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도록 돕는 대입 제도

     필자와 같은 칼리지 카운슬러들에게 가장 바쁘고 신경이 쓰이는 계절이 왔다. 시월이 오면, 고등 학교 시니어들이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니 대학 진학 과정을 돕는 카운슬러도 덩달아 마음과 몸이 바쁘다. 특히, 11월1일에 미국 전역에 있는 대부분의 명문 사립 대학들과 몇몇 주립 대학들이 조기 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 녀석을 재촉하고 저 녀석을 격려하노라면 입에 침이 마른다. 대학 시절에 학교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때, 마감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기사를 쓰며, 취재에 동분서주하던 오래된 기억이 PTSD처럼 꿈에 나와 잠을 깨게할 정도이다.

     물론 11월 마감일이 다가 옴은 필자만이 아니라 고교 시니어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가기도 한다. 올 해 대학에 원서를 내기 위해 노심초사, 걱정과 조바심으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실감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을 말함이다. 이 조바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주범은 자녀가 지금까지 한 준비, 즉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행여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가 합격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인 경우도 상당하다고들 하신다. 그 중에 가장 그럴듯한 걱정을 모아 보니 다음의 세가지 정도이다:

     첫째, 우리 아이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워낙 발군인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다보니 지레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학생들이 받는 소수계 우대는 커녕, 오히려 아시아계 학생이기에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 걱정에 기름을 끼었는다.  둘째, 부모가 우리 아이 지원 대학 출신이 아니어서 그 대학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이 걱정도 근거가 충분히 있는 사항이다. 명문 사립 대학들일수록 부모나 친척이 그 학교 출신일 경우, 우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셋째로,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자학적인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이러한 걱정도 무리가 아닌 것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시며 눈쌀을 찌푸리신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아니 내가 대학을 안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정말 그럴까? 이번주에는 먼저 세번째 우려에 대한 대답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부모님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우, 이 경력은 지원자의 합격에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지원자가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가정 출신이라면 (those who are applying to college as a first-generation student), 이 학생에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학을 못 가서 우리 아이가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먼, 참,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시며 기뻐하셔야 될 일이다.

     통계를 살펴 보면,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전국 대학 입학자들 중에서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나 되었고, 우리 지역의 유덥의 경우도 전국 평균과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아이비 리그 대학들인 다트머스의 경우 2009년에 전체 합격자의 14%인 310명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지원자가 합격했고, 2012년에는 합격자의 10%를 차지했다. 하버드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거의 비슷한 비율인 10%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다.

     이 “First Generation Students”가 어떤 학생들을 의미하는 지는 모든 대학에서 똑 같은 것은 아니고, 대학마다 조금은 다른 해석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 규정을 “지원자의 양부모님이 대학의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경우”를 말함에 반해,  MIT의 경우는  그 규정을 좀 더 넓게 해석한다. 즉, MIT는 “지원자의 부모님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니 부모님이 2년제 대학 출신이거나, 4년제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은 경우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범주에 속하는 지 아닌 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각 대학의 입학처에 문의해 확실한 규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규정의 목적이 경제 능력이나 학력 등이 좀 뒤진 가정들에 혜택을 줌으로서 평등한 사회의 구현에 뜻을 둔 것이니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겠는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격언이 빛을 바래 가는 시대라 하지만, 아직도 우리네 개천에서는 미꾸라지가 점점 용으로 자라 가는 일들을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 남을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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