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랭킹 사용 설명서
지난주 올 9월에 고교 시니어가 된 아들 녀석을 데리고
한 아버지가 필자의 사무실을 찾으셨다. 이제 12학년이 되었으니 지원할
대학의 리스트를 정하시기 위해 조언을 구하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학의 랭킹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아니, 왜 유덥이 요즘 이렇게 랭킹이 자꾸 떨어지는 거지요?” 우리 워싱턴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인 유덥의 랭킹이 최근에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여러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에 대해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아버님이 말씀하신대로, 미국 대학 랭킹 매기기로 가장 널리 알려진
US News& World Report라는 잡지가 지난 9월 선정해 발표한 올 해의 우수
대학 랭킹에서, 유덥이 2년 전의 48위에서 올 해56위로 추락해 이 대학에의
진학을 염두에 둔 서북미 한인 동포들께서 좀 실망하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랭킹의 본질에 대해 알고 나면, 이 랭킹에 아주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매년 많은 기관들이 미국내
또는 전세계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해 발표하는데, 각 기관이
사용하는 기준이 달라 각 대학의 순위가 현격히 다른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랭킹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부모님들께서,
랭킹에 연연해 하실 필요는 없고 단지 자녀가 지원할 대학을 선정할 때,
참고 자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즉, 어떤 기준으로 이 랭킹이 만들어졌는지, 그 기준들이 우리 아이에게
가장 적당한 대학을 선정할 때 필요한 것인지 등을 자세히 살피셔서
사용하면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먼저, 위에 언급한 US News& World Report가 사용하는 기준을 살펴
보고, 다른 기관들이 정해 매년 발표하는 다른 랭킹들과 비교해 보면,
대학 랭킹이 그저 참조할 만한 어떤 기준이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US News가 발표하는 랭킹을 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Undergraduate academic reputation, 22.5 percent; Graduation and retention rates ,
22.5 percent; Faculty resources, 20 percent; Student selectivity, 12.5 percent
(SAT scores65/class rank25/acceptance rate10); Financial resources, 10 percent;
Graduation rate performance, 7.5 percent; Alumni giving rate, 5 percent.
이 중에서, 조금 혼동될 수도 있는 하나만 골라서 설명을 드린다. “대학
학부의 학문적 명성”이란, 이 랭킹을 만드는 잡지의 편집자들이 학장이나
총장과 같은 유명 대학의 교수들에게 리스트에 오른 대학들의 학문적인
명성에 대해 물어 그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 결점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이 학장이나 교수들이 자기 대학의 학문적
명성에 대해 알 수는 있을터이지만, 다른 많은 대학의 학문적 성과나 명성에
대해 어떻게 점수로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덛붙여 이
편집자들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든다.
이들은 각 대학들에 위의 기준이 되는 통계를 요구하고 평가의 대상이 되는
대학 관계자들이 이 정보들을 제출하면, 엄격한 확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 정보들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실제로 대학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를
제출한 예가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US News 이외에도, 미국에는 대학 랭킹을 정해서 발표하는 많은 다른
기관들이 있는데, 이러한 랭킹들에서 근래에 차지한 유덥의 순위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Forbes Magazine의 랭킹에서는 70위 중반, Washington Monthly의
랭킹에서는 7위 정도, 미국 공립 대학 랭킹을 발표하는 Kiplinger Magazine에서는
10위 내외를 차지한 바 있고, 가장 최근에 발표된 Wall Street Journal의
랭킹에서는 가장 낮은 89위를 차지했다.
한편, 세계의 우수 대학 랭킹에서는 유덥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해 교통 대학의 순위에서는 15위 내외 (서울 대학이, 100-150 사이),
US News best global colleges 에서는 10-14위 정도를 차지했다 (서울 대학이
70위권, 고려 대학이 150위 대). 그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각 기관들이
랭킹을 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랭킹 산정 기관들이 사용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Washington Monthly가
랭킹의 산정에서 대학내 소수계학생의 비율, 졸업생들의 사회기여도
(평화봉사단, ROTC 등의 참여도)와 학생들과 교수들의 연구성과(박사
배출수 등)을 사용한다. Forbes는, 대학에 들어갈 때의 학생의 질보다는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성과 (졸업율, 성공율, 졸업시 빚의 액수, 재학생
들의 유명 장학금 수혜 비율) 등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Kiplinger 랭킹은
학비 대비 재정 보조 비율, 빚의 액수 등을 지수로 사용하니 각 랭킹마다
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어떤 한 랭킹에 좌우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한 참 시간이 흘렀다.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나오신 이 아버님, 필자의 사무실을 나서시며, 한마디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신다: “좀 전에 보여 주신 Wall Street Journal의 랭킹을 보니 참 랭킹을
고지곧대로 믿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에서는 USC가 15위,
UCLA가 25위, 그리고 다른 모든 랭킹에서 이 두 캘리포니아 대학들을
한참 앞서는 UC-Berkeley가 저 뒤쪽인 40위에 이름을 올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