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여름 방학 잘 보내기 3: 좋은 책 읽기-고등 학생

여름은 긴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한 여름 고즈넉한 해변의 모래밭에 세워진 파라솔 아래서 물결이 잔잔히 해변가에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책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의 흐름에 빠져 드노라면, 선선하게 불어 오는 바람이 우리를 상상의 흐름에서 건져내 구름 위로 두둥실 떠 올린다.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때에, 먼 옛날 무슨 여행지 선전하는 텔레비젼 광고의 한 장면을 떠 올리듯 책을 이렇듯 꿈같은 (?) 위치에서 읽는 이가 얼마나 될까만…. 여하튼, 이렇듯 독서 예찬론을 설파하면, 대부분의 학생들과 부모님들께서 물어 오는 질문: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떤 책들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러한 부모님들의 노력을 돕는 도우미로서 지난 주에는 우리 대학생 자녀들이 읽으면 좋을 양서들을 소개해 드렸고, 이번 주에는 고교생들이 읽을만한 고전 양서를, 다음 주에는 중학생과 초등 학생들이 읽으면 마음의 양식이 될 양서들과 더불어 흑인들이  겪고 있는 ‘인종 차별’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선별해 추천해 드리기로 하겠다.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 각급 학교는 학생들이 여름 동안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마련해 주거나, 고등 학교의 경우 다음 학기 AP 수업에서 읽을 도서 목록을 이용한 숙제를 주기도 한다. 이런 리스트에 오른 책들은 물론 그닥 재미는 없을 수 있지만,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최근에 함께하고 있는 북 클럽에서 읽은 책 몇 권을 먼저 소개한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는  책이 쓰여진 1950년대 초에나 지금에나 청소년들이 순수함을 잃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나이인 우리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울림을 준다는 의미에서 고전 작품이다. 그에 더해 보너스로서 첫 몇 페이지에서 뿜어 나오는 한겨울의 한기가 여름을 식혀 주니 읽을 가치가 있다. 물론 주인공인 젊은 자퇴 고교생이 사용하는 거친 말들이나 그가 뉴욕에서 방문하는 술집이나 호텔 등 우리 어른들이 보기에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우리 고교생 자녀들이 잘 소화할 수 있으리라 믿어 주자.

     1960년에 출판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의 경우는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의 고전을 볼 수 있으니 읽어서 마음의 양식이 되기에 시기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도 않은 범죄 행위로 인해 차별적인 재판을 받게 된 한 선량한 흑인을 변호하는 주인공의 백인 아버지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삶의 롤 모델로 삼고 정의감으로 가슴이 벅차 지거나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면 여름 책 읽기의 목적을 확실히 달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등 학생쯤 된 자녀들은 이제 자신이 뭘 하고 싶은 지를 찾아야 한다는 유/무언의 압력을 크거나 작게 느끼지만, 공부에 바쁘고 운신의 폭이 좁아 미래에 택할 직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간접적이나마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들과 무제한 만날 수 있는 책 읽기와 관심이 있는 분야를 미리 맛 볼 수 있는 인턴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된 흑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기 위한 책 읽기 역시 중요한데, 지난 2월 뉴욕 타임즈가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미국 역사와 문학 속에 나타난 흑인들의 삶을 다룬 도서 목록을 조사해 발표한 것을 기반으로 여기 그 중에 몇을 소개한다:

     프레데릭 더글라스의 “삶의 이야기 (The Narrative of the Life, 1845)”는 메릴랜드에서 흑인 노예로 살다가 탈출한 더글라스의 삶을 자서전처럼 담은 이야기로  미국에서 노예 해방 운동을 일으키는데 기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노예로서의 처참한 삶과 자유를 향한 열망이 담겨 있다.

     스토우 부인으로 알려진 헤리에트 비쳐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Uncle Tom’s Cabin, 1852).” 하트포드 여자 신학교의 교사였던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미국의 흑인들과 노예 제도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은 노예 제도의 실상과 기독교적 사랑을 통한 노예 제도의 극복을 주장해 남북 전쟁의 기틀을 마련했다.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6)”는 동명의 영화로 우리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백인 농장주의 딸인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은 고결하게 묘사된 반면 주인에게 시중드는 흑인 하녀와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들의 모습은 양순하고 충직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그려져 인종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는 최근 이 영화를 방영 가능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알레스 해일리의 “뿌리 (Roots, 1976).” 18세기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 와 미국에서 살아 가는 주인공 쿤타 킨테와 자손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출간된 당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의 1위 자리를 22주 동안이나 차지한 이 작품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방영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이외에도 읽은 만한 좋은 책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이제 곧 도서관이 열리면,

좋은 책의 목록들은 집 근처 도서관의 사서에게 묻는다든지, 칼리지 보드의 추천도서 목록을 살핀다든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는 습관을 들여 주는 것일텐데, 어린 자녀일 경우, 잠을 청하기 전의 몇 분을 같이 이불 속에 누워 몇 페이지의 동화책을 읽어 주시거나, 여름 저녁 무렵의 뒷 마당에 접이식 의자를 펼쳐 놓고, 아들 녀석과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 보시라. 아이들의 책읽기 버릇은 엄마 아빠를 통해 길러 진다는 말은 그리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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