리를 낳고는 함께 예쁘게 살고 있어서 동네 어른들이 아주 좋아들 하셨는데, 얼마 후 야생고양이의 공격을 받고 새끼들은 다 고양이의 밥이되어버렸고 어미새는 고양이와 맏서서 싸우며 아기 청둥오리들을 보호하다가 고양이의 공격으로 물려죽었는데 마침 다른 곳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갔던 아빠 청둥오리가 이 광경을 보고 부리로 고양이를 공격는바람에 공격하던 고양이가 도망가버려 어미새의 몸은 그냥 죽은 채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며.

이미 새가 죽은지 2달이 지나서 어미 새의 몸은 썩어버려 새의 털하고 뼈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아빠새가 죽은 어미새 곁에서 떠나지를 않고 있어서 걱정이 된 동네 어른들이 생선조각들을 아빠 새에게 던져 주고는 한다는데 왠일인지 주는 생선도 제대로 먹지를 않고 그냥 어미새의 주위만 맴돌고 있어서 그리고 가끔씩 죽은 어미새의 털을 부리로 쪼아주면서 죽은새를 품기도 한다면서 남아있는 아빠 청둥오리를 안타까워하고 있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죽은아내 청둥오리의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아빠청둥오리를 보면서 동네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고.

오빠의 기일이 있는 지난주에 나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오빠에 대한 기억들을 말씀을 하시면서 나에게 청둥오리 이야기를 말씀해주시면서 참으로 사람이 제일 지독 한것 같구나! 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지금도 살아있어서 매일 음식을 먹고 마시는것이 가슴이 아프시다고. 그렇다고 산목숨을 내가 마음대로 할수가 없으니 어쩔꼬! 라시며. 어찌! 어미가 이렇게 살수가 있느냐며 가슴아파하십니다.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을 사는것도, 내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도 어머니나 내가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니 어머니는 오늘을 행복하게, 열심히 사시는 것이 오빠들이 원하시는 길이라고…

나는 엄마에게 위로를 하면서도 나의 두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건들면 터질것 같이…. 오빠들이 많이 그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