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비: 걱정보다는 희망을?

아무리 마음이 느긋한 고교 시니어 학생이라도 지금쯤은 다음과 같은 증세의 열병을 앓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혀끝이 바짝 마르고 물이 자꾸 땡기는가 하면, 긴장의 여파로 화장실에 평소보다 훨씬 자주 들락거린다. 이런 자녀를 보다 못한 어머님, “아니 너 혹시 당뇨 증세가 있는 것 아니니?” 근심스러우신 표정으로 물으신다. 물론 아니다. 이 증세의 원인은 바로 대학들의 입학 원서 마감일이 손에 잡힐듯한 저만치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일에 조기 전형, 11월 30일에 버클리 대학을 포함하는 서부의 명문 캘리포니아 대학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2월 1일은 유덥의 마감일이다.

걱정은 자녀의 선에서 그치는 것은 물론아니다. 못된 질병일수록 전염성이 강한 것 아니든가? 이렇듯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님들 역시 좌불안석이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 대학의 사정 방식이 점수만 높으면 합격이 보장되는 제도가 아닌 까닭이다. 미국의 대입 제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미국 대학의 신입생 또는 편입생 선발을 위한 사정 방식은 통괄적 사정 방식 (Holistic/Comprehensive Review)임을 아신다. 아직도 일부 주립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학교 성적과 SAT 성적만을 기준으로 선발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체적인 학생의 능력, 즉 성적은 물론이고 학생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는 마음이 있는지, 개인적인 특성은 어떻고, 과외 활동의 경력은 어떠한지, 가정 형편은 어땟는지 등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사정을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입학 원서에는 지원자 부모의 학력, 인종, 해당 대학의 졸업생인지의 여부 등을 묻는 난이 있는데, 이 질문들의 쓰임새는 그저 단순한 개인 정보 수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즉,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혜택을 누리며 편안히 공부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이루어 냈는지,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려우시거나, 체류 신분에 법적으로 하자가 있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하고 훌륭한 결과를 이루어 냈는 지의 여부 등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한다는 의미이다. ‘사정’이라는 말을 떠올리다 보니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여러 ‘사정’들이 생각속에서 말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원자의 온갖 ‘사정’를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한다’로 들리기도 하고, ‘가차없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어 정치인의 비리를 척결한다’에서 처럼 지원서를 읽을 때, 냉정하게 옳고 그름을 (또는 해당 대학에 적당한 지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입 카운슬러로서 일하다 보니, 가정 형편이나 체류 신분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불편함은 충분히 견딜 수 있으나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니 밤잠을 이루시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하신다. 그러나 자녀가 열심히 고교 4년을 보낸 경우, 돈이 없어 대학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적지 않은 수의 명문 대학들은 지원자의 성적이 아닌 가정 형편만을 고려해서 재정 보조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대학들은 입학 사정에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재정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과 등록금 걱정이 없어 재정 지원을 신청하지 않는 부유한 학생들을 차별없이 사정한다. 즉, 다른 능력은 부잣집 아이와 비슷한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기네 대학의 재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불합격을 시키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합격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의 35개 명문 사립 대학들의 경우에 재정 지원 여부에 상관없이(Need Blind라고 함) 합격/불합격을 먼저 결정하고, 일단 합격이 된 학생에게는 전액이든 소액이든, 모든 필요한 비용에서 그 지원자의 가정이 낼 수 있는만큼의 액수 (Expected Family Contribution)를 뺀 나머지를 대학측이 부담한다. 부모님의 재정상태, 부동산이나 주식, 지원자의 재정 상태 등과 필요 생활비, 대학에 재학중인 다른 자녀에게 소용되는 비용 등을 전체 수입에서 빼는 방식으로 EFC를 산정한다. 이런한 재정 보조 시스템의 적용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가계 소득이6만불 이하의 가정 출신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게다가, 재정 상태가 풍족한 명문 대학들의 경우에 이 재정 지원이 돈을 빌려 주는 것(Loans)이 아니라 무상 지원(Grants)이라는 점은 정말 매혹적이라 할만하다.

또한,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들 중 하버드, 예일 등을 비롯한 몇몇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이나 불법 체류 학생들에게도 내국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최상의 재정 보조를 제공한다. 초기 기독교 시절의 그리스도인들처럼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의 전형이라고 생각할 때, 공평한 입학 사정 방식이요 좋은 재정 보조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가정 형편이 바닥을 치면, 전액 장학금으로 상승할 기회가 있으니 힘을 내시라. 언제나 역전승의 기회는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