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커클랜드 다운타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 샤냐가 전화가 왔다.
“Regina, would you come by?”
“What’s up?”
“We have our scrappy here now.”
나는 전화통화를 마치자마자 집에서 샤나의 가게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샤냐의 가게에 도착하자 온몸의 털이 근사한, 페르시안 왕자의 가운처럼 멋지게 단장된 스크럽피가 있었다. 아니, 우리의 버튼이 있었다. 멀리서 버튼을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뛰며 눈물이 나왔다. 차를 파킹하고 버튼에게 뛰어가려는데 샤냐가 나를 부르더니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Regina, don’t call him Button, his name is Scrappy, make sure Scrappy is not yours any more. He is mine. OK?” (레지나, 스크럽피를 버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마. 버튼이라고 부르는 것은 버튼에 대한 모욕이야! 알았지) 샤냐는 뭔 말이이렇게 많은지! 하여간 나는 ”Of course! He is yours!“ (물론이지 !네가 주인이지!)

샤냐의 아버지 손에 매달려 있던 버튼은 나를 보자마자 길길이 뛰었다. 나를 보더니 온몸을 비벼대며 반가워하는 것이다. 나도 버튼을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버튼의 몸에 얼굴을 대었더니 버튼은 내 얼굴을 핥으며 끙끙대고 좋아하며 비벼댔다. 그야말로 우리 둘이는 죽고 못 사는 이들의 상봉이었다. 그동안에 버튼은 너무나 멋있어지고 의젓해졌지만 장난기 많은 모습은 여전하였고 (샤냐의 말에 의하면)버튼이 얼마나 재미있는 캐릭터인지!

얼마 전 샤냐가 버튼을 데리고 호숫가에 산책을 하다가 호숫가에서 마침 개를 데리고 나온 친구 몇을 만나서 애기하던중 한참 호수 쪽을 보니 비버 한 마리가 물속에서 수영을 하며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장난을 했다. 귀엽구나!하고 바라보니 우리의 버튼이었단다. 사냐 가 얘기를 하는 사이 버튼은 갈매기를 쫓아다니다가 물속에 빠진 것인지! 들어간 것인지! 하여간 버튼은 이 추운날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단다.

버튼은 매달 $70.00 짜리 헤어컷으로 몸단장을 하고 먹는 것도 organic 식품만을 사료로 준단다. 그리고 잠잘 때는 샤냐가 침대에서 데리고 잔단다. 2년전 여름, 아는 부부가 캘리포니아에서 우리 집으로 차로 여행을 오면서 자기가 기르던 시츄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데 너무나 예뻐서 한 마리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래! 주십시오.” 대답을 하고 며칠 동안이 분들이 우리 집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후회를 했다. 정말 미쳤지! 지금 개가 두 마리가 있는데 또 한 마리가 더 온다면 어떻게 하려고! 집에 있는 두 마리의 개를 돌아다보았다. 3파운드의 “깡패” 치와와 그리고 16살의 로열 데이지. (지금 로열 데이지는 치매기가 있어서 아무데에나 실수를 해대고 밖이 어딘지 안이 어딘지 그리고 밥그릇도 잘 구별 못하는지가
꽤 오래 되었다.) 두 마리의 개를 뒤뜰로 내보내면 데이지는 들어올 줄을 몰라서 넓지도 않은 뒤뜰을 하 루종일 헤맨다. 그럴 때면 깡패 스카우트가 나에게 짖어대며 신호를 보내준다. 데이지 데리고 들어오라고. 그리고 내가 데이지를 데리고 들어오면 그때서야 짖는 것을 멈춘다. 데이지는 너무나 좋은 성품을 가진 포메리안 개이다. 이제는 나이가 먹어서 그야말로 똥오줌 못 가리는 상태이지만 데이지는 그야말로 좋은 성품과 머리를 가져서 주인 말에 100% 순종을 했던 귀한 우리집 식구다. 또 스카우트는 3파운드밖에 안 나가는데 얼마나 무섭게 짖어대는지 깡패라는 별명이 있다.

며칠 후 친구부부는 2개월 된 너무나 예쁜 시츄 강아지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얼굴이 얼마나 못생기고 예쁜지(?) 코는 단추를 눌러 놓은 것 같아서 우리가족은 버튼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보통 시츄가 뻐드렁니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버튼은 그야말로 앞 이빨 두개가 십 리는 나와서 너무 귀여웠다. 나는 버튼을 너무 귀여워했으나 우리 가족들은 “Oh! My God! How could he look like that!” 하면서 엄마는 예쁜 것을 볼 줄 모른다나… 하여간 잠시 동안 (버튼이 8개월이 될 때 까지) 우리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여서 사랑이 뺏긴 것을 느끼는 깡패 스카우트에게 물리기도 여러 번, 깡패는 우리 집의 요주의 개로 우리의 꾸지람을 받으며 눈치를 살살 보는 비겁한 견공이 되어갔다. 개 세 마리가 뛰어다니는 우리 집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아침마다 세 마리의 개 먹이를 준비하느라고 나는 그동안 해오던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으며, 세 마리 개의 목욕도 내 차지였으며 개들의 배설물 치우는 것도 내 몫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언제 우리가 세 마리씩 키우자고 했느냐며 자기들이 도와주던 것까지 슬그머니 피해갔다. 특별히 버튼이 자라면서 우리 집은 그야말로 매일 개판 5분전이었다. 버튼은 하루 종일 움직인다. 버튼이 하도 정신없이 굴어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더니 영원한 토들러가 시츄란다. 나는 개들에 지쳐서 집에만 들어오면 쉬는 것이 아니고 파김치가 되어서 주저앉아버렸다.

어느 날은 우리집 어항의 식물 잎사귀가 물 밖으로 나온 윗부분이 없어져 버렸다. 너무나 바쁜 일이 많아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은 며칠 후 직장에서 돌아온 후 우리 집에서3년을 동거했던 물고기가 있던 어항이 박살나있었다. (이 물고기는 내가 만나던 나의HOMELESS CLIENT) 가 다른 주로직장을 얻어서 가면서 준 의미가 있는 물고기였기에 나는 화가 났다. 아무리 주위를 들러보아도 물고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버튼의 짓이 분명하다. 그런데 증거는 없다. 버튼이 먹어치운 것인지, 아니면 셋이 먹어치운 것인지. 하여간 내 마음이 심란하니 버튼이 예쁘게 보아지지가 않았다. 두 마리만 있을 때는 평화가 있었는데 이미 평화는 물 건너간 얘기이다. 내 목소리는 짜증이 섞여있으며 나는 개 세 마리 때문에 지치고 지쳐서 세상에서 제일 사나운 엄마가 되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자기가 길러보겠다고 버튼을 데리고 갔다. 나는 조용한 집에서 모차르트 곡을 들으며 오랜만의 평화를 감격해하며 따뜻한 티 한 잔을 음미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전화를 해왔다. “Mom, I can’t take care of this dog.” (엄마, 나 이 개 못키우겠어요.) 나는 오랜만에 만끽하는 이 평화의시간이 뺏길까봐 “What dog?” 하고 딴청을 피웠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말하길 “Mom, you know! He is so stupid!” (엄만 다 알면서! 저 개 너무 멍청해!) 딸아이의 말인즉 자기가 버튼을 뒷좌석에 태우고 창문을 조금 열어주어서 버튼이 창밖을 보게 하였는데 별안간 35마일로 다니던 차안에 있던 버튼이 창밖으로 뛰어내려버려 급정거를 하여 버튼을 구했단다. 버튼은 잠시 기절을 했다가 깨어났는데 만일 뒤에 차가 달려왔다면 버튼은 이미 저 세상 개가 되었을 거라며 자기가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도 가슴이 뛴대나… 그날 저녁 버튼은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져왔다. 또 버튼에게는 이상한 취미(?)가 있어서 자기가 배설한 것 또는 다른 두 마리의 개가 배설한 것까지 먹어버려나는 청소 안 해서 좋기는 하만 버튼의 입 주위와 몸에서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우리 집 식구들은 버튼을 피해 도망 다니기 일쑤였으며 나는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배설물을 못 먹게 하는 약을 받아와 버튼에게 일주일을 먹였다. 그랬지만 그것도 약효가 없어서 친구의 말을 듣고 강초 (강한 식초)의10배 되는 것을 배설물에 뿌려 놓았다. 내가 강초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에 넣어보니 강한 신맛에 정신이 혼미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뻐드렁니 버튼은 그 강초와 비벼진 것(?)도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이제 우리 집은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개가 사랑이 부족하면 그럴 수도 있고 몸에 필요한 미네랄이부족하여도 배설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우리 가족들은 시간이 되는대로 무조건 안아주기로 합의를 하였다. 항상 입 주위가 지저분한 버튼은 가족 간의 합의내용은 무관한 아이들의 무관심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내 차지가 되었다. 버튼은 이렇게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애물단지였다.

그런 어느 날 친구 샤냐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샤냐는 이탈리안 계통의 미국친구인데 미국에서 드물게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집이었다. 샤냐의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우울증이 심해서 힘들어 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 우울증 회복을 도와주기위해 사냐의 아버지를 만나던 중 내가 버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샤냐가 자기를 주면 잘 길러보겠단다. 물론 배설물을 먹는다는 얘기는 안했다. 샤냐에게는 16살 먹은 시츄 타샤가 있었다. 막상 우리 집 똥개 버튼을 남에게 주려고 하니 나의 눈에 공연히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마음을 다져먹고 버튼을 주고 온 날 우리 가족은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민족처럼 만세를 불렀으며 하루이틀의 평화를 만끽했다.

사흘째 되는 날 나는 잠을 자면서도 버튼 생각, 낮에 일을 하면서도 버튼 생각에 시들시들해져갔다. 일주일째 되는 날 나는 샤냐의 집에 가서 우리의 똥개 버튼을 다시 달라고 해서 데리고 왔다.

물론 샤냐의 욕을 한 바가지씩 먹으며… 버튼이 집으로 다시 돌아온 후 3일째 나는 다시 샤냐에게 전화를 했다. “Shanna, I am very sorry what happened last time, I am sure swear to God I don’t take Burton back again. Do you still want him?” (샤나, 나 지난번 일 너무 미안해. 나 맹세코 다신 버튼 데려가지 않을게. 아직도 버튼 데려갈 생각 있니?) 샤냐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다시 전화를 주겠다더니 “그래, 다시 데리고 와. 그런데 we got a paper work together.” 나는 샤냐에게 일 년 동안 자기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였다. 용건이 있을 때면 전화로 하자며… 그리고 버튼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조건으로 그야말로 무슨 범죄자들에게나 하는 접근금지 서류에 사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이 일 년이 되는 날이었다. 버튼은 얼마나 멋있어졌는지! 나는 슬며시 물어보았다. “혹시 버튼에 먹는 것에 대한 이상한 취미 없니?” 샤냐는 “Regina, he likes to eat his poop but we don’ tgive him chance to eat that. When he poops, we took away right away. Sometimes he eats his poop. But we still love him very much! He is our prince!” (레지나, 버튼은 배설물 먹는걸 좋아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두지를 않아. 버튼이 용변을 보면 우린 즉시 배설물을 치워버려. 가끔 버튼이 버튼의 배설물을 먹지만 그래도 우리는 버튼을 너무 사랑해! 우리 왕자님이야!)

버튼은 아니 scrappy (지저분하다는 뜻) 은 샤냐의 집에서 지저분해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샤냐의 아버지가 어머님의 안 계셔서 외로워할 때 그 자리를 채워주는 귀한 생명인 것이다. 내가 버린 죄책감에 가슴이 아팠었는데 scrappy가 행복한 곳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받으며 살고 있으니 안심이 되어 눈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