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원서 접수 방식 1

     독자 여러분께서 주말에 장을 보러 나가셔서 이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이면 이미 9월에 접어든 시점이고 각급 학교들은 개학을 했거나 아니면 우리 자녀들은 늦어도 다음주에는 학교로 돌아 가게 될 것이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꼭 들어 맞는 때이다. 방학 내내 게으름을 피고 비디오 게임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던 아들 녀석이 학교로 돌아 간다니 홀가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여유롭게 가족 시간을 보내던 휴가가 이제는 끝났다는 생각에 추수감사절 휴가를 벌써 손꼽을 정도로 섭섭하기도 한 것은 내가 최금에 만난 많은 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시애틀에서는 지난주에 80도 후반을 넘나드는 마지막 (?) 여름 더위가 앙탈을 부렸지만 이제 곧 다가 오는 가을의 따스한 햇살은 더 이상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세상사의 절기로는 본격적으로 가을에 접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사용하는 마음의 시계는 벌써 겨울로 움직여 이제 수험생들은 이른 추위를 맛보게 되는 시기이다. 이 칼럼의 애독자시라면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초조함은 며칠 전인 9월1일에 우리 지역의 명문 학교인 유덥이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등 미국의 공사립 대학들의 입학 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연유한다.

     접수가 시작되면 마감일이 있을 터인데, 이제 눈 깜빡할 사이에 미국의 명문 사립대 대부분의 조기 전형 원서 마감이 있을 것이다. 일부 소규모 리버럴 아츠 대학들의 조기 전형이 11월 중순에 있기는 하지만 (대표적 리버럴 아츠 대학인 윌리암스와 스와스모어 칼리지가 11월 15일, 포모나와 앰허스트 칼리지 등은 11월 1일 등), 대부분의 대학들은 11월초가 지나면 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한 달 보름이 지난 뒤인 12월 중순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물론 이 대학들 중의 일부인 포모나 대학 등은 1월초에 2차 조기 전형 (Early Decision 2)으로도 신입생을 모집하지만, 대부분은 1월 초까지가 원서 마감인 정시 모집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 정시 합격자 발표는 3월 중순에서 4월초까지 진행된다. 이렇듯 미국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원서를 제출하고 학교가 입학 사정 결과를 발표하는 시기와 방법 등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전형 방식을 사용한다. 이 다양한 전형 방식들 중에서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것이 조기 전형인데, 두, 세번에 걸쳐 공/사립 대학들의 조기 전형 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미국 대학의 입시에서 조기 전형을 채택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사립 대학들이다. 이들

중에서, 많은 수의 명문 사립 대학들이 Early Decision이라고 부르는 조기 전형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이 것을 사용하는 대학에 조기 전형 원서를 제출하면,

다른 학교에는 조기로 원서를 넣지 못한다는 것과, 이 대학에 합격할 경우, 꼭 등록을

해야한다는 강제 조항이 적용되는 전형 방식이다. 이것은 영어로 binding이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그 학교에 묶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연고로, 원서 제출시에 학부모, 학생,

카운슬러가 모두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고 원서를 제출한다고 사인을 한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얼리 디시전과 구별되는 다른 조기 전형 방식은 Early Action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가장 널리 통용되는 대학 랭킹인 US News & World Report의 순위에서 상위 20위권에 드는 학교들이 사용하는 경우를 손에 꼽을 정도이다. 즉, 시카고 대학 (이 대학 마저도 몇년 전부터는 ED와 EA를 같이 사용함),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Cal Tech)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MIT) 정도가 이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것의 변형인 Restrictive Early Action을 채택하는 대학에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과

스탠포드 대학 등의 최상위권 대학들과 노트르 담 대학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 컬럼비아와 유펜을 포함하는 나머지 아이비 리그 대학들과 좐스 합킨스와 노스 웨스턴 등의 대학들은 모두 합격하면 꼭 입학을 해야하는 ED 방식의 조기 전형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명문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지원에 제한을 두는 (ED와 REA은 모두 기본적으로 해당 대학 한 군데만 지원하도록 허용함) 입학 지원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당 대학을 1순위로 생각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선발하기 위한 방편 임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수한 지원자를 사립 대학에 몽땅 빼앗기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명문

공립 대학들도 근래에 조기 전형을 강화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공립 대학들은 자신들의 조기 전형 방식을 굳이 EA나 REA라고 부르지는 않고 priority전형 등으로 이름지었지만, 근래에는 대부분이 사립 학교들을 따라 EA라고 부른다. 즉, 주요 공립 대학들의 경우, 대부분 합격이 되어도 꼭 해당 대학에 진학할 의무는 없는 EA 또는 그와 유사한 방식을 사용함으로서, 지원자들이 조기 전형에서 합격을 하더라도 정시 합격자 발표 후에 지원 대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 대학들의 원서 접수 마감일은 명문 사립대들의 조기 전형 마감일 보다 조금 당겨 잡거나 거의 근접하게 만들어

시간적으로 사립 대학들과 경쟁을 한다. 반면에 조기 전형을 사용하지 않는 유덥과 같은 공립

대학들의 경우는 아예 정시 전형의 마감일이 보통 1월초인 명문 사립 대학들에 비해 한, 두달

정도가 빠른 10월 중순에서부터 12월초를 정시 마감일로 잡아 우수 지원자들의 유치에

안간힘을 쓴다. 유덥을 포함하는 워싱턴 주의 대학들이 사용하는 원서 마감일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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