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배우자감도 정치성향 보고 만난다니…

‘적폐’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였다는 의미의 ‘적폐’는 결혼문화에도 있다. 과다 혼수, 남성이 결혼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것도 적폐 중 하나다.

30년 전 결혼 문화에서 가장 큰 적폐는 지역 문제였다.

“00 지역 출신은 절대 안됩니다..”

“자녀들은 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는데요. 아버지만 그 지역 분이고요..”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 자식들 고향이죠. 그게 그겁니다.”

이런 식의 논리로 특정 지역을 기피하거나 반대로 선호하는 경향이 굉장히 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런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사회 발전, 인식 개선, 실용적인 가치관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이제 남녀들이 지역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서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새로운 적폐가 시작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남녀 만남 현장에 있다 보면 세상 변화를 남들보다 빨리 감지하는 부분이 있다.

며칠 전 일이다.

서로 잘 어울리는 남녀가 있어서 만남 주선을 했고, 본인들도 좋다고 해서 약속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가 남성이 담당 커플매니저와 통화를 하던 중에 여성의 아버지가 보수와 진보 중 한쪽 진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랬더니 남성이 갑자기 여성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여성 본인도 아니고 아버지의 정치성향일 뿐인데 말이다.

예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성향이 남녀 만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남녀회원 666명(남성 415명, 여성 252명)을 대상으로 “호감을 갖고 만나는 이성이 본인과 정반대의 정치성향이라면 만날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만나지 않겠다고 답한 남녀가 33%였다.

남녀 3명 중 1명은 본인과 정치성향이 반대인 이성을 만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세대이니 정치성향도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보면 정치인들을 비롯한 부모 세대의 편 가르기, 진영 갈등이 젊은 세대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

정치성향을 비롯한 진영 논리가 결혼문화에 개입한다는 것은 이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함축돼 있는 것이 결혼이기 때문이다.

선의의 토론, 경쟁 문화가 다음 세상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 좋은 부분이 부각되어 결혼문화에 영향을 미친 가능성이 높다. 정치이념에 배우자 선택에 선입견을 주는 일이 있다는 것은 결국 부모 세대의 과오로 인해 자녀들이 피해를 입는 불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결혼정보회사 선우 수석 커플매니저 cs@sun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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