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윤 – 225 파운드 윤지수 씨의 사딸라 이태리 타월 (2)

전편에서 계속

우연히 최 국장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최 국장은 역시 센스 있는 사람입니다. 마스크에 일회용 장갑을 끼고 조심합니다. 최 국장은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는 게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니 이해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최 국장은 자꾸 저보고 보기 좋다고 합니다. 나이 먹어서 너무 말라도 보기 흉하다고 합니다. 미국 올 때 165파운드였는데, 거의 1년에 2파운드씩 찐 셈입니다. 60세 먹기 전에는 빼려고 했는데, 최 국장 말을 듣고 보니 윤지수 씨 마음이 살짝 흔들립니다. 날씬한 거야 젊은 애들이나 그렇지 이 나이에 너무 말라도 보기 흉한 건 사실이지 하고 마음의 위안을 합니다.

일단 다이어트는 관두고 오늘 저녁을 뭘 먹을까 생각합니다. 숨쉬기 운동만 한다는 최 국장은 정말 날씬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평소에 뭘 먹는지 물어봐야겠습니다.

윤지수 씨 가족은 최 국장과 헤어지고 사우나에 갔습니다. 항상 오는 사우나인데, 정말 깨끗합니다. 한국에서는 남탕 여탕이 따로 있었는데, 이제는 가족탕이 있어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아이들이 조용히 찜질을 즐깁니다.

한국에서는 목욕탕에서 기껏해야 바나나 우유를 팔았었는데, 여기 식당은 꽤 괜찮습니다. 음식 맛이 괜찮은지 사람들도 이것저것 잘 시켜 먹습니다. 윤지수 씨도 찜질 전에 배를 채우려 다양하게 시켜 먹었는데, 만두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숯방에 있는데, 퇴거 전문회사, 태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느 세입자가 이번 달 월세를 안내서 의뢰했는데, 전화를 받은 태미는 에이타입 독감에 걸려서 오늘에야 출근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경우는 간단한 경우가 아니므로 찰스에게 의뢰해서 사전 단계를 진행하고 나서 오라고 합니다. 찰스에게 연락하니 그도 에이타입 독감에 걸려서 며칠 후에나 출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찰스에게 코로나-19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하니, 독감도 무섭다고 하는 것 보니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나 봅니다. 

보석방 진흙방 냉방 등등을 다 즐기고 터키탕을 즐기러 들어갔는데, 동양 사람이 보입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유행을 하는데, 집에나 있을 것이지 왜 사우나를 즐기려고 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우나에는 정신 못 차리는 중국 사람 2명을 빼고는 다 백인들이고, 흑인 몇 명이 전부입니다. 윤지수 씨는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아까 들어올 때 못 샀던 이태리타월이 못내 아쉽습니다. 세금포함해서 사딸라도 안돼는데, 집에 있다면서 눈을 부라리는 바람에 사지 못했는데, 뜨거운 탕에 잘 불려서인지 225파운드 몸 곳곳에서 때가 밀립니다. 사딸라 이태리타월을 살 걸 그랬나 봅니다.

9시가 다 되어서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에는 정말 한인들이 없답니다. 교회에 가도 신도들이 거의 1/5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 역시 한국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압니다.

사우나를 마치고 윤지수 씨는 집에 가며 생각합니다. 교회도 안 가고, 한국학교도 안 가고, 한인 식당도 안 가고, 한인 마트도 안 가고, 모든 한인이 가는 곳은 안 가니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도 린지도 태미도 독감으로 올해만 만 명 가까이 죽었다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코로나는 100명도 죽지 않았는데, 그럼 독감이 더 무서운 건지 코로나-19가 더 무서운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는 무서운 겁니다.

윤지수 씨가 지난주 돌아다닌 곳마다 한인들은 없었지만, 백인을 포함한 타인종들은 정말 많았습니다. 뉴스에는 매일같이 마치 온 워싱톤주가 셧다운 되는 것처럼 이야기했었는데, 코스코는 여전히 줄을 서야 했었고, 극장도 사람이 많았었고 세이프 웨이도 줄을 서야 했었고, 쇼핑몰도 사람들로 넘쳐났었습니다.

드디어, 주지사가 온 도시에 셧다운을 명령했습니다.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다음날부터 사람들이 사재기를 시작합니다. 셧다운의 목적은 사람들 간의 간격을 떼어놓으려는 건데, 그로서리마다 사람들로 넘쳐나니, 되려 더 가까이 붙어있게 됩니다. 마치 지난겨울 폭풍경보가 내려졌을 때와 흡사합니다. 그러데,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17,000,000에서 50,000,000이 죽었을 때는 도시 간이나 사람들 간의 왕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때인데, 2020년 지금의 셧다운 조치로 사람들 간의 간격을 정말 효과적으로 떼어놓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낳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 200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코와 인후를 중심으로 하는 상기도 감염 질환인 감기(common cold)는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대개 가볍게 앓고 지나갑니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서 아직껏 인류역사상 감기약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걸 윤지수 씨는 생각해 냈습니다. 더욱이 내가 쓰고 다니는 마스크는 감기를 막는데, 별 소용이 없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야기하니,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윤지수 씨는 생각합니다.

드디어, 코로나-19로 도시가 마비되어가고, 뉴스 시간의 8할 이상이 코로나-19 이야기입니다. 온 도시가 2 주동안 마비가 되는데, 과연 2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없어질지 의문이 듭니다.

아직 윤지수 씨의 일들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클로징한 식당에 위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차라리 투고로만 오픈을 하겠다고 되려 걱정하지 말랍니다. 

도시가 셧다운 되니, 이제 2주간은 식당에 못가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윤지수 씨는 2주 후에 셧다운이 풀리면 지난주에 못산 사딸라 이태리타월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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