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철도·전력망 건설 붐 넘어선 투자 규모…워싱턴주도 개발 압력 커져

인공지능(AI) 경쟁이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으로 번지면서, 관련 투자 규모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업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 사용과 세제 혜택, 제한적인 상시 고용 효과를 둘러싸고 주민의 전기요금과 지역 개발 부담을 누가 떠안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 매체 스테이트라인(Stateline)은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될 자금이 약 10조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세기 철도 건설, 20세기 전력망 확충, 고속도로와 통신망 건설 붐을 뛰어넘는 규모다. 관련 투자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는 AI 모델 학습과 클라우드 서비스, 검색·영상·금융 등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형 서버 시설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한 시설이 중소도시 전체에 버금가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확대가 지역 주민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을 남기느냐는 점이다. 최근 2년간 미국의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가치는 두 배 이상 늘어 연간 850억 달러에 이른 반면, 다른 건설 분야의 가치는 8% 감소했다. 2024년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가치는 480억 달러 늘었지만, 같은 기간 주택·아파트 건설 가치는 290억 달러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자리 효과를 둘러싼 시선도 엇갈린다. 대규모 시설을 짓는 동안에는 건설 인력이 필요하지만, 완공 뒤 운영에 필요한 상시 인력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본과 전력·토지·물 사용이 투입되는 데 비해 지역의 지속적인 고용과 세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전력요금이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송전망과 발전설비를 새로 갖춰야 할 경우, 그 비용이 일반 가정과 소상공인 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연구진 분석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결합할 경우 미국 전체 전기요금이 평균 8%, 일부 버지니아 지역은 최대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부 주 정부는 기존의 세금 감면과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네바다는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줄이고 전력·용수 인프라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했으며, 버지니아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에 별도 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오레곤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이 주민 의견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주 역시 데이터센터 개발이 예정된 주 가운데 하나다. 시애틀 지역의 기술산업 성장과 AI 수요 증가는 경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향후 전력망 투자비와 세제 혜택, 물 사용, 토지 이용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와 사업자 간의 협의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자체를 막기보다, 새 발전·송전 설비와 용수 인프라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주민 전기요금을 어떻게 보호할지, 지역 고용과 세수 효과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기술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전기요금과 지역의 미래 개발 방향을 좌우하는 생활경제 이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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