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기부 입학 제도: 금수저 제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워싱턴 정가를 주름 잡고 있는 인물들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만큼이나 화제를 모으는 인물은 아마도 그의 아내인 이방카
트럼프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난번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새 건강 보험법이 의회에
상정되기 전에 좌초된 일이 있은 후에, 트럼프가 사위에게 역정을 내며 했다는 질책,
“자네가 콜로라도의 아스펜에 스키를 타러 가서 워싱턴을 비웠기 때문에, 트럼프 케어
(트럼프 정부의 새 건강 보험법)가 협상 과정에서 결렬되었잖아!” 한 새내기 정치인이
자리를 비워서 국가의 중요한 일이 안되었다? 그만큼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를
신임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과연 이 36살의 젊은이는 어떤 인물일지에 대해 많은 설왕설래가 있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트럼프의 신임이
빗나간
, 무책임한 신임이라는 이야기이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 젊은이를 평가하는 것은 필자의 교육 칼럼이 다룰 주제가
아니니 제쳐두고
, 단지 제러드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좀 되짚어 보기로 하겠다.
제러드 쿠슈너는 1981년 생으로 뉴저지 주의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찰스 쿠슈너는 부동산 재벌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미국으로 이주한
할아버지의 소규모 건축업을 기반으로 무려
2 5천채의 아파트와 5백만 스퀘어
피트의 사무실
, 공장, 리테일 공간을 포함해 2006년 기준으로 10억달러의 기업을
이룬 억만장자였다
. 이 금수저 젊은이는 뉴저지의 유대교 고교인 프리쉬 스쿨을
졸업하고
1999년에 하버드에 입학했는데 이 입학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필자의
흥미를 끈다
.

2006년에 데니얼 골든이라는 하버드 출신의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합격의 댓가
(The Price of Admission): 어떻게 미국의 지배층은 엘리트 대학에 돈을 내고 입학이
되며
, 누가 그 대신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가?”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의 표지
에는 은수저 하나가 표지 디자인으로 그려져 있는데
,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인
//흙수저의 원전인 영어 어귀 “someon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이 책은 상당히 구체적인 기록들을 근거로 기부금을 내고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 대학들에 입학한 상당수의 실재 인물들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 11년 전에 출간된 풀리쳐 상을 수상한 기자의 책 속에 놀랍게도
제러드 쿠슈너의 이름이 등장한다
(pp.44-48). 이 책이 출간된 당시에 제러드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뉴욕대 법대에 재학 중이었고
, 이방카 트럼프와 결혼하기
3년 전이었다.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찰스 쿠슈너는 억만장자였고 돈을 써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그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나아가 부를
지키는 과정에서 당시 뉴저지 주지사인 맥그리비 등과 같은 지역 정치가들에게 많은
기부를 했는데
, 당시의 클린턴 대통령이나 알 고어 부통령 등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이
뉴저지를 방문할 때면 의례 그와 만나는 것이 관행일 정도였다
.. 자녀의 교육에도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그의 기부는 정치가에게만 그친 것이 아니라 명문 대학들에도
장학금을 쾌척하는 일로 이어졌다
. 제러드가 고교 주니어였던 1998년에 그의 아버지는
하버드에 매년
25만불씩 나누어 내는 형식으로 2 5십만불을 지원하기로 약정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자신의 모교이고 딸이 그 해에 입학할 뉴욕 대학에 3백만불을
기부한 바 있다
. 잘 알려진 대로, 제러드는 이 대학의 법대에 2년 후에 입학한다.

이러한 기부가 왜 문제가 되느냐고 물으실 독자가 계시리라. 어떻게 금전적인
기부가 교육 선진국이고 민주주의가 가장 잘 실천되고 있는 미국땅에서 자녀의 대학
입학의 댓가가 되고 있느냐고
? 위에 언급한 책 속에 답이 있다.

저자인 골든은 제러드가 졸업한 고교 선생님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는데,
그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제러드의 시니어 시절에) 그는 이 학교가 제공하는 가장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고 있지 않았고
, 대입 시험 성적들도 아이비 리그 대학들의
입학자 평균 성적에 못 미치는 정도였다
. 프리쉬 학교의 관계자들은 제러드가 하버드에
원서를 낸다고 할 때 상당히 놀랐고
, 합격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어
했다
.” 당시 한 선생님의 증언, “학교 사무실의 어느 누구도 그가 하버드에 갈만한 학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그의 평균 성적이 그에 미치지 못했고, 시험 성적도 역시
평균 이하였다
…(그가 하버드에 합격했을 때) 좀 실망스러웠다. 왜냐하면 다른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그 학교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 아이비 대학들이 교사들에게 묻는
질문 중에
, ”당신은 이 학생이 귀하의 학교에서 제공되는 가장 도전적인 과목들을
이수했습니까
가 있는데, 우리는 그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합격을 했으니…)”

지난 4 1일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에 의하면, 명문 공립 버지니아 대학의 기금
모금팀이 지난 수년간 부유한 졸업생이나 고액 후원금 기부자의 자녀들이 원서를 낼
경우
, 내부적으로 특별 대우를 하도록 처리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지금도 이런
대학 입학을 전제로 한 기부가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니 씁쓸하다
.
백보 양보해, 대학이 학사 운영과 저소득층 학생의 장학금 등을 위한 재정이 필요하니
기부도 받아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 기부금 입학자 대신 불합격하는 학생이 있음을
생각할 때
, 이는 근절되거나 합리적인 대체 방안의 모색이 시급할 때가 아니겠는가?
특히, 국가의 미래를 지도해 나가는 리더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정상에 올랐다면,
이들이 자신의 능력보다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고 끼리 끼리인 남편/아내를 잘
만났기에 리더의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면
, 우리 미국의 미래가 그리 맑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