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 ○ 씨!

씩씩한 ○ ○ 씨!


가끔씩 잊어버릴만하면 전화를 주셔서 “선생님 우리 밥먹어요?”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서로의 일에 바빠 그냥 잘살겠거니! 하면서 이하늘아래에서, 아니 같은 씨애틀에서 서로의 길을 열심히 살아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지난번 ○○씨 만나지도 벌써 서너달이 되네요. 오늘도 깜박깜박 자주 잊어버리는 초기 건망증이 작동을 안해서 다행히도 ○○씨와의 약속을 지킬 수가 있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이면 생각나는 따끈한 설렁탕집에서 만나기를 한터이라 직장을 마치고 서둘러 도착한 설렁탕집에서 ○○씨는 항상 그랬던것처럼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먼저 놀라운 것은 ○○씨의 변화입니다. ○○씨는 예전에는 핏기없는 얼굴에 고개를 푹수그리며 옆에 있는 사람까지 염려하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긴머리를 머리끈하나로 질끈 동여메고 얼굴엔 화장기 하나도 없지만 건강함과 삶의 자신감이 물씬 배어나는 웃음으로 변해 있었고 이야기에는 삶의 활력이 넘쳐있었습니다.
이런 ○○씨가 예전에는 우울증으로 잠도 못자겠고 밥도 못먹겠다며 저하고의 8개월간 만나면서 상담을 받았던 분이라는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씨의 남편은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달리했고, ○○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멍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상태였습니다. 마침 둘째딸은 멀리 타주로 대학을 갈려고 준비중이었으며 남편이 운영하던 그로서리는 ○○씨가 전혀 관리를 해보지를 않아서 어디부터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물건은 어떻게 들여놓아야하는지,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은 치매까지 있어서 가스 불을 켜놓고 그냥 나가시기가 수십 번, 혼자서도 버거운 ○○씨에게 시어머니는 커다란 짐이 되어있었고 또 때로는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어느 ○○가 가져갔느냐고 소리소리 질러대시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배려로 자기집에서 조용히 살림만 하던 ○○씨는 아무것도 알려주지않고 별안간 세상을 달리한 남편이 원망스러워서 엉엉 울다가 소리도 질러보고, 결국은 마음과 몸이 지칠대로 지쳐서 우울증이라는 덫에 걸린 것입니다.

○○씨를 처음보던 날 저는 ○○씨에게 약속을 하나만 받자고 했습니다.
나하고의 만남이 시작한다면 끝까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줄 수 있는가? 하고… 고개를 숙이며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던 ○○씨는 다행이도 그러마 하고 약속을 하면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이었습니다.
먼저 ○○씨의 집을 가서 보니 집안이 정말 말이아니게 어수선하고 정돈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아는분들 몇 분들(항상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고 집안을 깨끗이 치운 후 이분들이 장만한 음식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이분들께서 돌아가면서 ○○씨를 방문하기로 한 후 나의 상담은 시작이되었습니다. 시어머님은 가까운 양로원으로 보내어 편하게 도움을 받게 해드리고, 저도 몇년 전 두 오빠를 암때문에 한꺼번에(일주일안에) 잃고, 직장도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터이고 저도 암때문에 자궁전체를 들어내야하는 마침 나의 둘째딸이 먼곳으로 대학을 떠날때이고 나의 상실이 엄청나게 커다란 폭풍처럼 왔었기에 , ○○씨를 어떻게 도와야하는지가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씨는 너무나 잠이 안와서 며칠째 잠을 못자기도해서 결국은 의사의 처방으로 수면제를 먹기도 하면서 매주 두 번씩 ○○씨를 만나서 얘기를 듣고 또 듣고하기를 수십차례 결국 어느 날은 둘이 함께 울면서 아픔을 함께 했던 일들이 시간이 감에 따라 ○○씨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나와의 만남이 뜸해진것입니다. 나와 자주 만날필요가 없다면 그것은 좋은 싸인이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씨는 어느새 씩씩한 아줌마가(재미있는 이야기로 한국에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고 “아줌마”가 있답니다) 되어서 내앞에 앉아서 설렁탕 국물 하나도 남김없이 밥을 말아서 뚝딱비우면서 “선생님! 우리 자주 못만나도 내가 선생님 사랑하는것 알지요?”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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