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우리 아이 어깨 쫙 펴게 만들기

     요즘처럼 대학 입학 원서 접수를 앞두면, 많은 새로운 분들을 만난다. 자녀가 이 정도면 어느 대학쯤에 합격할 수 있는 지를 필자에게 ‘점치시려는’ 마음으로 사무실을 방문하시는 분들이다. 물론 필자가 본들 무슨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다고 기대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눈을 통해 본 우리 아이는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함이실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필자와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들을 뵈면, 여러가지 다른 성격들과 지금까지 자녀를 양육해 오시며 사용하셨을 가정 교육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들을 자랑스럽게 펼쳐 놓는 아이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시며 흡족해 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거의 비슷한 레주메를 보면서도 무언가 불만이신 얼굴로 못마땅해 하시는 다른 성격의 분들도 있다.

     이렇듯 다른 모습들을 보며, 몇 해전 필자가 여행에서 느낀 유럽의 정원들을 우리 자녀 교육에 비견해 쓴 글이 생각나 여기 전재한다. 몇 해 전, 가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런던과 파리를 방문하면서, 필자가 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 수강한 조경 건축의 역사에서 배운 영국과 프랑스 정원들의 특징적 모습들에 대해 복습(?)할 기회를 가졌다. 영국의 정원들은 나무들이나 숲의 구도나 배치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넓은 구릉의 잔디밭 주위 곳곳에 펼쳐진 수목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자연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고, 예술가의 의도가 자연스러움을 보이도록 표현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대륙의 정원 스타일을 보여 주는 프랑스의 정원은 중앙선을 중심축으로 오른편과 왼편에 배치된 연못과 수목들이 온전한 대칭을 이뤄 위쪽에 위치한 궁전에서 내려다 보도록 설계되어 있다. 베르사이유 궁전 앞의 정원은 이러한 예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에 더해, 각각의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자란 모습이 아니라 각기 다른 또는 통일된 모습으로 가지들이 전정되어 (가지의 높이나 크기를 일정하게 하고, 의도된 모양를 내기 위해 가지를 친)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모양은 마치 이 궁전의 정원을 건설한 루이 왕가의 군사들이 사열을 하기 위해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사열을 받는 관람객들을 맞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듯 영국식 정원의 생긴대로 내버려 두는듯이 ‘은근히 대상을 토닥여줌’과 프랑스식 정원의 ‘밖으로 드러날 만큼 인위적인 깍음’ 사이의 비교는 자연스레 자녀 교육에 있어서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두가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의 대조로 필자의 생각을 이끈다. 몇 년 전에 교육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Tiger Mom (호랑이 엄마: 중국계 예일대 교수가 쓴 책에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 혹독하리만큼 엄격하게 교육하는 아시안 어머니를 지칭)’의 교육 방식은  프랑스 정원의 엄격함에 비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는 아이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You are special’을 어릴 때부터 귀에 딱정이가 생기도록 말해 주는 미국식 교육의 정신은 영국식의 정원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물론, ‘넌 아주 특별한 아이야’라고 칭찬을 하는 이유가 ‘너는 너만의 장점이 있게 태어난 아이니 그것을 살려 보렴’이 아니라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특별하고 공부 잘해 성공적인 아이가 되어야 해’라면 프랑스식 정원과도 같아지겠지만 말이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한 번 들어 보자: 필자가 속한 전미 대입 카운슬러 협회는 “어떻게 부모를 교육할 것인가: 자녀를 너무 간섭하지 않고도 성공하도록 돕기?”라는 베스트 셀러의 작가인 쥴리 라이코트 헤임스를 초청해 온라인 토론을 가졌었는데, 시애틀로 돌아 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 내용이 생각났다. 스탠포드 대학 신입생 담당 학장을 10여년 넘게 지낸 저자의 말, “많은 학생들은 입학처에 전화 한 통 자신 있게 걸지를 못하고 부모님에게 의존합니다. 자신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직접 해야합니다. 연습이 성장하도록 돕는 지름길이니까요.” 자신감 결여의 이유에 대해, “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나 하나라도 잘못되면 명문대 입학은 끝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모는 아직 미성숙한 자녀를 믿지 못해 꼬치꼬치 간섭을 하게 되고 자녀 역시 실수해서는 안되니 어른을 의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자신의 학년과 상황에 걸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강요하기 (Hedge: 가지쳐 모양 만들듯; 또는Forge: 쇠를 때려 모양 만드는 것처럼) 보다는 옆에서 넌지시 도와주셔야 (Nudge: 슬쩍 옆구리를 건드려 응원하듯) 한다는 것이리라. 가장 훌륭한 도우미가 되시기를 원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자녀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되는 지의 이유를 깨닫고 실천하도록 등을 슬쩍 밀어 동기 부여를 도와 주시는 것이리라.

이렇게 동기가 부여된 아이들은 필자와 대화를 할 때, 당당하고 어깨를 쫙 펴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떠올리다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조던 피터슨 교수의 베스트 셀러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 해독제 (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이 이야기하는 좋은 인생 살아가는 첫 번째 요령이 떠올랐다. 인생의 혼돈함을 치료하는 12가지 해독제 중의 첫번째 해독약은 ‘어깨를 쫙 펴고 똑 바로 서라 (Stand up straight with your shoulders back)’란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배 계층 구조 (dominancehierarchy)’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윗자리에 위치한 사람들과는 반대로, 아래쪽의 자리에 위치한 사람들은 어깨를 잔뜩 움추리고 힘없이 가슴을 안쪽으로 굽히는가 하면, 얼굴을 아래로 푹 숙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은 남에게 만사에 자신이 없는 패배자의 모습으로 비추이며, 실제로 이런 자세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시 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와 반대의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육체의 자세만이 아닌 속 사람의 자세—삶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즉, 현재의 처한 상황이 녹녹치 않더라도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가 된 자세를 갖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우리의 신경 세포에는 두가지 종류의 케미칼—세로토닌/옥토파민이 있는데, 어깨를 펴는 마음의 자세는 세로토닌을 증가시킴과 더불어 실제로 몸의 자세도 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 아이들이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서 어깨를 펴고 똑바로 가슴을 펴고 서서 세상을 바라 보도록 격려해 주자. 힘들지만 극복하고 다음에 올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노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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