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시애틀 지역을 비롯해 미 전역의 각종 미디어들에 교육 칼럼을 꾸준히 기고해 온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러 저런 기회로 직접 만날 기회가 왔을 때, 또는 구태여 애를 써 전화나 이메일로 잘 읽고 계시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시는 애독자 분들께 새 해를 맞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러한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필자의 잡문은 벌써 오래 전에 그 수명을 다 했을 것이다. 애독자께서 이 칼럼이 실린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은 벌써 새해의 둘째 토요일 쯤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때는 그 주의 월요일 또는 그 이전이다. 이 글을 담는 신문이 발간되기 위해 겪는 여러 과정들이 있고 많은 손들의 정성이 필요하기에 미리 원고를 제출해야 함은 독자들께는 그리 실감이 나는 일은 아닐 터이고, 요즘 신문들의 인터넷판에서 즉시 즉시 올린 글들에 익숙하신 독자께서는 “흠, 어제쯤 쓴 글이겠거니”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니 가끔은 아주 뜨겁지 않은 소식에 미지근해 하시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해를 맞으면, 대입 준비의 중심축이 이제는 고교 시니어들로부터 주니어들에게로 이동한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아니든, 12학년생들은 이미 거의 모든 대학에 원서 접수를 마쳤을 것이다. 물론 아직 우리 지역의 Washington State University와 Western Washington University등은 이달말까지도 원서를 받고, 어떤 대학들에는 5월1일 이후에도 지원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보통 1월 1일에서 15일 경이 마지막 정시 원서 마감일이다. 원서를 모두 접수했으면, 이제는 조신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수업에 열중하며 마지막 고교 시절의 소중함을 만끽하기 바란다. 지원한 대학에서 합격을 받더라도, 혹시 고삼병(senioritis, 다른 칼럼에서 설명할 것임)에 걸려 12학년 수업에서 너무 안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11학년 학생들은 이제부터 곧 다가올 입시 전쟁에 대한 학업 지식을 비축하고 과외 활동의 전투화를 졸라 매며 다가 오는 전투를 준비하는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지원 학교 선정, 시험 준비, 학교 성적 챙기기 등등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시점이다. 사실 올 해 11월 1일이면 조기 전형 원서 제출 마감일이니 손으로 꼽을 만큼의 날들만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학교나 이웃 선배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잘 지켜 보고, 이해할 점은 이해하고 배울 점은 배우고, 버릴 점은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니어들이 대입 준비를 위해 열심을 다 할 때에, 마음 쓸 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학교 성적/시험 성적/과외 활동 경력 쌓기 등이다. 학교 성적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SAT/ACT와 같은 시험 성적에 관해서는 다음 주의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미 여러 곳에서 여러 번 다룬 주제들이지만, 특히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오늘 뉴욕 타임즈가 다룬 ‘잘 못 이해되어 온 SAT의 효과’는 독자 여러분도 아시면 요긴한 주제이다.

대입 사정에 있어서, 지원자가 고교 시절의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여가 시간을 짜내어 행한 과외활동의 내용과 질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 없다. 그 이유는, 경쟁이 심한 명문대학들의 경우, 지원자들의 성적 등 다른 조건들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때, 과외 활동 등이 지원자의 차이를 만드는 더욱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별력을 지닌 중요성이 우리 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어떤 과외 활동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며 가장 곤란해 하는 점이다. 성적은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지만, 과외 활동의 폭과 깊이는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에 분명치 않은 까닭이다.

이러한 비계량화라는 특징이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원자의 과외 활동 경력을 비교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대학들이 지원자의 과외 활동 경력을 수치화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지는 많은 부모님들과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들 중의 하나이다. 보통의 경우,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은 다음의 네가지로 지원자들의 활동을 분류해 점수를 매긴다: 1. 국제적인 또는 전미국 단위의 경연 대회 등에서 우승을 하거나 상위권에 뽑힌 경우. 전미 수학 올림피아드 (USAMO)나 다른 분야의 올림피아드 대회 또는 인텔 과학 경시, 전국적인 운동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RSI와 같은 지극히 선별적이고 경쟁이 심한 여름 프로그램에 뽑히거나 아주 특수한 활동 단체를 창립해 우수한 활동을 한 경우 등을 포함한다. 2. 주 단위의

운동 분야나 학문적 경연 대회 등에서 우승을 하거나 학교의 학생 회장, 모의 유엔이나 디베이트 팀의 주장을 맡아 활약한 경우, 올 스테이트 오케스트라에 뽑힌 경우 등이 이 단계에 속한다. 3. 학교나 디스트릭트 단위의 단체에서 총무나 재무 등을 맡아 일하거나 꾸준히 어떤 커뮤니티 서비스 활동 단체를 위해 기여한 경우. 4. 이 단계는 어떤 리더십 직책을 맡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열심히 한, 두 해라도 꾸준히 그 활동에 참가해 활동한 경우를 말한다. 전체적으로, 명문대 합격자들의 경우는 만약 1번이 없다면 적어도 두개 정도의 2번 활동 경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위에서 언급한 1단계의 과외활동을 성취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요 중에서, 이장희가 부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인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라고 열창하는 허스키한 음색의 이장희를 배우라. 무슨 일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과외 활동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려면, 먼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passion)이 있어야 한다. 로보틱스가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면, 매주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꿈 속에서도 로보트의 어떤점을 더 보강하고 어떤 부품이 최적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종목에 대한 불타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적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그 일을 함에 있어 발생하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grit and perseverance)가 있어야 한다. 위의 1/2 단계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마도 고교 전 학년의 헌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긴 시간 동안 시험이 활동과 겹치고,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남들처럼 가족 휴가에 동참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장희의 노래처럼, “그댈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네”의 의지로 꾸준히 헌신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그 분야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갖는 새해 아침이 되기를 기도한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