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입 사정에 관한 신화들 1

벌써 4월이다. T.S. 엘리어트가 1920년대 초에 그의 시집 황무지 1부에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겨울의 눈 덮인 잠 속에서는 모든 것이 한시적으로나마 잊혀지지만, 봄에 막 생명이 다시 살아 나려 꿈틀대는 그 움직임은 잔인할만큼 처절하다는 의미였을까?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기억을 되살리시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그 시의 일부를 필자의 졸역으로 다시 읽어 보면: 사월은 더 없이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다시 살려 내고/ 옛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말라터진 뿌리들을 봄비로 해갈시킨다.//겨울엔 차라리 편안했었지/눈 덮인 대지는 우리의 생각도 덮고/갸냘픈 생명의 끈은 마른 뿌리로 이어주었었지) 인문학 전공자인 필자의 이런 저런 하릴없는 상상이 이어지다가 다시 대입 카운슬러인 필자의 직업병이 도진다. 혹시 이맘때 쯤에 제1지망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고교생들을 위로하기 위한 의도가 조금쯤은 있지 않았을까? … 물론 아니겠지, 그 때는 지금처럼 대입 전선의 포성이 이리도 광포하지는 않았을터이니. 그리고, 그 때쯤인 1925년 경에는 유태계의 하버드 대학 합격율이 전체의 25%를 상회할만큼 유태계를 제외한 다른 민족들의 자녀들은 그리 치열하게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올 해 하버드 대학에 합격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25.4%에 달한 것과 비교가 되어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이후에 유태계의 합격율이 타 민족의 견제로 하강한 적이 있음이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걱정과 위로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불합격된 우리 자녀들을 논리적으로 위로할 수 있는 또 다른 이론이 떠 오른다. 스와스모어 대학과 버클리에서 사회 이론을 가르치는 배리 슈와츠 교수는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신입생을 가장 공정하게 선발하는 방식은 ‘제비 뽑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하버드나 스탠포드 대학의 합격율이 약 5%대이니 한 자리에 20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자격 요건을 갖춘 학생들이니 이들 중에서 누구를 뽑고 누구는 떨어트리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상황과 시간이 맞아 떨어진, 한마디로 운이 좋은 지원자가 합격한다는 그리 틀리다고 볼 수 없는 설득력 있는 이론이다.
4월이면, 대학에 원서를 낸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결과를 통보받은 때이다. 합격한 학생에게는 축하를, 제1지망 학교에서 불합격을 통보받은 지원자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위의 이론을 말함이 이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만 한가지는 분명히 전하고 싶다. 만약에 슈와츠 교수의 주장이 합리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운이 좋아 다가오는 4년을 원하는 장소에서 공부하게 되었다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대한 어떤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쉬운 말로 하자면, 몇 년전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한 연설을 인용하는 것이 좋겠다. 멜린다 게이츠의 말: 빌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잘 나가는 변호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고, 당시엔 희귀했던 컴퓨터를 중학교 때 레이크 사이드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었고, 사업에서는 승승장구했고, …, 이 모든 것에 행운이 주어졌던 것이지요. 세상을 돌아 다니며, 힘들게 사는 이들을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이 났어요. “그래, 내가 바로 저 사람처럼 될 수도 있었던 거야. 운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러니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야 해.”
하지만, 운을 탓하며 모든 것을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둘 수는 없는 것. 고랑을 치고 둑을 만드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한 뒤에 운을 논하라는 의미에서 이번주부터 두 주에 걸쳐 대학 입학 과정에서 잘 못 이해되고 있는 네가지의 신화를 소개하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 시리즈는 워싱턴 포스트의 교육 담당 기자인 발레리 스타라우스의 기사를 토대로 관련 주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미한 뒤, 필자가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취할 것인데, 이것들에 대해 알고 잘 대처하면 내년 4월에 행복해 질 수도 있으리라. 그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1. 대입 에세이는 중요하지 않다, 2. 과외활동은 많을수록 좋다, 3. 아이비 리그 학교들이 가장 들어 가기 어렵다, 4. 어려운 과목에서 보통 성적을 받는 것이 쉬운 과목에서 A를 받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다섯번째인 “대학들이 다양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 어퍼머티브 액션을 입시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학생들의 입학 준비와는 조금 동떨어진 주제이기에 이곳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1.대입 에세이는 중요하지 않다:
몇 년 전에 타임 매거진은 오랫동안 의심없이 받아들여져 온 공식을 깨뜨리는 상당히 폭발력이 있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공들여 쓴 대입 에세이가 합/불합격의 결정에 별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며 당연시되어 온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숫자가 한정된 입학 사정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모든 지원자들의 모든 에세이를 꼼꼼하게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올 해 UCLA는 11만 천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의문 제기에 기름을 끼얹는 또 다른 요소는, 유펜의 입학 처장이 밝힌 것처럼, 에세이가 합격자 결정에서 어떤 요소가 되는 경우는 일곱명 중의 하나꼴이라는 미미한 역할에 그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입학 사정관들은 자신들이 입학 사정 과정에서 에세이를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고 증언하는데, 에세이는 특히 합격과 불합격의 중간 지대에 속한 지원자들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결정 요소였다. 즉 성적이 불/합격의 보더 라인에 있는 학생이 신선한 에세이를 제출한 경우 합격되는 사례가 빈번했고, 성의없는 내용의 글이나 문법이나 철자가 틀린 채 제출된 에세이, 또는 어른이 써 준 냄새가 나는 에세이가 불합격의 원인이 되는 때가 없지 않았음을 많은 사정관들과 입학 처장들이 증언한다. 또한 대학에 따라, 대입 에세이에 다른 비중을 두는 것도 고려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유덥의 경우는 특히 에세이를 입학 사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3요소 (학교 성적, 시험 성적, 에세이) 중의 하나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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