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뭔지?

사는게 뭔지?

“뭐라구? 날씨가 이런데 어떻게 골프를 치려고 그래?” 대답이 없는 남편, 아내는 재차 묻는다.
“날씨가 이런데 골프치러 나가서 얼어죽으려구?” 아내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하기야 집에 있
다고 해서 별 도움이 되지도 않으니 나가든 말든… 그런데 도대체 골프 친다고 쓰는 돈 이 얼마야?… .장사는 뒷전이구 일주일이면 서너번씩 골프를 치니 정말 화가 난다. 남편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Hi! Bob how is field?”
“Temporally”
“OK!”
남편은 힘없이 전화기를 내려논다. 남편이 통화를 마치자마자 아내가 “뭐래?” 하고 묻는다. 남편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다시 묻는다. “뭐라냐구?” 아내의 성화에 “오늘은emporally래!” “그게 뭔데?”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남편은 짜증스런 말투로 “모르면 물어보지마!”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에 화가 난 아내는 “야! 내가 알면 왜 물어보냐? 모르니까 물어보지! 그리고 그것도 유세냐.” 남편은 아내의 화난소리에 약간 움찔하더니 “temporally는 땅이 얼어서 골프를 못 친다는 얘기야.” 아내는 남편에게 “야! 그 얘기 해주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 잘되었네. 오늘가게에 나가서 기름청소하면 되겠네.” 하면서 고소하다는 표정이다.

아내의 말은 들은 체도 안한 남편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운 후 밖으로 나간다. 남편의 나가는 등 뒤에다가 아내는“야! 골프만 치만 누가 밥 먹여주냐? 아니면 집세를 내주냐?”

남편은 나가려다 말고 다시 들어와 아내에게 소리를 친다. “야! 좀 여자답게 굴어라. 여자다운 맛이 하나도 없으니 내가 자꾸 밖으로돌지! 무슨 재미가 있어야 살지!”

아내는 이 말에 “야! 내가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에서 손님들하고 씨름하는데 너는 일주일이면 서너번씩 골프진 뭔지 다니면서 뭐라구? 여자다워야 한다고………? 누구는 가꾸고 싶지 않아서 안 가꾸는지 알아?” 아내는 분이 나서 씩씩거린다.

아내의 반응에 움찔한 남편은 “야! 너도 생각해봐라. 내가 몇날 며칠 동안 불판 앞에서 치킨을 이리 저리 뒤집는 것만 10년째인데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치킨귀신 있으면 나를 제일 먼저 잡아갈꺼다. 아예 치킨 냄새는 진저리가 난다 말이야…. 내가 지금쯤 한국에 있었더라면 S기업의 부사장은 되었을 텐데… 내가 그때 얼마나 잘 나가는 직원이었는지 네가 아냐? 너네 엄마가 우리 이모님에게 나를 소개해 달라고 안했으면 지금 내 인생은 이렇게 살고 있지 않지!”

아내는 남편의 말에 맞받아쳐서 “야! 나도 너 안 만났으면 그때에 나 좋아서 따라 다니던 3살 연하의 그 남자하고 결혼을 해서 지금쯤 왕후처럼 살고 있을꺼야, 그 남자 얼마나 나를 위했는지 알기는 하냐? 또 그리고 젊으니까 일도 잘 할꺼고 힘도 좋으니 내가 힘쓸 일도 없고 말이야… 매일 치킨 다듬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기나하냐? 내가 왜 그때에 우리 엄마 의견 듣고 당신 같은 인간 만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사는지……… 그리고 야! 네가 부사장이 된다구! 어림없는 반푼
없는 소리! 지금쯤 직장에서 쫓겨나 집구석에서 방콕하고 있을껄……. 지금 네가 미국에나 와 있으니 밥이라도 먹지……… 나한데 감사해야 돼……… 너, 스테이크 지겹게 좋아하더라. 지금 네가 한국에 있으면 그 비싼 스테이크 실컷 먹을 수가 있을까? 미국에 와서 사는것 무조건 감사해야……….”

남편은 위스키 한 잔을 따라서 쭉 들이켰다. 빈속에 마신 위스키는 남편의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했다. 그래서 또 한잔을 마셨다. 이제는 아내의 잔소리도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응! 난데,오늘 뭐하냐? 교회 간다고? 교회는 매주가면 뭐하냐? 오늘은 바람 좀 쐬러가자?” 몇 군데다 전화를 했으나 친구들은 가게 청소를 해야 한다고, 아내와 어디가야 한다고,교회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며 다들 바쁘단다.

남편은 실망이 되어 머리를 흔들며 리클라이너에 깊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TV를 켰다. 한 손에는 위스키 잔을 들고. TV에서는708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느 가수가 나와서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길을 택하고 싶다.”

남편의 머리에는 딱 스치는 생각이 있다. 몇개월 전 자기의 가게에 와서 임시로 일하던 그 여자, 그때 혼자 산다고 했는데 참 상냥하고 친절했는데 한 달도 못 되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그만두었다. 그 여자 연락처가 어디 있더라?

남편은 나도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도 그길을 택하고 싶다고… 자식도 별 재미가 없고 무서운 아내도 싫고. 그러면서 뭐든지 자기보다는 월등히 나은 아내가 싫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저 여자는 영어도 나보다 잘하지!대인관계도 잘하지, 장사수완도 좋지! 자기하고 비교해보면 정말 잘난 여자인데 남편은 요즈음 더욱 주눅이 들어 자구만 밖으로만 나가고 싶다.

아내는 집에서 남편의 꼴을 보고 있으면 더 화가 나니까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와 차를 메이시 백화점으로 향했다. 가방을 뒤져서 20% 쿠폰을 꺼내들고 그리고 세일하는 명품 가방하나를 또 샀다. 가격은 원래가 $759.00 이었는데 지금은 $349.00 이다. 지난달에도 하나 샀는데 이것하고는 다른 디자인이다. 세일품목이라 돈을 저금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하다. 그리고 다른 매장을 기웃거린다. 골치 아픈 남편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덧 밖은 어둑어둑해졌고 아내는 아직도 쇼핑몰에서 세일 품목을 찾아다니고 있으며 술에 떨어진 남편은 드르렁드르렁 코까지 골며 잠에 취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