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COVID-19이 가져온 변화 3: SAT/ACT 퇴출?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는 COVID-19의 영향은 실로 다양하다. 미디어에 나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현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에 기반한 예측은 각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그 저변에 흐르는 맥은 거의 동일하다. 한마디로 이 위기의 시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이 재난이 지나간 후에 큰 결실을 맺을 수도 있는가 하면, 일어설 힘도 없이 무너지는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주까지는 이 질병의 창궐이 초래한 경제 분야와 예술 분야 등의 변화들에 대해서  알아 보았고, 이번 주에는 교육의 분야에서 어떻게 이 재난이 미국의 교육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어떻게 이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야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영향의 인식과 대처 과정에서 바람직한 태도는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한 필요의 대두를 먼저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진지하게 세워 나가는 자세이다. 막연히 곧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법이 마련되어 곧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겠지라는 기대에 기반해 잠시만을 모면하면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이 경계의 시대에 이르게 된 우리 자신을 돌아 보고 앞으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살 세상을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 중의 하나가 이미 교육계에서 일어 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의 총장인 자네트 나폴리타노는 미국의 대학 교육계에 경천동지할 영향을 미칠 선언을 했다. 앞으로 이 대학 시스템에 속한 9개 대학에서 대학 입학 표준 시험인 SAT와 ACT를 대학 입학 사정에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한 것으로, 향후 5년간 연차적으로 이 시험들을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안을 실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1일 UC 시스템의 이사회는 나폴리타노가 십 일 전에 안건으로 올린 5개년 계획안을 6시간 이상의 긴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르면, 올 해를 포함한 2년간 이 대학들의 입시에 ACT/SAT점수를 필수로 요구하는 정책을 중지하며 이 점수를 제출하는 학생의 경우는 이것을 사정에 활용하는 정책인 Test Optional policy를 사용한다. 그 뒤의 2년 (2023-24)에는 이 시험 결과를 입학 사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 Test Blind policy를 적용한다. 이 정책은 학생들이 점수를 제출할 수는 있으나 이 점수들은 입학 사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이 점수들은 대학에서 수강할 과목 선정이나, 장학금, 또는 캘리포니아 주 내 고교 출신들이 자동적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활용 등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후 5년째인 2025년에는 이 시험 점수들이 캘리포니아 고교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는다. 그것의 대용으로 대학 시스템이 개발할 새로운 시험을 주내 출신자들의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거나 아니면 어떠한 종류의 표준 시험이라도 입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 워싱턴 주 출신의 학생들이나 한국에서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에 지원하는 유학생들에게는 그리 큰 영향을 곧 바로 미칠 수 있는 결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UC (University of California system)이라고 부르는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이 미국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가볍게 볼 사안이 절대 아니다. 이 대학 시스템은 모두 10개의 대학을 포함한다. 여기에는 UC 버클리, UCLA를 포함하는 9개 학부 대학과 대학원 과정만 있는 UC San Francisco가 속한다. 이 시스템에 속하는 학생들만 해도 30만명을 상회하며 이 학교들은 매년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교들로 잘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이 학교들은 대입 표준 시험의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그러니 이 시험들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2005년에 SAT와 ACT가 새로이 도입했던 에세이 시험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대학 시스템의 당시 총장인 리차드 에트킨슨은 당시의 시험이 고교생들의 에세이 능력을 테스트하지 않는 부적절한 시험이라고 개정을 안하면 이 시험을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압력을 가해 당시 개정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영향력과 SAT/ACT 포기 결정은 타 대학들에게 도미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이들이 경정한 것은 시험 내용이나 형식의 개정이 아닌 이 시험들을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이라는 점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왜 이런 선언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살펴 보자. 지난 1996년 이래 캘리포니아 대학들은 대입 사정에서 소수계를 배려하는 사정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결과 훅인 학생들과 라티노 학생 등 소수계 학생들의 입학이 대폭 줄었다. 이 감소의 원인이 표준 시험이 입학 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는 것이 이 소수계 인종 대표들의 분석이고 주장이다. 이 시험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시안이나 백인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시험 대비 학원 등을 통해 준비함으로서 점수를 올려 대입 사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소수 인종 자녀들의 경우에 따로 대비를 할 수 없으니 낮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는 불이익을 당해 왔다는 주장이다. 사실 1996년 어퍼머티브 제도 적용 금지 법 개정 이래 지난 20년간 이 대학에 다니는 흑인 학생들의 숫자는 단지 4퍼센트 (캘리포니아 인구 6.5%)를 넘지 못했고, 라티노 학생은 22퍼센트 (인구 40%)에 그쳤다. 물론 이 시험들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시험을 개발해도 똑 같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고, 전국 고교들의 학력이 천차만별인 상태에서 표준 시험없이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와 연관된 이 제도 변경의 중요성은 이 변화가 상당 부분 우리가 겪고 있는 COVID-19의 영향으로 촉발되었다는 점이다. 올 해 예정되었던 ACT/SAT 시험들이 이 바이러스 창궐의 영향으로 줄줄이 취소되면서 올 해 입시에서 이 시험 점수들을 필수로 요구하는 정책을 포기하는 학교들이 늘어 났다. 그에 따라 차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이 시험들의 퇴출까지도 생각하는 극단적인 사고들이 세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심각하게 인식하며 전체 교육계와 특히 우리 아시안 학생들의 대입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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