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녀

최근 한국의 모 케이블방송사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에 출연한 어느 젊은 여성이 화제가 되고있다. 특이한 생활방식이나 습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소개하는 프로이기에 가끔 충격적인 등장인물들이 이슈가 되곤한다. 최근 이슈의 주인공은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어느 20세 젊은 여성이다. 전국의 치과의사를 경악시킨 기현지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의 닉네임 부터가 초엽기적이다. “누렁녀”, 10년간 한 번도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얻어진 명칭이다.

십년 동안 양치질을 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갖는 궁금증은 “입 냄새가 심하지 않을까?”, “텁텁하지 않을까?” , “이가 썩진 않았나?” 등등이겠지만 치과의사들은 구태여 보지 않아도 그 여성의 구강상태가 머리속에 한 폭의 흑백 사진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엑스레이가 상상되기 때문이다. 칫솔을 잡아보지 않았으니 치실 또한 사용했을리 만무할테고 입안 곳곳 크고 작은 충치가 있을것이다. 하긴 10년 동안 닦지 않았다면 치아들 사이사이가 모두 치석으로 뒤덮여 치실이 들어갈 공간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20대 초반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치주질환이 분명 주인공의 엑스레이만 보아서는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 진전되어 있는 상태일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TV에서 실제로 그녀의 입안을 검진한 치과의사는 모든 치아가 치석과 치태로 뒤덮여 치아의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며 경악을 금치못했고 그녀의 치주상태가 4-50대 연령층의 컨디션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그녀의 구강악취가 코를 찌를 정도였다니 가관은 가관이였나보다. 어금니 8대에 충치가 있고 치료없이 놔둔다면 20대에 틀니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진단은 최악이었다.

주인공을 보며 치과의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드는것은 누렁녀의 엉망이된 구강상태보다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치과상식에 대한 그녀의 무지함이다. 라디오,TV, 인터넷에서 흘러 넘치는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면서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을 파괴하는 치주질환의 주요 원인인 치태를 제거하여 잇몸이 붓고 자주 피가 나는 염증 증상을 줄이려면 식후 양치질과 치실사용이 기본화 되어야하고 제때 치태를 없애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이 되어 더 심한 증상을 야기한다는 치과상식이 그녀에게는 전달되지 못했나보다.

“다른 사람이 입 안을 들여다 보는것도 아닌데 왜 굳이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음식물이 쌓이면 치아를 보호해주는 것 같아 병균을 못 들어오게 막아주는 기분이다.” 그녀의 주옥같은 망언들은 설명할 의욕 조차 잃게 만든다. 속눈썹 붙이고 머리도 물들인 누렁녀의 외모를 보면 외모에 신경쓰는 여느 20살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사람의 판단이 미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것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그녀의 사고방식이 젊은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진않나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