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꽃밭이 물에 잠겼다…워싱턴주 몽족 꽃 농가의 위기


시애틀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을 찾는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다. 이 아름다운 꽃시장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주인공은 바로 워싱턴주 몽족(Hmong) 농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홍수와 농업을 이어갈 후계자 부족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하며,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상징적인 꽃 문화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기록적인 홍수는 스노호미시 카운티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소규모 농장을 덮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몽족 가족이 운영하는 꽃 농장이었다. 비닐하우스와 농기계, 꽃 모종이 물에 휩쓸렸고, 토양 오염까지 우려되면서 올해 농사에도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에 꽃을 공급하는 농가들 역시 피해를 입었으며, 마켓 측은 피해 농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몽족은 라오스와 베트남 산악지대에 살던 소수민족으로, 베트남전 당시 미국을 지원했던 ‘비밀전쟁(Secret War)’에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많은 몽족이 난민으로 미국에 정착했고, 1970~1980년대 워싱턴주에도 상당수가 이주했다.
농업 경험이 풍부했던 몽족 가족들은 비교적 적은 면적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꽃 재배를 선택했다. 새벽부터 직접 수확한 꽃을 트럭에 싣고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으로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시장의 대표적인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꽃 판매대 상당수는 몽족 농가들이 운영하거나 공급하고 있으며, 화려한 꽃시장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몽족 공동체의 삶과 역사, 그리고 미국 정착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재해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세대교체다.
1세대 농민들은 대부분 60~70대에 접어들었지만 자녀들은 대학 교육을 받고 전문직이나 다른 직업을 선택하면서 농사를 이어받는 사례가 크게 줄고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홍수와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농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꽃 농사를 계속 이어갈 젊은 세대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현재 90여 개 이상의 농가와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마켓 재단과 운영기관은 홍수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위한 긴급 지원과 복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보험 가입이 어렵거나 임대한 농지를 경작하는 소규모 가족농이 많아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워싱턴주의 몽족 꽃 농가들은 단순히 꽃을 재배하는 농민이 아니다. 난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상징을 만들어낸 공동체이자, 지역 농업과 문화유산을 함께 지켜온 주역들이다. 이번 홍수는 농장만 침수시킨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전통과 다음 세대로 이어질 미래까지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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