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댓가

감정의 댓가

P 씨는 처음에 파산에 대해 상담을 하러 왔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더 생각해 본다고 하셨습니다. 집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가게도 이미 렌트비가 몇달 밀린 상황에서 로또를 맞으면 모를까 별로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지만 그래도 한번 더 노력해 본다고
하시고는 발걸음을 돌리셨습니다. 그 후 약 8개월이 지나 다시 사무실에 방문하신 P 씨는 그 사이 저축해 두었던 돈도 다 쓰고 노후연금으로 준비해둔 개인퇴직연금에서 10% 의 페널티를 내고 돈을 꺼내어 쓴 후였습니다.

이제 더이상 버틸수가 없던 P 씨는 어쩔수 없이 파산 신청을 하게 됬고 3 개월이 지나 파산이 다 끝났다는 통보를 받고는 “그냥 8개월 전에 했더라면 퇴직 연금은 남아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의 한숨만 쉬었습니다.

파산 신청을 하는것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마음가짐입니다. 파산을 하기가 두려워서, 파산을 하기에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진 빚은 내가 꼭 갚는다라는 고집이 파산이 필요한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파산을 한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을 파산이라는 옵션조차 알아보지 않게끔 합니다. 파산을 하면 다시는 사업도 못하고 직장도 못구한다는 등 파산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이 두려움을 더 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가 진 빚은 내가 갚는 다는 고집도 파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유를 막는 이유입니다. 물론 내가 진빚은 내가 갚는 다는 자세는 칭찬할만 하지만 크레딧 카드 미니멈 페이먼트만 해서는 몇십년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할 부채는 현실입니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절대 파산같은 할 수 없다라는 자존심도 3-4개월안에 모든 부채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는 이유입니다.내가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직위의 사람이라, 교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파산같을 걸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습니다. 파산은 도덕의 결정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법적인 해결책일 뿐입니다.

파산을 할까말까 결정할때는 나의 채무와 재산상태를 비교하여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만 필요합니다. 감정을 빼고 현실의 결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서 법에서 마련해준 해결책을 적절히 사용하여 나의 개인적인 문
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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