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엘 가는 이유?: 중퇴하기 위해서

필자가 사무실 밖에서 모르는 분들과 만나,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칼리지 카운슬러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분들은 다시 어느 대학에서 카운슬링을 가르치냐고 물으신다. “아! 그게 아니고” 더듬으며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하,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카운슬링을 하신다는 거지요 어디 유덥에서 일하시나요?” 자신있게 단정적으로 말씀을 하신다. “네~에, 그건 아니구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에 관한 길라잡이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되세요”라고 애둘러 설명을 해 드린다.

뒤 따르는 다음 질문: “우리 때는 대학에 가서 뭔가 인생을 값있게 살기 위한 학문을 배웠다면, 요즘 아이들은 취직을 위한 또는 출세를 위한 사다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같던데, 직접 아이들과 호흡하시는 분의 의견은 어떠신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께서 진중하게 물어 오신다. 대답을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린다. 필자가 대입 카운슬링을 하는 학생들에게 “왜 자네는 대학을 가려고 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각양각색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고등학교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대학 가는 목적에 대해 명확히 말할 대답이 있겠지’라고 대부분의 독자께서는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뚜렷하게 주관을 갖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다. 공통되는 대답의 몇가지만 간추려 소개하면:

아주 소수의 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경우: 이미 자신이 찾아낸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해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물질적으로 윤택해질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경제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도움도 주기 위해서 대학엘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는 미래의 전공에 관련되는 공부는 물론이고 여름에는 관련 연구소나 회사등에서 인턴십을 한다든지 매주 그 분야의 기관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꽤 많은 고교생들은 막연히 졸업후 취직을 위해 되도록이면 이름난 대학을 가야할 것 같고 전공도 자신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부모와 사회가 그러한 전공을 권하기 때문이라고 무기력하게 답한다. 이런 한인 동포 학생들의 경우는 대개 미래에 전공하고자하는 분야가 의대나 법대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갈길을 모르니 부모님의 의향이 많이 반영된 탓이다. 의대를 가기 원하는 학생이 생물학이나 화학등에 거의 취미나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참 힘든 여정이 예견되어 다른 전공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조언을 하면,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면 어떻게 되겠지요’라며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도박을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런 경우,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대학 졸업을 미루고 의대 진학 시험이나 법대 입학 시험에 매달리는 아이들도 많고, 의대에서 치대로 그것도 안되면 약대로 점수에 따라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흔한 상황이다.

또 다른 극히 소수의 아이들은 착한 아이들을 비웃으며, 한 번 태어나 어떤 특정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학교라는 숨막히는 공간속에서 대학, 대학원, 인턴 레지던트 등 십수년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긴다. 정말 대학을 가서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 써먹을 만한 진수를 배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의 소원인 명문 대학엘 들어가 주기는 하되 한두해 다니다가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 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이 전세계의 다중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시작해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싶다는 야심을 피력한다. 아마도 이런류의 야심가들을 위해 피터 틸은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나섰을 것이다. 틸은 스탠포드 법대 출신으로 페이스 북에 처음으로 투자를 해 그 혜안을 인정받았고, 온라인 대금 지급 회사인 페이팰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것이 좋은 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페이스 북을 위해 처음에 투자한 50만불은 지금 20억달러가 되었는데, 틸에 의하면, 2004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한 주커버그가 2006년에 졸업할 때까지 창업을 미루었다면, 그는 시기를 놓쳤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이 그가 어린 천재들에게 투자를 하는 이유이다. 즉, 23세 이하의 대학생으로 학교를 쉬거나 중퇴하고 사이언스나 테크놀로지 분야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에게 십만불을 지급하는 틸장학회를 2011에 세워 지난해 까지 10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작년에는 2800여명이 이 장학금에 지원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이유나 방법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학 교육이 자신들이 미래에 일하게 될 분야 또는 장래 직업을 위한 공부터를 제공하는 장소라는 점에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그렇기에, 기를 쓰고 더구나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제 대학엘 모두 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오는 2018년부터 4년간 명문 사립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예상 등록금 인상율(4.5%)을 고려할 때33만 4천불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직장만을 위해서라면, 과연 이처럼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경제의 원리를 거역하는 투자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다음주에는 본 칼럼에서 등록금이 없는 10여개 미국 대학들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