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기부여왕 여든셋에 결혼한 이유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은 돼지 2마리와 소 3마리로 큰 기업을 일군 여장부다. 중매쟁이인 나에게는 그분의 성공신화보다 82세에 결혼을 한 사연이 더 인상적이었다.

2-3년 전 우연히 그 사연을 접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던 분이 뒤늦게 결혼한 이유는 “늙으니까 외로웠다”였다. 밤에 잘 때 전깃불을 끄기가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두 마디는 결혼의 본질이자 가치다. 결혼은 거창한 게 아니다. 일상을 평범하게, 무난하게 살아가는 데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혼자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힘과 열정이 넘치는 나이인데,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는 늙어서 외롭고, 밤에 혼자 잘 때 전깃불 끄기가 힘들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100세 시대는 나이 들수록 이성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노년의 시간이 길수록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배우자나 이성친구의 존재가 중요하다.

30여년 간 나이 들어서도 배우자를 만나려는 열정적인 분들을 많이 봤다. 80대, 90대도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접했다. 몇 년 전 일이다. 83세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만남 신청을 했다. 부쩍 기운 없어지고 외로워하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여동생의 반대로 가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딸은 아버지가 다 늙어서 여자 만나면 복잡해지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안될 일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서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들도, 딸도 후회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행복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살아가는 내내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인생의 큰 성취를 이룬 여전사, 여장부조차도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다. 이성을 만나고, 설령 만나지 못해도 노력하는 과정이 삶을 젊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풍요롭게 만든다.

#이수영회장 #이성친구 #100세시대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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