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1

어느덧 다가오는 주에는 9월이 시작되고, 시애틀 지역 대부분의 각급 학교들은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내내 이마를 타고 내리던 땀방울을 털어내며 새학기를 시작한다. 몇몇 교육구는 노동절 이후로 개학을 미루는 경우도 있어 많은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일주일 지난 후의 개학일은 일주일 늦은 방학을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름이 아니니 그리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닌데, 정해진 법정 수업 일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9월이 되면, 바람도 제법 시원해지고 들의 알곡도 정원의 과일도 무르익는 자태가 탐스럽지만, 올 해 대학에 지원하는 시니어들에게는 ‘여러모로 바쁨’ 이외에는 별다른 감각이 없을 때이다. 시기에 걸맞게, 자녀가 올 가을에 고교 시니어가 된 오랜 지인과 미국 대학이 시행하는 조기 전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시행하는 조기 전형의 마감일이 저만치 가까이 다가 온 연유이다. 미국 교육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지만, 자칭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지인 왈, “달 수를 못채우고 조기 분만으로 태어나 조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조기남씨, 조기 교육의 열풍으로 조기 유학 온지 몇 년, 고교 이년만에 조기 전형으로 조지아의 명문대에 조기 입학하였으나 조기에 삶을 마감하니 조기를 걸어 그의 삶을 기림”이라는 묘비를 시애틀 근교의 묘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였지만, 무엇이든 조기에 달성하는 태도에 열광하는 우리 한인들의 태도를 잘 표현하는 듯하지 않은가?

조기 전형이란 뭐 그리 풍자의 대상으로 치부할 나쁜 제도는 아니고, 말 그대로 지원 대학에 일찍 원서를 내고 일찍 합격 여부를 통보받는 것인데, 이 제도의 장단점이나 종류가 간단치 않기에 이번주부터 몇주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하기로 한다.

미국 대학들 중 약 400여개의 대학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의 전형을 채택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사립 대학들이며, 11월 1일 (모든 아이비 리그 대학들을 포함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연구 중심 대학들) 또는 11월 10일에서 15일 (윌리암스나 앰 허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리버럴 아츠 대학들) 사이에 원서를 마감하고 12월 15일경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합격자 발표시에, 합격 (accepted), 불합격 (rejected)과 보류 (deferred)의 세가지 중 한 결정을 통보 받는데, 만일 지원자가 보류 결정을 받으면, 그 지원자의 서류가 일반 전형 지원자들의 지원서와 비교하여 다시 한 번 심사를 받게되고 일반 전형 합격자 발표 시기인 3월말이나 4월초 경에 결정을 통보 받는다. 한편, 불합격의 경우는 조기 전형에만 불합격된 것이 아니라, 같은 해에 해당 대학에 일반 전형으로 지원할 기회도 잃게 된다.

이 전형 방식의 장점은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12월 중순에는 알 수 있기에 12월 중순부터 졸업까지 나머지의 고삼 시절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나 교내외 할동에 주력하며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항상 부담도 따르는 법. 즉, 조기 전형의 종류에 따라 지원 학교의 숫자나 재정 지원의 폭이 제한 될 수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조기 전형의 종류에 따라 이 부담의 종류가 다르니, 대학에 조기 전형으로 지원하고자하는 학생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이 어떤 종류의 조기 전형을 사용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조기 전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Early Decision (ED, 아래에서는 이 약자를 사용함), Early Action (EA), Single Choice Early Action (SCEA).

ED는 어떤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을 확고하게 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다. 만약에 어떤 지원자가 아직 어떤 대학에 지원해야 될지 확실하게 모르고 다른 많은 대학들에 가능성을 열어 둔 경우에는 이 전형 방식을 사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ED 방식의 학교에 지원할 경우에 지원자, 학부모, 그리고 지원자 출신 학교의 담당 카운슬러의 3자가 만약에 이 학교에 합격하면, 다른 학교들에 제출한 모든 원서들을 철회하고 해당 학교에 입학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고, ED 학교에는 단 한군데만 원서를 내게 되어 있다. 이에 반해서, EA는 훨씬 운신이 자유로운 방식의 전형으로 원서를 일찍 접수해야 하고 결과를 일찍 알 수 있다는 것은 ED 방식과 같지만, 큰 다른 점은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대학에는 합격이 되어도 꼭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이 방식을 운용하는 학교들에는 복수 지원이 허용된다. 그러나, EA의 일종인 SCEA(또는 제한적 얼리 액션, Restrictive early Action이라고도 함)의 경우에는 합격시 꼭 등록을 해야한다는 강제 조건은 없으나 조기 전형으로 단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 조건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조기 전형으로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꼭 알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재정 보조에 관한 사항이다. 특히, ED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기에 12월 중순 경에 합격을 통보받았을 때, 해당 학교에서 정해 준 재정 보조금액을 군말없이 따라야만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즉, 정시로 지원해 한 학교 이상의 학교로부터 합격을 통보받으면, 각 학교에서 제공하는 재정 보조의 금액을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적절한 학교로 입학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조기 전형의 경우는 그러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이 조기 전형으로 원서를 제출하는 일은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