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덥에 편입하기

다음주 수요일인 2월 15일은 우리 지역의 유덥이 편입생 지원 입학 원서를 마감하는 날이다. 우리 퓨젯 사운드 지역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 (UC 버클리나 UCLA등을 포함하는 9개 대학)의 편입 마감일이 11월30일, 대부분의 명문 사립대들이 3월1일에 원서를 마감하는 것과 달리 유덥은 편입생 원서 마감을 2월 중순에 하니 유념할 일이다. 애독자들께서 이미 잘 아실테지만, 이 편입 원서 마감은 신입생 원서 마감과도 대부분 다르니 알아 두시면 유익하다. 유덥의 신입생 원서 마감은 11월 15일, UC는 편입 마감과 동일한 11월말, 다른 명문 사립대의 정시 마감은 보통 1월초에 있다.

워싱턴 주내의 커뮤니티 칼리지나 다른 4년제 대학에서 워싱턴 대학으로 옮겨 공부하기를 원하는 편입 학생들에게 유덥은 정원의 30% 정도를 할애할 정도로 우대를 한다. 특히 주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준학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에게는 유덥의 시애틀 캠퍼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다른 4년제 주립 대학에 거의 자동적으로 편입이 가능할 정도인데, 이러한 우대의 이유는 유덥이 워싱턴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사무실과 가까운 벨뷰 칼리지에서 공부하면서 유덥이나 다른 명문 4년제 대학들에 편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도와 줄 때가 많은데, 필자가 만난 이 편입 준비생들은 다음 세가지 정도의 타입으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고등 학교를 졸업할 당시는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이 유덥 등의 제1지망 대학에 못 미쳐,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한 학생들이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이 학생들 중에 거의 절반 가량은 치과 보조사, 자동차 정비사나 엑스레이 기사 등이 되기 위한 직업 교육을 받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을 준비한다.

두번째는, 유덥과 같은 좋은 대학에 간발의 차이로 불합격한 또는 합격한 학생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들어 가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이다. 3년 전부터 유덥의 컴퓨터 사이언스나 컴퓨터 엔지니어링 또는 다른 엔지니어링 프로그램들은 해당 학과의 신입생을 대학 입학시에 따로 선발하기에 예전처럼 대학에 일단 합격한 후에 해당 전공으로 들어 갈 기회가 없어 졌다. 그러니, 자신의 희망 커리어를 준비해 주는 그러한 전공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라면, 좀 더 좋은 학점을 받기가 용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해 거의 올 A를 맞고 유덥의 공대나 비지니스 등의 전공에 편입을 하기를 계획하는 경우이다. 참고로 유덥 컴퓨터 학과나 공과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들 중에서 약 90%는 워싱턴 주내의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생들이 차지하며, 평균 성적이 최소 3.8은 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영어 등의 능력이 아직 덜 준비되었거나, 학점이나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커뮤니티 칼리지를 4년제 대학 진학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이다. 이 경우의 학생들에게 유덥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거의 예외없이 토플 시험 성적이다 (최소 92점을 요구).

유덥에 편입을 하려면, 2월 15일까지 원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각 전공 마다 필요로 하는 과목과 학점 수가 다르다. 편입시에는 정해진 전공으로 지원하기에 그 전공을 택하기 위한 선수 과목의 선택 여부가 정해져 있다. 이것은 대부분 재학 중인 커뮤니티 칼리지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들과 상의하면 미리 잘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가 되면 지원서를 작성해 성적표와 함께 제출하면 되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는 단연 자기 소개서(personal statement)이다. 유덥의 경우, 750 단어 이상 1000 단어 미만의 에세이를 요구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수강한 수업에 대한 소개, 전공하고 싶은 학과와 졸업 후의 계획,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이다. 선택 사항으로는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커뮤니티 서비스 경력, 과학 분야의 연구나 예술적 업적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성적표는 40학점 미만 학점 이수자의 경우 고교와 대학 성적표를, 40학점 이상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이수한 경우에는 대학 성적표만 제출하면 된다. 이 학교는 신입생 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뷰나 추천서는 요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올 해의 입시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편입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이 유의할 점을 몇가지 소개한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가 공부하면 당연히 좋은 성적을 받고 자연스럽게 원하는 4년제 대학의 전공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금물이다. 원하는 대학의 희망 전공에 편입하려면 대학과 고교 생활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 여기 몇가지만 소개하면: 1. 고등학교에서는 반에 있는 학생들을 다 알지만, 대학에서는 자신의 클래스에 있는 학생을 하나라도 알면 다행이다 (일학년 필수 과목의 경우 한 교실에 몇백명은 보통이다). 2. 고교를 다닐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수업이 있을 때, 또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물론 수업을 빼 먹는 경우,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3. 고교때는 시험 전에만 공부해도 됐지만, 대학에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집이 될 정도로 열심히 해야 된다. 4. 고교 때는 숙제를 하루 저녁에 끝낼 수 있었지만, 대학에서는 며칠이 걸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5. 고교 시절에는 어른들이 학생에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만, 대학에서는 그저 이렇게 했으면 하는 바램만 표시한다. 6. 고교에서의 출석은 필수이지만, 대학에서는 출석이 강력하게 권고될 뿐이다. 7. 고교 시절에는 통행금지가 적용되지만, 대학 생활에서는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 이외에도 많은 다른 점들이 있을테지만, 크게 정리하면, 고교에서는 정해진 틀에서 규칙을 따르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거의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이것에 따르는 책임이 수반되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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