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

“나쁜놈!”


하버뷰 병원 매디칼 검시관이 건네어 준 종이박스안에 있는 가루가 되어 있는K할머니의유골을 받은 저의 손은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제 마음은 점점 추워집니다.

며칠 전 휴가를 다녀오느라고 2주동안 만나뵙지 못했던 K 할머니가 며칠째 보이지 않자 이웃에 사는 분들이 할머니 방문을 두드려보아도 소식이 없자 아파트의 매니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가보니아무런 연고지가 없는 K할머니는 돌아가신지가 며칠이 된 후였습니다.

할머니는 미국에 아무런 연고지가 없는 분이시라 혹시나해서 할머니 방에 있는 냉장고문에 쇼셜월커 담당자인 제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놓았는데 하버뷰 병원의 매디칼검시관이 여러가지로 검사를 한 후에 혹시나해서 저에게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해놓았던 것입니다.

휴가에서 돌아온 제가 보이스 메일을 점검하던 중 매디컬 검시관에게 전화를 하니 할머님의 시신이 지금 하버뷰 병원에 안치되어 있는데 할머님의 가족들이 인수해갔으면 하는 것을 물어왔습니다. 할머님은 아들이 있었는데 얼마나 이 아들을 평소에 사랑하셨는지, 자기가 정부에서 받는 혜택 $680.00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쓰고 거의 먹을 것은 인터내셔날 중국마켓에서 다듬고 난 찌꺼기나 food bank에서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시고 그 돈을 아껴서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매달 보내셨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타운 일대를 다니시면서 주워온 깡통을 재활용센터에 팔아서 그 돈까지도 모아서 아들에게 보내시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돈은 할머니를 위해서 쓰는것이지 아들에게 보내시면 안된다고 아무리 말려도 듣지않으시고 나중에는 잔소리하는 저 몰래 아들에게 돈을 보내시기도 하셨던 분입니다.

할머니는 당뇨가 심해 양쪽 엄지발가락을 절단 하셔서 걷기에도 어려우셨지만 그 불편한 몸을 기우뚱거리며 다니시면서 재활용품을 주우러 다니셨습니다. 보기에도 마음이 아파서 하시지 말라고 권유를 해보았으나
“아니야 내가 좋아서 그래!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차이나 타운일대를 돌면서 까만 비닐백을 어께에 메고 빈 깡통을 찿으러 다니셨습니다.
할머니는 젊어서 혼자가 되셨는데, 53살이 되던 해에 아는 분의소개로 미국에 있는 노인분께 재혼을 해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남편의 성격이 포악해서 정말로 매일 매일 사는 것이 고통이었으나 그래도 한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도움이 될 길을 찾기위해 참고 살기를 12년, 결국 독립을 하게 되셨습니다.

그 후, 처음 우리 사무실로 찿아와 이 분이 필요한 것을 다 찿아서 도움을 드렸던 저를 특별히 자식처럼 의지해주셨습니다.
사무실에서 몇 번의 시도 끝에 연결되어진 한국의 K 씨의 며느리는 자기는 결정권이 없으니 한 시간 후에 남편이 오면 전화 통화를 다시 하자고 합니다. 한 시간후에 다시 전화를 걸으니 할머니의 아들이 전화를 받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시신을 어떻게 했으면 좋은가 물어보니 아들이 하는 말은 ” 지금 나도 살기가 넉넉치 않은데 어머니 시신을 가져갈 형편이 안되니 그냥 알아서 해달라.” 는 말입니다.
아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너무나 화가난 저는 ” 당신이 인간이야? 그래! 당신 엄마 시신을 나보고 어떻게 알아서 하라는말인가? 내가 십 여년간을 너의 어머니께서 먹을것 입을것 아껴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당신에게 보내드린 것을 알고 있는데 아들이란 사람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소리질렀습니다.

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끊어져버리고 속상해서, 그리고 마음이 아파서 너무나 화가난 제가 또 다시 한국의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며느리가 하는 말이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니 미안하답니다.

매디컬 검시관에게 아들과의 대화를 알려주니 할머니의 가족이 있는 한 그 분들이 시신 포기각서를 써주어야만 시신을 화장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번의 fax가 한국으로 오간 후에 제 손에 시신포기각서를 가지고 하버뷰 병원 매디칼 검시관과 함께 그린우드에 있는 화장터에서 할머니의 시신을 다 태우고 난 재가 하얀 종이 박스안에 담겨서 지금 제 손에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유골은 제 사무실 책상 위에서 며칠을 더 저와 지내다가 한국에서 할머니의 며느리가 준 주소로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님 이젠 깡통 줍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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