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바지의 연인

빽바지의 연인


아래층 안내실에서 레지나를 찾는다는 소리가 온 사무실에 울려 퍼진다.
일관계로 상의할 일이 있어서 내사무실이아닌 youth program director 인 준꼬와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자리를 비웠더니 벌써부터 몇번째 사내방송을 통해 나를 찾는다는 방송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무슨 급한일인가 싶어서 전화로 물어보니 벌서부터 45분전에 W. 할아버지께서 찾아와 나를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스케쥴북을 보니 정한 약속이 없었기에 누구신지 모르지만 급한일이 아니면 다음 번에 오셨으면 하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전화를 받으셔서는 “잠깐만 뵙시다요?” 하신다 .
아래층 대기실에 내려가니 이 뜨거운 한여름 87도를 웃도는 더위에 W. 할아버지께서 하얀 빽바지(bell bottem pant)에 목까지 올라오는 몽탁지의 하얀 폴로 셔츠를 입고서 앉아계신다. 사무실은 냉방이 되어있어서 다행이었다. 할아버지에게 하얀바지와 몽탁 웃도리는 어디서 나셨느냐고 물어보니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는 Good will store 에서 바지는 $4.95, 웃도리는 $2.95 를 주고 사입으셨단다.

안내실의 직원들은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웃음을 참느라고 킥킥대는 모습이다.
나역시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으나 겨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할아버지께 무슨일로 오셨느냐고 물어보니 지난번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마워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고 싶어서 오셨는데 지난 번 자기가 점심을 초대했으나 레지나씨가 안나오니까 이번에는 어머님이 만들어주셨다면서 커다란 둥근 찬합에 10명은 충분히도 먹을 수 있는 김밥을 해오셨다. 김밥과 함께 드링크로 Soby 두 병을 주시면서 김밥만 먹으면 목이 멜테니 Soby를 마시면서 꼭꼭 씹어 먹으시란다.

우선 우리는 찾아오시는 고객들에게는 아무것도 못받게 되어있어서 “ 할아버지 저희 사무실에는 이런 선물 받으면 진짜 곤란해져요.” 하니 이것은 돈이 아니고 우리 어머님이 레지나씨가 도와 준 일이 너무 고마워 아침부터 열심히 만들어주신 정성이니 꼭 받으시란다. 아무리 실갱이를 해보아도 막무가내이신 할아버지의 성의를 물리칠 수가 없어 디렉터에게 상의해본 후 받겠다고 하고 할아버지 성의가 그러하니 김밥을 받아서 우리 디파트먼트에서 김밥파티를 하잔다. (우리 직원들은 한국음식을 너무좋아한다) 할아버지는 내가 우리직원들하고 함께 먹겠다고 하니 “ 레지나씨가 많이 먹어야”한다며 거듭거듭 당부하셨다.

할아버지가 전해주신 꽃무늬의 보자기에 쌓인 것을 풀어보니 예쁘고 정성스럽게 담아온 김밥과 예쁘게 썰어놓은 참외, 복숭아가 담겨져 있었다. 그옆에는“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W. 할아버지는 몇년 전 80십이 넘으신 어머님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오셨다. 웬일인지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않아 알아보니 50대에 이혼하시고 혼자서 사시다가 미국에 오셨단다. 이 분이 처음 우리 사무실에 오셨을때에 아직은 60대 초반이라 일할 곳도 찾아보았지만 한쪽 발을 저시는 통에 일자리를 구하는것이 쉽지가 않은터였다.

몇 달전 W. 할아버지는 잠을 청하려고 침대로 가는 순간 쓰러지셔서 가까운 하버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셨는데 머리에 물이 고인 것이 너무나 팽창되어서 터진 상태인데 너무나 위급상황이라 급하게 수술받기전 보호자란에 싸인을 하시는 것을 함께가신 어머님이 싸인을 하셨는데 그때 당시에는 메디케이드 커버가 안되는 의사였지만 급한상태라 일단수술을 하셨는데 수술경과가 좋아서 지금은 걸어다니시기에 불편하지 않을정도로 회복이 되신 것이다.

얼마 전 병원비가 나온 서류를 가지고 오셨는데 병원비는 3만불이 다되어가는 금액이었다. 서류를 가지고 오신 할아버지의 얼굴은 걱정이되어서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간 상태인 것이다.

우선 할아버지를 안심시킨 후에(CSO 주정부 혜택)을 받고자 주정부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니 담당자의 말인즉 수술한 의사가 메디케이드 커버가 안되니 자기로써는 어떻게 도울길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날로부터 정확히 두달간을 할아버지는 우리 사무실에 출근하시다시피 하시고 나는 미국에 있는 chrity program 은 거의 다 찾아들어가길 매일 매일의 연속이었다. 병원측하고는 협상을 하여 3만불의 병원비를 2만불로 합의를 보고 14군데의 chrity program에서 $14,500.00 을 찾아내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다. “혹시, 나머지 돈을 도와줄데가 있을까?”하니 동생이 테리야끼 가게를 하니 한번 찾아가서 설명을 해주십사 하신다.
B시에 있는 W.할아버지 동생을 찾아가니 이미 형님에게 들었다면서 $3,500.00은 자기가 갚을 수 있단다. 일단은 동생이 갚아주기로 한 $3,500.00 페이퍼에 싸인을 받고 사무실로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나라에서 받는 돈 중에서 한달에 $50.00 씩 제해가기로 CSO와 합의를 한후 모든 병원비를 갚았었다.
우리 직원들은 할아버지가 가져오신 김밥을 정말로 맛있게 먹으며 팔순이 넘으신 W. 할아버지 어머님께 감사하였다.
다음날 노인회에 볼일이 있어 노인회에 갔더니 W.할아버지 어머님이 계셔서 “할머님, 어제 싸주신 김밥 너무나 감사했습니다.”하고 말하니 할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야, 야, 뭔말인지 모르갔구나.”하신다. 그래서 “어제 아드님이 저희 사무실에 김밥을 큰 통에다 해오셨는데 어머님이 저에게 갖다 주시라고 하셨다던데요?”하니까 할머님 하시는 말씀이 “야, 야, 그거이 웃긴다야. 그아아가 며칠전부터 친구들하고 소풍간다믄서 김밥을 넉넉히 싸달라해서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싸느라고 허리가 아파죽갔는데 그거이 채선생갖다줄라고 그랬고만.. 아이구 간나이 새끼 웃긴다야…”하시면서 “아무튼 잘먹었으니 됐구만!”하신다.

나는 사무실에 돌아와 직원들에게 전후 상황을 이야기를 하니 그 다음부터는 할아버지가 오시면 안내실의 직원들이 실실대며 나를 호출할때면 “ Regina your boy friend i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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