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궁수; 부모는 활; 자녀는 화살

매년 3월 중순은 중고등 학교에 재학 중인 우리 자녀들이 다음해에 수강할 과목들을 정해 수강 신청을 하는 기간이다. 그러니 시기적으로 요즘 필자에게 물어 오는 대부분의 질문들은 이와 관련된 것이라 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다.

수강 과목을 정하기 위해 필자를 찾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대부분 수강 과목들의 선택에 거의 일치된 마음을 보인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에 부모님들은 상당히 어려운 과목들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시는 반면, 아이들은 내년 수업에서 겪을 고생길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누구의 편도 들어 주기가 난처한 경우이지만, 가능한 원론적인 조언, “원하는 대학이 경쟁이 심한 대학이라면 되도록 도전적인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은 그 과목들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 너무 학생의 학업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선택은 금물입니다”라고 중심을 잡아드린다.

이 즈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집 ‘예언자 (The Prophets)’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에서 지브란은 가상의 예언자의 입을 통해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설파한다: 부모는 활이고 자녀는 화살과도 같은 것이며, 하나님이 이 활을 당겨 쏘시는 분이다. 부모의 할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껏 몸을 구푸려 화살이 겨냥된 과녁에 명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칼럼의 애독자들께서 이미 짐작하시는 것처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화살을 멀리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가능한 많이 구부리는 것이다. 아이가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몸과 마음을 기꺼이 구부려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 지를 함께 대화하며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사춘기의 고민으로 삐뚤게 행동하는 우리 아이에게 다시 몸과 마음을 구부려 그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조언을 하며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수강 과목을 정할 때, 아이의 장래를 위해 감당할만한 최고의 과목들을 선택하도록 논리적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욕심을 구부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본론에 들어가, 우리 자녀들이 수강하면 좋을 도전적인 과목들에 대해 소개한다. 지난주의 AP에 이어 오늘은 러닝 스타트 (Running Start) 프로그램을 간단히 개관해 드린다. 러닝 스타트 프로그램이란, 워싱턴 주내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워싱턴 주내의 34개 커뮤니티 또는 테크니칼 칼리지와 워싱턴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의 트라이 시티 캠퍼스, 센트럴 워싱턴 유니버시티, 그리고 이스턴 워싱턴 유니버시티의 3개 4년제 대학, 그리고 노스웨스트 인디안 칼리지와 스포케인 트라이벌 칼리지를 비롯한 2개 대학에서 5-15 학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수한 학점을 대학의 학점과 고등 학교의 학점으로 이중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등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의 거의 모든 클럽이나 액티비티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지의 여부를 묻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필자가 되 묻는 몇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자녀가 성인 학생들과 같은 클래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아이인 것이 중요합니다.” 고등 학교의 경우에, 수업에 안 들어 오면 카운슬러나 어텐던스 오피스에서 결석을 했거나 결강을 몇 번 했으니 주의를 주고, 몇 번까지 결석을 하면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식의 연락이 온다. 학교측이 아직은 여러 면에서 미숙한 학생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교정하려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경우, 결석을 하건 수업에 늦건 보통의 경우 아무도 관심을 보여 주의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단지 수업의 결과인 성적에 반영이 될 뿐이다. 어떤 수업을 빠지면, 대부분의 경우 보충 수업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성숙하고 책임감이 없는 학생의 경우, 제동 장치가 없으니 실패할 확률이 많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더해, 고등 학교에서 교우 관계가 좋지 않거나 동급생들이 어린 아이들 같아 재미가 없으니,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려는 아이들이 있다. 이 경우라면 대학의 교실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사회성은 대상이 누구이든, 자기 자신의 문제가 큼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 묻는다:

2) “학교에 AP, IB, 또는 College in High school과 같은 대학 수준의 과목을 고등 학교 교실에서 수강하는 이중 학점 제도가 있다면, 왜 구태여 이 프로그램을 들으려 하나요?”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고교 과목들보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과목들이 보다 쉬울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학생들이 있다. 어떤 클래스가 더 쉽고 어려운지는 수강할 과목들에 따라 상대적이겠지만, 일부의 과목을 고교에서 듣고, 커뮤니티 칼리지로 이동해서 또 다른 수업을 듣는 것이, 이동 시간과 두개의 다른 환경 안에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것은 경제적인 문제이다. 3) “이 프로그램으로 대학에서 수업을 수강할 경우에, 학비는 면제가 되지만, 한 학기에 몇 백불의 책값과 교통 수단 (고교에서 대학으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에 대한 준비가 되었나요?” 이 러닝 스타트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고등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또는 약 일년쯤 후에, 고교 졸업장과 동시에 이년제 대학 졸업장 (Associate of Arts/Science Degree)을 받을 수 있으니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질문에 한 번 신중히 자녀와 함께 답을 해 보신 뒤, 자녀의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하시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를 결정한 이들에게 좋은 소식 하나: 유덥의 입학 처장인 필립 벨린저에 따르면, 유덥은 이 러닝 스타트 과목들의 성적을AP나 IB 등의 성적과 대동 소이하게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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