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입학 대기자 명단(waiting list)에 올랐다면?

단테의 신곡을 보면,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 또는 죄는 짓지 않았으나 하나님을 모르고 죽은 이교도들–예를 들어, 호머, 호라스, 오비드와 루칸 또는 아리스토텔레스같은 그리스의 문호나 철학자들–은 지옥의 가장자리인 연옥(Limbo, 변방 또는 가두리라는 의미)에 산다고 한다. 천국도 아니요, 지옥도 아닌 애매한 지역을 말함이다.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도 이런 애매한 상태에 놓인 학생들이 있고, 대입 전문가들은 이들의 상태를 곧 잘 연옥에 있는 것으로 비유한다. 합격도 아니고 불합격도 아닌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이다. 제 1 지망 대학의 대기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다는 소식을 받으면, 합격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당한 실망감이 엄습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도 불합격하지는 않았으니 합격 가능성이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기자 제도는 미국 대학의 복수 지원 제도 때문에 생긴 것인데, 다른 학교에도 복수로 합격한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시 말해 합격자들로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 예비 등록자 명단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 제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게 대학들이 보내는 편지를 보는 것이 좋은데, 특히 몇 년 전에 하버드 대학이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통지서가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여서 여기 번역으로 전재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______에게,

우리 입학/재정보조 위원회는 귀하의 입학 지원서에 대한 최종 심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음을 여기 알립니다. 하지만, 우리 위원회는 귀하의 탁월한 업적과 가능성으로 인해 귀하의 이름을 대기자 자리에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올 해3만 9천명 이상의 지원자가 신입생 선발에 지원했습니다. 우리가 합격시킬 수 있는 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비범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한 것입니다. 이러한 뛰어난 지원자들 중에서 우리는 대기자 명단에 올릴 학생들을 위해 일단의 그룹을 선발한 것입니다. 이 대가지 명단은 순위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합격생을 위한 자리가 생길 경우에, 우리 위원회는 다시 모여서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가용한 지원자들의 원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 입니다. 보통 대기자 지위를 제공받은 학생의 3분의 2 정도가 대기자 명단에 남아 있기로 결정을 합니다.

대기자 명단에서 합격될 학생의 숫자는 전적으로 합격된 학생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본교에 등록을 하지 않는지의 숫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숫자는 해마다 아주 달랐습니다. 어느 해에는 100명 이상이 합격되었는가 하면, 다른 해에는 한 명도 구제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보낼 최종 결정 이전에 귀하께서는 어느 한 학교를 선택해 (일단 등록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다른 대학들도 귀하의 상황을 확실히 이해할 것이고 우리 역시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보통 5월말까지는 대부분의 결정이 내려지고, 늦어도 6월말에는 모든 결정이 끝날 것입니다. 이러한 진행이 조속히 되도록 5월 1일 이전까지 대기자 상태를 허락하는 귀하의 결정을 알려 주기 바랍니다.

동 위헌회는 귀하가 이 리스트에 남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경우를 돌아보건데, 우리 대학의 최고의 학생들 중의 얼마는 대기자 명단에서 합격된 학생들이었음을 압니다.

만일 귀하가 대기자 명단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면, 귀하의 입장을 보강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보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귀하가 재정 보조를 신청한다면, 대기자 명단에서 합격되는 학생들에게도 재정 보조가 100% 가용함을 알려 드립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웹 사이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귀하의 탁월한 업적에 축하를 보내는 바입니다. 귀하의 결정이 무엇이든지간에, 귀하의 미래에 성공이 있기를 빕니다.”

위의 내용을 읽어도 아직 이 대기자 명단 제도의 실상을 잘 모르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좀 부연하면, 1) 매년 미국의 대학에서 합격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 그 대학들 중의 한 학교에 등록을 하면, 선택 받지 못한 다른 학교들은 그 학생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 다른 대학들은 이를 대비해 정원보다 많은 학생들을 합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합격자 중에서 동 대학에 등록하는 비율을 YIELD(일드, 합격자 대비 등록율)라고 하는데, 미국 대학들의 평균 일드 비율이 33.6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니 대기자 명단을 만들어 두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명문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비율이20퍼센트를 넘나 든다.

인기있는 이벤트에 입장을 학수 기대하며 대기자 표를 받아 들고 기다릴 때, 앞의 사람이 포기하고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그 표를 받은 순서에 따라 그 다음의 사람이 입장하도록 허용된다. 하지만, 대학의 대가자 명단은 이와 다르다. 예를 들어,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가 화학과를 지원한 아시안 여학생이었으면, 그와 비슷한 자질을 가진 대기자가 선택을 받는 식이다. 즉, 대기자 명단의 순서가 정해져 있는 곳은 거의 없고 동 대학이 만들려고 계획하는 학생들의 구성비를 따른다.

다른 한가지 궁금하실 사항은 대기자 명단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재정 보조 액수에 관해서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위의 하버드의 경우처럼 재원이 충분한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시 합격자 만큼의 재정 지원 액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위의 정보들을 고려하면서, 천국의 변경에서 구원을 기도하며 기다리시라.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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