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볼 병원 광고와 수퍼 기부자
지난 2월 초에 뉴 올리언즈에서 거행된 59회 수퍼볼은, 경기 내용면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지난 2년 연속 우승자인 캔사스시티 치프스를 일방적으로 압도하고 승리한 일면 맥빠진 경기였음을 독자 여러분께서도 잘 아신다. 이 게임을 텔레비전으로 보신 분들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몇몇 흥미로운 광경들을 보셨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손자와 함께 이 경기를 직관하는 모습이나, 치프스의 스타 플레이어 타이트 엔드인 트래비스 켈시의 여자 친구 테일러 스위프트를 잡은 화면을 보는 것도 호불호를 떠나 경기 외적인 재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비가 비싸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퍼볼 광고에 등장한 의외의 광고에 고개를 갸우뚱 하셨을 수도 있다. 맥주나 자동차 또는 스넥 광고야 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는 수퍼볼 광고에 나오는 것이 칭찬받을 만한 광고 전략이지만, 한 병원이 전국적으로 방영되고 거의 8백만불이 들어간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좀 의외였다.
뉴욕 의과 대학 병원인 NYU Langone 병원(이 대학 병원에 거액을 기부한 홈 디포의 창립자인 랭곤의 이름을 딴)의 광고는 홈타운 풋볼팀인 뉴욕 자이언츠의 스타 빅터 크루즈에게 이 병원의 의사들이 풋볼 훈련을 받는데 아주 형편 없는 실력을 보인다. 광고의 카피인, “(우리 병원은) 최고의 풋볼팀은 아니지만, 최고의 헬스 시스템입니다.“가 그 광고의 목적을 대변한다.
필자의 눈에는 딸 아이가 일하고 있는 병원이라 반가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세금을 면제 받는 비영리 단체인 대학 병원이 거액을 내고 광고를 하는 것이 적절한 지의 여부를 놓고 매스컴을 달구었다. 병원 홍보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돈을 쓰기 보다는 치료비를 낮춰 주거나 보다 많은 의료 보험을 받아 주는 방법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논란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끝을 모르는 정부와 의대들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명문대의 자연대나 인문대 학과들에 합격한 학생들이 내년에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 등록을 포기한다는 소식들이 뉴스가 되고 있다. 이 갈등과 세태를 보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떠나, 새우등으로 전락한 환자들의 안위를 무엇보다 신경쓰고 실천하는 고래들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작년에 뉴욕에서 한 의사가 베푼 선행을 소환하게 한다. 한 가진가가 의대에 기부된 미국 사상 최대 액수를 기증하며, “[이 기금으로 인해] 이것이 아니면 의대에 갈 엄두조차 못 냈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동 대학에 지원하고 공부할 기회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 때쯤, 월스트리트의 큰 손이었던 데이빗 고츠만의 미망인이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교수였던 루스 고츠만이 동 대학에 기부한 10억달러로 동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의대에 기부된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로 알려진다. 맨하탄에 위치한 뉴욕 의대와는 달리, 뉴욕의 빈촌인 브롱스 지역에 있는 아인스타인 의대는 리서치 부문 의대 랭킹 42위로 상당히 평가가 좋은 대학이지만 (참고로 유덥 의대는 이 분야 13위), 지금까지 거액의 기부가 뉴욕대나 좐스 합킨스 의대처럼 잘 알려진 대학에 치우쳐왔음을 볼 때, 이 사상 최고의 기부가 이 대학에 주어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왜, 고츠만 박사는 이 비교적 무명의 대학에 이 큰 돈을 기부한 것일까? 세상사의 결과에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마땅한 원인이 있듯,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기간 동 대학에서 교수로 봉직했던 루스 고츠만 박사가 2020년 초에 플로리다에 가는 중, 이 대학의 학장인 필립 오주아와 같은 비행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처음으로 장 시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고츠만 부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오주아 박사는 엠뷸런스를 보내 입원시킨 후 거의 3주동안 매일 방호복을 입고 두 사람을 간호하며 깊은 인연을 쌓았다고 한다. 완치 후, 오주아 교수가 고츠만 여사에게 아인슈타인 의대 이사회 의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직책을 이전에도 역임했고 90이 가까운 자신에게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놀랍게 받아들여, “사자와 생쥐”의 우화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우화에서 사자가 생쥐의 목숨을 살려 주자, 생쥐는 “혹시 알아요, 내가 언젠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독자들은, 사자가 당시에 우하하 웃으며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 호언했지만, 나중에 사자가 밧줄로 된 올가미에 걸리자 그것을 갉아 사자를 도망하도록 도왔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연고로 남편이 유산으로 넘긴 거액의 용처를 두고 고민하던 고츠만 박사는 동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부의 결과는 통상 동 대학이나 병원의 이름을 그 기부자의 이름을 따 새로 명명하는 것이 거의 전통처럼 되어 있고 이번 금액의 5분의 1만 기부해도 충분한 것이 선례이다. 전 시티 그룹 회장인 샌포드 웨일이 코넬 의대에 기부한 뒤, 그 대학의 이름은 Weil Cornell Graduate School of Medical Sciences로 개명되었고, 켄 랭곤이 뉴욕 의대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뒤, 그 대학 병원은NYU Langone Health로 바뀌었다. 전례에 따라, 오주아 학장은 고츠만 여사나 남편의 이름을 동 대학이나 병원의 이름에 넣을 것을 제안했지만, 고츠만 박사의 답변은 단순 명료하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세계적인 물리 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55년 이 의과 대학을 시작할 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우리는 너무도 훌륭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있잖아요.” 우리네 범인들이나 한국의 의사 선생님들이 귀담아 들을 겸손한 수퍼 기부자의 태도이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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