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4천만원

8억 4천만원

건강한 치아 한 대의 경제적 가치가 약 3천만원 가량이라는것이 대부분 한국 치과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라는 글을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찾아보게 되었다. 사랑니를 제외한 사람의 정상 치아갯수가 28개이니 입속에 우리 모두 8억4천만원의 큰 돈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된다. 사고로 혹은 관리부족으로 치아를 잃어버려 수 천만원을 까먹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최소한 공평하게 모두가 8억 4천만원어치의 부를 누리던 때가 과거에는 있었을것이다. 미국의 치과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점을 감안한다면 달러로 환산한 28대 건강한 치아의 경제적 가치는 미주 한인들에게 더욱 거대한 액수로 느껴진다.

치아도 인체의 여느 장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일부인데 불법 장기 매매 조직패도 아닌 치과의사들이 직접 치아에 가격을 매겼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일반인들에게 건강한 치아의 값어치를 홍보하고자 그랬을려니 이해는 하지만 굳이 돈으로 환산할 필요까지 있었나 싶다. 오복중에 하나라는 치아건강이 최소한 한국에서는 8억4천만원을 가진 사람이라면 돈으로 살수있다는것일까? 사람이 일생을 사는데 누릴수있는 다섯가지 타고난 복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돈으로 구할수있다면 누구나 한 번 악쓰고 인생살아볼만하지 않는가? 쓸모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행스럽게도 미주 한인들은 치과의사들이 굳이 8억4천만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건강한 자연치아의 소중함을 본인들이 스스로 잘 깨닫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의 높은 치과IQ가 양날의 칼로 되돌아 오기도한다. 자신의 치아를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무조건 보존하는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 환자의 신념때문에 막상 시급히 제거가 필요한 치아조차도 무작정 입안에 남겨두려는 경우가 그렇다. 치료가 가능하지못한, 치아가 회복할수없는 상황에서 치아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쓸때까지 써보자’식으로 발치시기를 연기하는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본인의 뼈를 유지,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치아는 제때 제거가 되어야 그 이후의 어떠한 치료라도 기약할수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썩어 곪아 터진 발가락을 절단해야만하는 외과의사는 발가락 한 개의 경제적 가치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치아의 값어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치과의사가 발치를 권한다면 그 치아는 이미 3천만의 값어치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치아이고 주변의 3천만원짜리 치아들 값어치마저도 깎아 내리는 ‘썩어 곪은’ 치아일것이다.

뽑지 않아야 할 치아와 뽑아야할 치아를 현명하게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 치과 주치의와 환자가 함께 풀어나가야할 숙제이고 8억4천만원어치 재산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