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데이지가 더 이상 못걷겠다고 오던길에서 아예 주저 앉아버렸다. 매일 가능하면 30분내지 한시간씩 아무리 바빠도 걸을려고, 아무리 늦어도 함께 집앞에서 걸어오던 길이다.
데이지가 16살이 되었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112 살이되는가?

16년전 아는분이 기르고 있던 예쁜 포메리안 이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 네마리 중 제일 작게 난 그래서 젖을 빨힘도 없는 보기에도 안쓰러워보이는 강아지를 입양을 해왔다. 그때에4살된 아들아이는 자기가 남자니까 남자개를 길러야 자기가 데리고 다니면서 운동도 시킨다며 마치 자기가 타잔이라도 된양 네마리중에 남자 개 한마리인것을 우리가 입양해야 한다고 남자개를 원하고, 두딸들은 강아지들이 다 예쁘니 우리가 다 키우자며 어미개 옆에서 눈도 못뜨는 새끼들을 보느라고 눈도 떼지 못하고 계속 감탄만하고 있었다. ”Mom so cute! Mom so cute! 아직은 눈을 못뜨고 그래도 감각적으로 어미젖을 찾아가는 갓 태어난강아지가 너무예뻐서 우리가족들은 마음이 들떠 있는 상태였다.

아직은 눈도 뜨지않았고 배꼽도 떨어지지 않은 강아지를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조금 더 기다려서 강아지가 눈도 뜨고 혼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 온 후에도 강아지가 보고 싶다며 그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우리는 퇴근하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강아지를 보러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었다.

너무 자주 방문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염치를 무릎쓰고 방문한지 한달이 조금 넘어서 네마리중에서 가장 미숙한 그래서 어쩌면 제 명을 다살지 모르겠다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우리 가족 생각엔 우리 가족이 미숙한강아지를 잘 돌볼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날부터 아이들은 강아지를 돌보느라고 서로 시간 맞추어 밥을 먹이고 물을 바꾸어주고 옆에 앉아서 강아지를 손가락으로 살짝 대보기도 하고 부드러운 등에다 키스도 하며 밖에서 친구들이 불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우리는 강아지의 이름을 “아가야” 라고 부르다가 이름 공모를 해서 딸들이 원하는 “데이지”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마침 우리집 앞마당에는 하얀 데이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데이지는 날로 날로 자라서 이젠 조그만 ,예쁜 모습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우리가족과 함께 행복해했다. 그런데 훈련시키는 종이패드에다 오줌을 싸야하는데 카펫 아무데나 오줌을 싸니 아무리 닦아내고 치워도 카펫에 밴 냄새때문에 우리는 가족회의를 열어서 이렇게 아무대에나 오줌을 싸면 강아지를 도로 주든지 아니면 우리모두가 훈련을 시켜야한다고 엄포를놓았더니 세아이들이 강아지가 쫓겨갈까봐 소변훈련시킨다고 눈을 떼지 못하고 집안에는 Don’t do that! Don’t do that!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그래도 별효과가 없이 데이지는 아무곳에나 실례를 해놓고는 했다..

그래서 내가 데이지를 훈련시키기로 했다. 우선 다 마신 콜라 캔에다가 콩을 10개정도 넣고 엉뚱한 장소에다가 오줌을 쌀때마다 강아지 눈앞에서 깡통을 흔들어 대니까 이 소리를 무서워하는 데이지는 진저리를 치고 구석으로 숨어버린다. 그래서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듯 싶더니 또다시 아무곳에다 오줌을 싸서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을 보니 강아지 오줌 훈련에 신문을 가볍게 돌돌 말아서 오줌을 엉뚱한 데다 쌀때마다 살짝 때려주라는 조언이 있어서 당장 그날부터 신문을 돌돌 말아서 실수할때마다 살짝 때려주었더니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나는세아이들로 부터 animal abuser!라는 불명예스런소리를 듣게되었다.

가장 미숙한 강아지였던 데이지는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었고 아마도 어미의 성품을 닮은듯 기품이 있고 성격 또한 아주 좋았다. 그런데 데이지는 새벽 5시쯤이면 정신없이 짖어대서 우리가족들의 잠을 설치고 한다.

우리집에는 아침 일찍이 시애틀타임지가 집으로 배달되는데 신문이 문앞에 떨어지면 데이지는 자기를 때린 것이 오는것을 알고 정신없이 짖어댄것이다.아마도 트라마타이즈 된 듯싶다. 그날부터 우리는 시애틀 타임지에 부탁을 해서 신문을 문앞에 던지지 말고 우체통에 넣어주기를 부탁하였다. 그래도 자기를 신문지 매로 훈련시키던 내가 못마땅한지 우리가족들이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소리 아니, 발자욱소리를 들으면 문가로 가서 짖어대며 꼬리를 흔들고 환영을 하지만 내가 어디나갔다가 다시돌아올때에는 들어오든 나가든 상관이 없 는태도이다. 어느날은 내가 밖에서 벨을 눌렀더니 문앞에 와서 짖다가 문이 열리면서 나를 보더니 꼬리를 내리고얼른 이층으로 사라져버린다.

데이지는 너무나 예쁜털에 눈매가 선하여서 보는사람마다 그냥지나치치못하고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그때에는 라이언킹 만화영화가 한창일때라 아들아이는 데이지를 라이언 킹에 나오는 “심바 “ 라고 부르며 학교 운동장에 데리고 다니며 함께 뛰어다녔다. 데이지는 우리집식구의 한가족이었으며 아이들이 나에게 야단을 맞거나해서 슬퍼하면 곁에가서 아이의 손등을 핧아주며 아이의 슬픔을 위로해주었다.

어느여름날 몬로쪽에 있는 개울가로 가족들이 피크닉을 갔었다.
개울은 그날따라 많은비가온뒤라 물이 불어져 있었고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물장난하던 큰딸아이가 (12살때) 바위에서 미끄러져 물에 (그다지 큰물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는 벅찬) 빠지려고 비틀거리자 조금 떨어져 있던 데이지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아이의 옷자락을 입으로물고 아이를 물밖으로잡아 당기는것이다. 그 후로 데이지는 우리가족의 수퍼맨이라 불리어졌다. 우리는 데이지가 너무나 예쁘고 감사해서 그날은 특별한 음식을 주었다.

데이지는 너무나도 토마토를 좋아했다.우리집 뒤뜰에 심은 토마토가 열린것을 보고 익을 만하면 없어져 버려서 유심히 살펴보니 익을 만하면 데이지가 다 먹어버리는것이다. 그 해에는 우리 가족은 토마토는 입에 대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토마토를 좋아하던 데이지가 아무리 맛있는 토마토를 가져다주어도 별로 흥미가 없고 이젠 아무데에나 실례를 하고 또 자기잠자리가아닌 소변보는데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분명히 밥을 먹고도 밥그릇을 기웃거려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치매 증세가 있단다.

이제는 다 성장해서 자기의 직장을 따라서 이사나간 아이들은 데이지가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 많다. 나도 데이지를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마음이 짠하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혼자 있을때에 데이지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 염려해보기도한다.

세월을 막을수가 없는게 우리 모두의 삶이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데이지를 더 예뻐하고 사랑해야겠다는생각을 한다. 그리고 주어진 모든것들을 더 사랑해야겠다는생각을 해본다.
헤어지면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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