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2: 합격율


지난 주 토요일 거센 비바람이 퓨젯 사운드 지역을 강타했다. 뿌리가 옅은 나무들과 나이들어 약해진 큰 가지들이 부러져 떨어지며 이곳 저곳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필자가 사는 유덥 인근 지역도 며칠간 전기가 나가고 인터넷이 안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만에 촛불도 켜고 컴퓨터없이 지내는 밤이 한가하고 조용해 로맨틱한 면도 없진 않았으나, 이미 쉼을 주는 어둠마저도 인위적으로 몰아내고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이러한 한가로움을 마냥 즐기게만은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류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뷰리엔의 열살짜리 소녀는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놀다가 정원에 떨어져 내린 나무 가지에 치어 목숨을 잃었는가하면, 긱 하버에서는 3살짜리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30대 아빠가 갑자기 쓰러진 나무에 깔려 운명을 달리하는 가슴 무너지는 슬픈 소식이 있었다.

이러한 자연적인 미친 바람에 못지 않은 인위적인 광풍이 몰아치는 곳이 바로 입시 전쟁터임을 우리 모두는 안다. 이 전선의 전방에 조기 전형이 있는데, 지난주부터 조기 전형의 장단점과 여러 다른 방식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 오늘은 조기 전형의 바람이 거침없이 속도를 더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높은 합격율에 대해 소개한다.

작년의 예를 보자.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난 해는 하버드나 다트머스 대학을 포함하는 소수의 대학들만이 그 전해와 같은 비교적 큰 폭의 지원자 수 증가를 보였다. 2013년의 경우에는 많은 명문 상위권 대학들의 조기 전형 지원자 수가 그 전해에 비해 10~20%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 대학들의 경우에는 이전해의 증가폭에 비해 미미한 증가를 보였는가하면, 브라운이나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는 오히려 지원자 수가 소폭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지원자 숫자의 소폭 증가는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합격율도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자연스레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기 전형의 종류별로, 2014년 대학들의 지원 현황과 합격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제한적 얼리 액션 (Single choice Early Action, 합격되어도 꼭 등록할 의무는 없으나 조기 전형으로 한 대학에만 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정한 제도)로 학생을 선발하는 HYPS (한국의 SKY 대학처럼 미국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과 스탠포드 대학의 첫 문자를 딴 별칭) 대학의 경우를 먼저 살펴 본다. 하버드 대학은 5,919명 (작년4,856명)이 지원해 전년도보다 약 20%의 증가를 보였는데, 이 중 977명(작년895)을 합격시켜 이전해 보다 상당히 낮은 16.5%의 합격율을 나타냈고, 이는 지난 6년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합격율로 기록된 바 있다. 이 합격자 숫자는 정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정시 지원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비율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지원자가 3,850명으로 전년도보다 약간 줄었는데, 이전해 대비 늘어난 767명에게 합격 통보를 해 19.9%의 합격율을 기록함으로서 정원의 55% 이상을 조기 전형으로 선발했다. 서부의 스탠포드 대학은 전년 대비10% 정도가 증가한 지원자 수를 기록했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는 단일 학교의 조기 전형 지원자 숫자로는 최대인7,297명이 지원했고, 이 중 743명만을 합격시켜 2913년보다 조금 낮은 10.2%의 합격율을 보였다. 스탠포드 조기 합격자들이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하입스 대학들 중에서 가장 낮은 40% 전후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전형 합격율은 작년의 경우 스탠포드와 하버드의 5% 대 합격율을 필두로 거의 모든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한자리 수를 기록하는 정시 전형의 합격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숫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 대학들은 조기 전형으로 보통 정원의 반 정도를 채우니 이를 포기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얼리 액션 (합격해도 꼭 등록할 필요가 없고, 타 대학에도 동시에 조기 지원할 수 있는 제도)로 학생을 선발한 대학들은 합격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MIT의 경우는 이전해보다 지원자 수가 소폭 줄어 6,519명이 지원했고 이중에 625명을 합격시켜 합격율도 9.6%로 소폭 하강해 낮은 조기 전형 합격율을 기록했다. 조지 타운 대학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합격율을 기록해 (6,840명의 지원자 중 13%인 907명만 합격) 얼리 액션을 사용하는 명문대들이 낮은 합격율을 보이는 경향을 보여 준 바 있다. 2013년의 경우, 칼텍이 1,713명의 지원자 중에서 약 15%인 250명을 합격시킨 바 있고, 시카고 대학 역시 이 제도하에서 지원자 10,317명의 13%인 1380명을 합격시켜 같은 경향을 확인해 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얼리 디시전 (Early Decision, 보통 한 대학만 지원을 허용하며 합격시 거의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는 제도)를 운용하는 대학들도 대부분 작년에 비해 지원자가 늘었는데, 존스 합킨스 대학과 다트머스 대학의 경우는 그 폭이 상당했다. 2013년에 가장 큰 지원자 감소율(-12.6%)을 보였던 다트머스는 작년 그 반작용으로 10.3%가 증가된 1,859명이 지원했고 그 중에 26%인 483명을 합격시켰다. 존스 홉킨스 대학은 2013년에도 지원자 숫자가 10% 증가한 바 있는데, 작년에도 다시 17% 증가를 보여 1,865명 지원에 29%인 539명을 합격시켜 조기 전형에서 가장 합격율이 높은 명문 대학의 오명(?)을 점점 벗어나는 경향이다. 종합하면, 많은 명문대들이 조기 전형에서 정원의 40~50%의 학생들을 선발하는 경향이고 합격율이 대부분 정시보다 상당히 높기에 작년에도 전반적으로 지원자 수는 증가했고 이에 따라 합격율은 소폭 하락했는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