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배상 늘자…워싱턴주 학교들 보험료 급등

워싱턴주 공립학교를 상대로 한 성폭력 피해 소송이 크게 늘면서 교육구들이 부담하는 책임보험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교육구는 교사 감축 등 교육예산 조정에 나서는 등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주 학교위험관리풀(WSRMP)에 가입한 약 130개 교육구는 지난 5월, 2026~2027학년도 책임보험 분담금이 평균 45%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WSRMP는 일반 보험회사 대신 교육구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각종 소송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공공 위험관리 기구로, 워싱턴주 전체 교육구의 3분의 1 이상이 가입해 있다.
당초 WSRMP는 올해 초 보험료를 평균 18% 인상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2분기 들어 성폭력 관련 배상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인상률을 45%까지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 내 성폭력 피해 소송 증가다. 최근 몇 년 동안 워싱턴주의 법률과 판례가 바뀌면서 수십 년 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고, 학교의 법적 책임도 크게 확대됐다.
지난 2020년 워싱턴주 대법원은 ‘W.H. 대 올림피아 교육구’ 사건에서 학교 직원이 학생에게 가한 성폭력이나 신체적 학대에 대해 교육구가 사전에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학교의 관리 책임을 크게 강화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또한 2024년 6월 이후 발생한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은 민사소송의 시효가 사실상 폐지됐으며, 그 이전 사건도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피해와의 연관성을 뒤늦게 인지한 시점부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수십 년 전 사건까지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애틀 공립학교는 2024년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전 학생에게 1,60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페더럴웨이 공립학교도 지난달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2명에게 총 1,5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WSRMP는 특정 교육구에서 거액의 배상금이 발생하면 해당 교육구뿐 아니라 공동기금에 가입한 다른 교육구들의 분담금도 함께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교육구는 성폭력 소송을 직접 겪은 적이 없지만 공동기금 구조상 비용을 함께 부담하게 된다. 보험료 인상은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교육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교육구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정부의 교육예산 지원 확대 없이 학교의 법적 책임만 계속 커지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 권익단체들은 이번 법률 변화가 학교가 학생 보호 의무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며, 예방 교육과 신고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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