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

호세 !

멕시칸 특유의 얼굴 빛 색깔, 겁에 질린 큰 눈에 창백한 얼굴이다. 사무실 프런트 데스크 앞에서 호세가 나를 찾는다. 평소의 호세는 안경을 쓰는데 오늘의 호세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호세는 내 담당이 아니다. 호세는 다른 직원의 케이스이다. 우선 호세의 담당자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호세하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공연히 오지랖 넓게 마음 아프다고 다 도우려고 했다가 카운셀러들끼리 문제가 생기면 머리 아픈 일만 생긴다. 그래서 호세의 담당자를 만나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john하고 나는 특별히 친하다.

“Hello, John, Jose wants to meet me?
Do you mind?” John은 당연히 괜찮다고 하였다.

호세는 어릴 때 너무 가난한 집을 떠나 8살 때 나왔는데 (8살에 집을 떠난 후 지금까지 형제자매와 부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호세의 이야기에 의하면 엄마는 알콜중독증이라 늘 술에 취해 있었고 아빠는 코케인 중독으로 늘 제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 때문에 집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두 살 위인 형은 7살 되던 해에 이미 먹을 것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자기는 6살 때부터 길거리에서 구걸을 했다고 한다. 차가 지나갈 때 손을 들어 구걸을 하면 어떤 이는 페니를 던져 주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때만 해도 큰돈인 $1짜리를 던져주기도 하였는데 구걸한 돈을 모아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서 (그때는 햄버거가 38cent였다고) 두 살 어린 여동생하고 먹기도 하고 돈이 없을 때는 남의 집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골라 먹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돈마저 알콜중독증인 엄마 아빠에게 빼앗기기가 일쑤였다고… 그러던 8살 되던 해에 길에서 구걸을 하는데 가끔씩 차를 타고 지나가며 쿼터를 주던 친절한 신사가 그 날은 자기를 따라오라고 해서 그 차에 올라타니 어느 좋은 집으로 데려가 자기를 목욕을 시키고는 자기에게 못할 짓을 시켰는데 그 후로는 이 신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데리고 가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단다. (세상에는 자기 욕정을 채우기 위해 세상에 할 수 없는 일도 쉽게 하는 무지막지한 인간들이 있다.)

10살이 된 호세는 자기가 살던 텍사스를 떠나 이리저리 다니면서 구걸과 성매매로 지내다가 11살이 되던 해에 미션 청소년단체 프로그램을 들어가게 되어 4년 동안 이 단체에서 마련해주는 곳에서 중학교도 다니고 살아가던 중 어느 날 학교를 마친 후에 집으로 오던 중에 어떤 남자의 부탁을 들어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해서 패키지를 가져다 정한 장소로 가져다주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려보니 그 패키지가 마약이어서 청소년 감옥에서 2년 동안 있었다며. 청소년 감옥에서는 오히려 더 나쁜 범죄를 배우게 되고 하여서 감옥을 마치 내 집 드나드는 것처럼 다녔단다.

지금 호세는 46살이다 사는 동안 마약에 중독되고 술에 취하고 집도 없이 쉘터에서 쉘터로 옮겨 다니면서 사는데 지금은 다운타운 Mental health shelter 에서 지낸다. 이 쉘터에는 200여명의 남자들이 수용되어있는데 거의 모두가 mental health issue가 있다. 호세가 터놓고 얘기하는 말에는 호세의 인생이 얼마나 힘이 들고 거친지 알 수가 있다. 오늘 특별히 레지나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자기가 약에 취해서 길에서 쓰러져 자던 중 누군가가 자기 안경을 몰래 훔쳐가지고 가 버렸는데 (약에 쓰러져있어서 안경 빼 가는 것도 아예 모르다니!) 안경을 할 수 있게 해주면 고맙겠단다.

내가 일하는 프로그램에는 charity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주는 무료안경 프로그램이 있다. 몇 주 전 내가 담당하는 내 고객(drug addict with homeless)에게 무료 안경을 해준 일이 있다. 자기 카운셀러에게 얘기를 했으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나. 그런데 거의 이런 말은 사실이 아니다. 약물중독자들에게는 자기들의 생존방식으로 거짓말을 진짜처럼 하기도 한다. 여하간 내가 한번 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지 아니면 호세의 담당자가 해줄 것 인지를 얘기를 해주겠다고 하니 절대로 자기 담당자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말란다. 이럴 땐 호세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상담실에서 잠깐 나와 john하고 얘기하러 나왔다가 다시상담실로 가보니 호세는 이미 상담실을 떠난 후 였다. 그리고 내 Cell phone을 집어가지고 말이다. (아이고 도둑놈!) 호세에게 속은 나는 기가 막히기도 하고 또 한심하기도 해서 일단은 john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 사건을 우리 디렉터에게 보고를 하면 호세는 이젠 우리 사무실에는 못 들어온다). 그래서 John하고 나는 합의를 했다. 호세를 설득시켜서 내 cell phone을 도로 가져오게 하고 난 후에 보고하기로) 그래서 나는 사무실 전화로 내 cell phone 에 전화를 걸었더니 호세가 받는다. 전화를 가져오라니까 $40에 나에게 판다고 한다. 그래서 $40은 너무 비싸다고 하니 (약물중독자들에게 양심이 뭐고 의리가 뭐고 설명을 해보았자 별로, 아니 거의 소귀에 경 읽기다.) 그럼 $20에 하잔다. 속에선 열불이 나기도 하지만 뭐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가난한 소셜워커라 $20이 없다고 하니 그럼 $5로 깍아준단다. 그래서 호세와 나는 내 전화를 돌려받는 것을 $5로 합의를 하고 내 사무실 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이런 기막힌 일이 있나? 내 물건을 돈을 주고 사야하다니?
한 시간후 내사무실 앞에서 호세와 만나서 $5과 내 전화를 교환 했다. 물론 나의 디렉터에게는 말을 했지만 나의 재량에 맡긴다고…… 이런 일이 자주 있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날 호세는 나를 찾아 왔다 자기를 감옥에 집어넣지 않을 것이냐고…..
나의 대답은”아니”라고 대답하니 호세는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울음을 멈추질 않는다. 약 먹는 사람들에게는 순간적인 감동일 때가 많다. 때로는 진실이기도 하지만 100% 믿는 것은 생각해 볼일이다. 자기를 감옥으로 보내지 않아서 고맙다고..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를. 다만 나는 호세에게 기회를 주고 싶을 뿐이다. 그 기회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자기의 것인데 어릴때 받아보지 못해서 누릴 줄 모르는, 자기의 선택 인 것을. 어릴 적, 아니 46살을 살아오면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호세에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었으면 해서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살아가는가?
호세는 얼마동안을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Drug Treatment를 마치고 졸업을 했다. 그러나 지금도 호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 직장이 있는 다운타운을 맴돌고 있다.

호세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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